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7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장난감보다는 책을 사주시는 것을 더 좋아하셨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는 우리 집에서는 별로 씨알이 안먹힐 이야기였고, 그저 책이나 보면서 방구석에 쳐박혀있는 하루일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본인은 국민학교 5학년때 제기를 처음 차봤다)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이제 세월이 너무 흘러 진상파악이 불가능해졌고, 어쨌든 그때 본 책 또 읽고 또 읽고 하며 (책을 쌓아놓고 볼 정도로 부유한 집안, 아니다) 독서에 취미를 붙인 이래로 한동안 어디 ‘취미’라고 써야할 자리가 있으면 별로 상투적이라는 느낌도 없이 ‘독서’라고 쓰곤 했다. (요즘은 ‘음주’라고 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느낀 건데, 어렸을 때는 책 한권 잡으면 진득하게 앉아서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남아돌아야 보던 책 한두 페이지 더 넘기는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 예전같으면 책을 붙잡고 있어야할 시간에 인터넷이나 디비고 있고… 뭐 인터넷을 디벼도 주로 읽는 것만 디비니까 독서랑 비슷한지도 모르지만, 이러다가 나중엔 책을 아예 잡지 못하게 변해버리는 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