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아침에 TV 보다가 “뇌출혈로 중태”라는 뉴스속보로 시작해서
“자살 시도… 중태”로 바뀌었다가
평소 워낙 같잖게 생각하던 버릇이 남아서인지 “사망” 운운하는 멘트를 거침없이 날리다가
누가 항의라도 했는지 지들이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서거”라는 표현으로 바꿔 부르는 난리법석을
지리하게 목격하게 되었더랬다.

아니나다를까 인터넷에서는 추모물결 못지않게 잘죽었다는 댓글들이 춤을 추고
(최진실 등등 연예인 자살사건 때는 악플차단을 위해 댓글도 못올리게 하더니, 전 대통령 자살사건은 별로 그런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나보다)
(하긴 연예인 악플 때문에 인터넷실명제해야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 태반이 개구리니 빨갱이니 하며 씹어댔던 사람들일테니)
광화문에서 노사모나 이런 애들이 주최하는 추모촛불집회가 있다는 걸 보니
존경해마지않는 꼴통어르신들이 잘죽었다는 축하집회라도 하나 열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설마, 그 정도로 꼴통인 사람들은 없겠지 싶지만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니 김동길 교수께서 노무현은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자살이라도 해라, 라는 글을 버젓이 (4월달에) 올려놓으셨고
조갑제 선생께서는 이 마당에도 서거는 무슨, 자살로 써라, 라고 일갈하셨다는데
저 정도 꼴통 한두 집단 없으란 법도 없겠지.

하여튼 같은 이야기 반복이지만
나는 자살한 사람들한테 특별히 더 애도를 하거나 그런 마인드 별로 없는 사람이다.
예전에 최진실 자살 때도 했던 이야기인데
어쨌든 자살은 자기가 선택한 거니까
누가 누구를 죽였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명박이 죽인거네 검찰이 죽인거네 이런 말들) 이런 이야기 별로 공감하지도 반갑지도 않다는 말.

하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보니 죽음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해석이 들어가고 정치적인 공방이 벌어지다보면
결국엔 또 검찰이 어쨌네 이명박정부가 어쨌네 이런 소리 주구장창 들려올 수밖에 없을 거고
그럴 생각하면 벌써부터 조금 골치가 아프긴 한데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이 터지면서 현 정부가 조금 골탕을 먹는 효과도 있겠네, 싶으면 그건 좀 기분 좋기도 하고.

아무튼 국민 태반이 오징어처럼 씹어대기만 했지 별로 나라의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셨던 분이라
사망인지 서거인지도 아리까리해서 아침부터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일으켰지만
그래도 명색이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어른이 원인이야 어찌됐든 돌아가셨으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무현이라면 이를 벅벅 가는 사람들 무서워서 대놓고 애도한다는 소리도 못하는
시대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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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공감2 말해보세요:

    당당하게 애도한다고 올리셔도 될 거 같습니다. 청정한 사람, 개념있는 사람만 있다면 여긴 천국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꼴통들도 있어야 자연스럽지요. 어쩌면 그게 인간의 숙명이자 조물주의 이치일지도 모르겠네요. 노 대통령도 죽음과 삶은 자연의 일부라 하셨으니, 운명이라 하셨으니..그 무엇에도 미련이나 원망없이 떠난 거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삶..이제 조그만 비석하나에 남겨지겠군요. 그는 아마 하늘에서 훨훨 날고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이미 또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2. 접속자 말해보세요:

    잘 죽었다는 축하집회 한다고 하면 서울시가 허락해줄지도 모르겠네요. 엊그제 시청 갔는데 TV보도대로 버스는 광장을 무슨 담처럼 막고 서 있고 전경들은 좀 떨어진 웨스턴 호텔인가?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아 있더군요. 뭐하는 짓들인지 정말…..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이 재평가 받기 시작했으니, 그들도 언젠간 역사의 칼날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겁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서울의 연인 말해보세요:

    고졸이신 노전대통령님
    그분은 저에게 희망을 주셨습니다. 대한민국은 학벌과 돈과 권력이 아닌 노력과 진심을 가지면 성공할수 있는 나라라는, 그 나라가 다름아닌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퇴임후 시골로 가신 노전대통령님.
    농사를 지으시고 오리를 키우시고 녹차를 재배하시면서 농촌이 부농으로 거듭날수 있는길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한길 한길 같이 걸어가셨습니다.

    너도 나도 다 떠나는 농촌에 농사꾼이 되셔서 오리농법쌀을 수확하시고 장군녹차잎을 따시며 밀집모자에 검게 탄 얼굴로 자전거를 타시고 다니시는 모습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분이 내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셨다는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분이 안계십니다.
    이제 그 분이..
    정말 안 계십니다….

  4. 가려다가 말해보세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랄뿐입니다. 재임기간 동안 나름 잘해보시려고 많이 애쓰시고 고생하셨는데 맨날 욕만 한 것 같아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가슴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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