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픽션] 스와니강

영화 속에서 소위 “옥의 티”를 찾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아이템을 하나 소개해드리겠다. 얼마전 개봉했던 일본의 독특한 사무라이영화 <사무라이 픽션>에서다.

유난히 음악이 돋보이는 영화 <사무라이 픽션>. 이런 영화다보니 옥의 티도 음악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은퇴한 무사 한베에와 그의 딸 코하루가 마루에 앉아 어떤 노인의 톱연주를 듣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 장면에서 나온 음악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공교롭게도, 이 음악은 19세기에 미국의 작곡가 포스터가 작곡한 미국민요 “스와니강”이다. 아무리 잘봐줘도 <사무라이 픽션>은 도꾸가와 막부가 형성되고나서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17세기 정도를 무대로 삼은 영화다. 천연덕스럽게 톱으로 “스와니강”을 연주하는 이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엄청나게 초월한 굉장한 옥의 티다.

그러나 사실은 옥의 티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옥의 티”란 감독이나 편집자가 미처 챙기지 못한 장면의 부적절함을 말한다고 봤을 때, 이 장면에 다른 음악도 아닌 “스와니강”을 집어넣은 것은 분명 감독의 의도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왜 “스와니강”인가?

<사무라이 픽션>이라는 영화를 조금 돌이켜보자. 이 영화의 감독은 MTV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고(이 영화가 극영화 데뷔작) 음악을 맡은 호테이 토모야스는 록그룹 기타리스트 출신이다. 이 영화는 빠르고 강렬한 비트의 록음악으로 도배가 되어있으며, 일본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들을 소재로 풍자적인 웃음을 뽑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흑백톤의 사무라이 영화, 그리고 미국민요, 톱연주. 이 부조화를 연결하는 요소는 한때 칼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평화의 도를 깨달은 은퇴한 무사의 감동어린 표정이다. 일본의 혼이 미국의 전통에 관통당하고 있는 장면인 것이다. 일본의 전통악기가 아닌 톱을 선택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감독의 혜안이다. (가야금으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듣는 것보다는 톱으로 “스와니강”을 듣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풍자적인 기조로 가득찬 이 영화에서, 이 “스와니강”을 듣는 장면은 거의 절정에 달해있다고 할 수 있다.

앞뒤 관계를 거두절미하고라도, 울렁거리는 (톱연주를 들으면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된다) 톱 소리를 들으면서 자못 진지하게 감동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한베에와 코하루의 표정만 보고 있어도 이 장면은 최고의 코미디다. 요즘은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스와니강”을 안배우는지 많은 관객들이 이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고 한다. 이 음악이 미국민요다, 라는 사실만 새삼 되새긴 상태에서 다시 이 장면을 본다면, 지난 번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웃음꺼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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