존 배리

2002년 2월 2일

나에게 있어서 존 배리란, 그저 007 음악이나 해쳐먹는 작곡가 정도밖에 아닐 때가 있었다. 물론 평범한 재즈밴드를 이끌던 그가 우연찮게 007 시리즈의 음악을 맡으면서 명성도 높아지고 그후 쭉 007 시리즈의 음악을 도맡고 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영 무리는 아니겠지만, 그가 007만 줄창 히트시킨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007 음악도 더 이상 맡지 않는다) 오히려 007 외의 면면이 훨씬 화려하다면 화려하다. 아카데미 음악상도 네 번이나 수상했고(<야생의 엘자>, <겨울의 사자>, <아웃 오브 아프리카>, <늑대와 춤을>), 그 외에도 <미드나잇 카우보이>나 <사랑의 은하수>, <채플린> 등의 영화에서도 음악을 맡아 좋은 평을 받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007 시리즈를 오래 맡아와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많고, 헐리웃에서는 그런 흥행 성공을 일견 존 배리의 역량으로 보는 시각이 다분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점에 대해서 조금 견해가 다른데, 그의 음악이 웅장하고 입체적이면서 전자음악 등에 의존하지 않는 스타일은 좋아하지만 그게 뭐 다 거기서 거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듣기에 좋기는 하지만 아직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심금이 울리지도, 남몰래 눈시울을 붉혀본 적도 없는 사람이 심통부린다고 생각해도 그만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