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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시절] 술에 얽힌 이야기

1997년 12월 20일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소주를 먹었다.(맥주는 종종 먹어봤는데) 맥주 먹고서는 취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도 맥주만 마시고 취한 적은 없지만) 소주는 확실히 달랐다. 정신을 차린 곳은 난생 처음 보는 여관이었는데, 목도 마르고 용변도 볼 겸 나는 여관방에서 기어나왔다가 자지러질뻔 했다. 머리가 드래곤볼에 나오는 손오공처럼 사방으로 솟구쳐있는데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귀를 후빌 때마다 고추가루하고 누르끼리한 고체가 계속 나왔다. 진상은 나와 함께 여관으로 실려갔던 놈이 내 얼굴에다 토해가지고…… 하여튼 그 고추가루, 일주일은 계속 나왔나 보다.

대학 들어와서 술에 얽힌 에피소드 몇 가지…
– 예비대학때던가… 내 동기 모 군이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가다가 땅바닥에 드러눕더니, 갑자기 무슨 수영을 한다고 콘크리트를 헤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그 놈을 보니 얼굴이 잔뜩 긁혀있었다. 수영하다가 숨을 쉰다고 고개를 돌렸더니…
– 소주집에서 순두부찌게를 시켜놓고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내 동기 모 군이 어째 심상치않더니 바로 찌게 남비에다가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앗!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주위에 있던 우리들이 방심한 사이에 몇 명이 그 찌게를 떠먹었다고도 한다.
– 내 생일날, 친구들하고 딱부러지게 술을 마시고 4차로 학교 잔디밭까지 들어왔다가 필름이 딱 끊어졌다. 깨보니 풍물패 동아리방에서 친구 몇 놈하고 자고 있었는데, 증인들의 말에 따르면 춥다고 덜덜 떨면서 (내 생일은 11월이니까) 자꾸 난로를 끌어안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벌써 동아리방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할 뻔한 신세였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