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MBC에서 하던, 영화를 퀴즈로 내던 무슨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의 <퀴즈! 영화탐험>과 비슷한) 손석희씨가 진행했는데, 솔직히 퀴즈는 별로 재미없었고 중간중간 영화 소개 같은 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프로는 마지막에 시청자 퀴즈랍시고 영화음악을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해서 보여주곤 했는데, 어느날인가 <일렉트릭 드림>이라는 영화를 소개해주었다.
한 아가씨가 첼로를 켜고, 다른 집에 있는 컴퓨터가 그 연주를 받아 기계음으로 (아마, 사운드카드가 대중화되기 전이었나보다) 합주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음악이 바하의 “안나막달레나를 위한 협주곡”의 편곡이었다. (쉽게 말하면,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의 원곡이다) 나중에 그 음악을 조르지오 모로더가 편곡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됐다.
그리고 없다. 끝이다. 영화를 아직 보지도 않았고 역시 볼 기회가 나에게 주어질지도 의문이며, 음반도 대충 들어봤지만 이 “Duel”이란 곡 외에는 들을만한 곡도 없다. 조르지오의 실험정신이 지나치게 담긴 탓인지 컬쳐클럽의 음악을 내가 싫어한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별로였다.
그러나 이 “Duel”이란 곡은 언제 들어도 좋다. 이러니까 사람이 간사하다는 소리를 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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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드림 (1984)
2000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