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암스

2001년 1월 12일

내가 처음 영화음악을 알았던 것은 다름아닌 <스타워즈>의 주제곡이었다. 빰~빰~빠바바빰~빰 하는 <스타워즈>의 테마는 내가 처음 알았고 처음 좋아했던 영화의 주제음악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곡은 비슷한 분위기의 <슈퍼맨>의 주제곡이었는데, 당시 우리 또래들은 <스타워즈>와 <슈퍼맨>을 혼동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것을 구별해내는 녀석들은 약간 뻐길 수도 있었다.
영화음악을 본격적으로 녹음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녹음하고 싶은 곡 1순위는 당연히 <스타워즈>와 <슈퍼맨>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었다. 그 두 곡이 모두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란 사실을. 그 작곡가의 이름은 존 윌리암스였다.
존 윌리암스를 빼고 미국의 영화음악을 얘기할 수 있을까?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다. <스타워즈>, <슈퍼맨>을 제외하고도 (옆의 앨범리스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죠스>, <인디아나 존스>, , <나홀로 집에>, <로스트 인 스페이스> 등 쟁쟁한 곡들이 수두룩하다. 뭐 다른 분들에겐 별 상관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 곡들이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곡조를 띄고 있다는 점을 참고삼아 밝혀두겠다.
어쩌면 나하고 가장 음악적 감흥이 통하는 사람 – 그의 음악치고 내가 싫어하는 분위기였던 곡은 없었으니까 – 인 존 윌리암스를 얘기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 조지 루카스이다. (어차피 이 두 사람은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지만) 스필버그의 영화가 히트해서 존 윌리암스가 유명해졌는지, 존 윌리암스의 음악 덕분에 스필버그의 영화들이 더욱 흥행에 성공했는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그들의 협력은 두드러지는데, 그들의 그러한 관계는 초짜 감독이었던 스필버그가 역시 초짜 작곡가였던 존 윌리암스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보고 차후 자신의 모든 작품을 존 윌리암스에게 맡기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협력이 빚어낸 첫번째 작품이 그 유명한 <죠스>였는데, 영화 시작후 절반이 지나도록 등지느러미 외에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식인상어의 신비감과 공포를 존 윌리암스의 주제음악이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해내었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존 윌리암스는 우리가 흔히 들어 아는 줄리어드 음대 출신으로, 역시 클래식으로 출발한 작곡가 답게 세미클래식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많이 사용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가 어떤 계기로 영화음악계에 투신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영화음악계에서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가 현재 영화음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위치 때문에 그를 견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 그의 재능은, 그의 영화 해석 능력과 오랜 연륜은 현재 영화음악계에서 누가 뭐래도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