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이를 먹은 탓인지, 그게 리버럴해진 것인지 만사가 다 귀찮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동성애나 게이 뭐 이런 것들에 대해 상당히 열린 사고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나름대로 생각하지만, 옛날부터 쭉 그래왔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 <프리실라>라는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참 ‘생뚱맞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간혹 게이나 뭐, 그런 여장남자들을 보면 어유 원래 여자라고 믿을 정도로 이쁘장하던데, 이건 뭐 누가봐도 남자들이 옷만 여자처럼 입고 설치니… 에엑, 구역질 나올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 열린 사고 어쩌구 이렇게 변하기 전부터 – 갖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영화음악이었으니, 주제가처럼 알려진 “I’ve Never Been To Me’도 좋아하지만 여타 영화 속에 흐르는 그 숱한 디스코 멜로디들이 영 귀에 착착 감겨오더란 말이다. 물론, 디스코를 구닥다리 촌티나는 음악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이영화라는 것까지 겹쳐서 구역질 우웩우웩 두번 더 할만한 영화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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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 (1994)
2004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