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노플러

2002년 2월 2일

처음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마크 노플러라는 이름을 발견했을 때, 이 사람을 영화음악가로 받아들여야되나 마나 드럽게 망설였더랬다. 분명히 내가 기억하는 마크 노플러는 “Sultans of Swing”이나 “Money For Nothing” 같은 중후한 블루스록을 불러제끼던 그룹 다이어스트레이츠의 멤버였으니까.
록밴드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에 대한 나만의 못된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도 헤비메탈그룹 <백두산>의 보컬에서 도롯또 가수로 변신한 유현상 같은 극단적인 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듣고 느낀 “A Love Idea”와 “Money for Nothing” 은 정말로 너무나 다른 음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나는 마크 노플러가 만들어낸 주요 영화음악 앨범들을 발매시점의 역순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브루클린...> 뒤에 내가 접한 마크 노플러의 영화음악은 <프린세스 브라이드>였고, 여기서 그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를 들으면서 ‘아아, 마크 노플러가 정말 영화음악을 하긴 한 모양이군’하고 생각하게 되었고(그렇지만 이 영화음악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다이어스트레이츠와는 거리가 멀다), <칼의 고백>을 들으면서 비로소 그의 음악을 찾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로컬 히어로>를 들었을땐 다이어스트레이츠를 다시 듣는 것 같았고…
블루스의 선율을 바탕으로 영화음악이라는 소재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을 갈고 닦아온 그의 변신을, 우연찮게도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며 감상한 덕분에 더욱 뚜렷이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할까. 아뭏든 영화음악가로서의 그의 행보를 주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