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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엘모스 파이어 (1985)

2000년 11월 29일

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오해할만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이 홈페이지의 쥔장은 OST 앨범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나보다”라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우리 집에 있는 OST는 박박 긁어도 열장이 넘지 않으며, 그나마 LP판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여기서 고백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돈주고 산 것도 없다)
그 몇 장 안되는 음반 중에서 내가 제일 들을만하다고 느끼는 앨범이 바로 이 “St.Elmo’s Fire”다. 국내엔 개봉했나? 안한 걸루 알고 있다. 비디오로는 뭐 <성엘모의 열정>이라고 나온 모양인데, <성엘모의 불>까지는 내가 봐줄 수 있지만 <...열정>은 무슨… 는 번개가 치는 밤 첨탑이나 배의 돛대 끝에 일어나는 발광현상, 일종의 도깨비불이고, 이 영화에서는 카페의 이름일 따름이다. 어디서 <...열정> 운운하는 기야? 하여튼 처음 고모가 보내준 앨범 무데기에서 이 앨범을 찾아들고는 뭐 이런 영화도 다 있나…? 배우들도 신인티 팍팍 나는 게 재수없게 생겼군… 이러구 말았으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그 재수없는 얼굴들이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로브 로, 데미 무어, 뭐 그런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이었다. 역시 재수없다고?)
그런데 음반을 전축(ㅠㅠ)에 걸어놓으면서 얘기가 조금 달라졌다. 앨범 속지랑 뭐랑 대충 살펴보니 알만한 내용이로군… 그러구 말았는데, 첫곡의 신디사이저 전주부터 어, 알만한 음반은 아니로군, 이런 생각이 덜컥 들었으니까. 나는 인간이 원시적이어서인지 드럼비트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드럼비트도 강하고… 하여튼 첫곡부터 마지막 곡 “For Just A Moment”까지, 버릴 곡이 없었다. (당시 “For Just A Moment”는 원미경이 나오는 모화장품 광고에 삽입되어 귀에 익은 곡이었다)
음악은 상당히 좋아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고 볼 계획도 없다. (재수없어서…) 다만 100볼트 전용이라 한번 들으려면 이것저것 장치할 게 많은 턴테이블에 요 LP판이나 올려놓고 가끔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화가 좋아야만 꼭 OST가 좋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