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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불가사의한 사원

2004년 5월 5일



어떤 건물인가?

캄보디아 북서부 시엠립 근교에 있는 앙코르와트(Angkor Wat)는 크메르 제국 앙코르 왕조 시대에 건축된 사원으로, 대체적으로 이 지역 일대에 있는 1,000여개의 사원들을 싸잡아서 앙코르 와트라고 부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앙코르 와트는 그냥 사원 하나다. 이 지역에서 그밖에 유명한 사원들로는 앙코르 톰, 타 프롬, 프놈 바켕 등등이 앙코르 유적지에서 꼭 봐야할 사원으로 꼽히고 있다 한다. (1,000여개의 사원이 모두 발굴된 상태는 아니고 220여개 정도가 발굴된 상태인데, 3일패스-자유이용권?-를 이용해서 둘러볼 수 있는 사원은 고작 20개 정도라고 한다) 이 지역이 돌도 없고 땅을 조금만 파내려가도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아주 약한 지반이라는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코끼리/뗏목 동원해 바위덩어리들을 날라와서 이렇게 약한 지반 위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사원이지만 뭐 거의 성곽 분위기니까)을 쌓은 것만 해도 대단한 불가사의라고 하겠다.

앙코르 유적지에 대한 관광안내가 아니기 때문에 앙코르 톰이니 하는 잡다한 것들을 홀라당 제외하고 앙코르 와트에 대한 부분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 앙코르 와트는 힌두교 사원으로 비슈누신을 모신 신전이다. 정확히 말하면 왕과 비슈누신을 합일시키기 위한 목적의 사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세에 나타난 신인 왕이 죽은 뒤 무덤으로 쓰이는 목적도 있는 셈이다. (건물의 정면-출입구가 있는 쪽이 해가 지는 방향-죽음을 뜻하는 서쪽이라는 사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고 한다) 동서로 약 1,500m, 남북으로 약 1,300m 넓이를 해자가 둘러싼 터에 너비 190m, 사원의 서쪽 진입로 540m, 높이 65m에 달하는 중앙탑을 가진 엄청 빵빵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규모도 규모지만 내외부 조각들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또한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조각들은 인도적인 것과 비인도적인 것이 섞여있어 중국 등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중에는 불교사원으로 변신하였기 때문에 불교미술품의 양과 질도 상당하다고 한다. 중앙탑은 방추형으로 되어있고 그 동서남북에 십자형으로 행랑이 뻗어있으며 행랑은 다시 삼중의 회랑으로 둘러싸여있고 회랑의 네 모서리에는 다시 탑이 세워져있는 형태이다. (말로 설명하려니 어렵다. 그냥 사진 봐라)

건물이 생겨먹은 자세가 캄보디아제국의 세계관을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5기의 탑은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과 그를 둘렀나 히말라야 봉우리들을 모방한 것이고, 해자는 깊고 무한한 대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갖다 붙이기는 참…) 제1회랑의 내벽에는 정교한 모양의 부조가 새겨져있는데 비슈누, 크리슈나, 라마왕자, 수르야바르만 2세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보면 누군지 아나?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거다) 특히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대전쟁의 스펙타클한 장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수많은 부조작품들이 이 사원을 장식하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베트남-크메르루즈 군의 싸움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지금은 70% 정도가 파괴된 상태고 유물은 30점 이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1982년 유네스코 집계)

어떻게 지어졌나?

앞서 설명했으니 간략하게 가자. 고대 캄보디아 왕국(앙코르 왕조, 9세기~1432)의 수르야바르만 2세가 집권하던 시절에 지어진 사원이며, 건축시기는 대략 1113년부터 3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옛날 건물 지은 이야기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이때 왕들은 자기가 그만큼 오래 살 거라고 생각하고 착공식을 했던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하긴 30년이면 다른 역사유적들에 비해 짧긴 하네) 이 사원에서 가장 가까운 돌산 – 쿨렝산이 약 80km 가까이 떨어져있는데 여기서 돌을 캐서 옮겨와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 잡았지 싶다. 당시 앙코르왕조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번성했던 왕국으로 인구가 약 100만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사에 동원된 인부(포로들도 포함)만 수십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석공이나 사제들도 수천 명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1432년 앙코르 왕조가 다른 곳으로 천도된 뒤에는 불교도들이 비슈누신상을 파괴하고 소승불교 사원으로 변신-_-;시키는 바람에 중앙사당에 5m 크기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다나.

시대의 한마디?

앙코르 와트를 구경하고 온 예전 직장동료로부터, 도굴꾼들이 매우 절묘하게-_-; 떼어내 훔쳐간 부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뭘로 잘랐는지 정확하게 벽에서 부조만 잘라내 가져갔더라는데, 이쪽 지역의 돌이 좀 무른 편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참 돈벌어먹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인간들이다. 하긴 얼마전에 우리나라의 별 생각없는 이 모라는 여배우가 (배우는 맞나? 대사도 제대로 못하던데) 앙코르와트에서 허가도 없이 누드사진 몰래 찍다가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공식 항의까지 받았던가 하는 개망신을 당했다던데… 야하게는 찍어왔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