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동영상 서비스 추가



우리 집에서 컴퓨터를 처음 샀던 것이 1992년,
그때 컴퓨터를 산 목적은 형님의 워드프로세싱이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내가 컴퓨터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건담을 캐드로 그려보는 것”이었다.

어떻든 “건담을 캐드로 그려보는 것”은 성공을 했고,
사운드카드도 없고 모뎀도 없는 386DX 컴퓨터로 그후 6년을 더 버텨,
1998년 초에 사운드카드도 달리고 모뎀도 달린 펜티엄 컴퓨터로 업그레이드를 했을 때,
내가 이 놈으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컴퓨터로 영화음악을 듣는 일이었다.

여기서 언급하기 애매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내가 사운드카드가 달린 컴퓨터를 산 것이 1998년 2월이고
내가 홈페이지를 – 그것도 영화음악 홈페이지를 – 만든 것은 1997년 12월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나는 그 음악들을 들어보지도 못하고 웹에 올려놓은 거였다.
…는 진실이 아니고,
어차피 집에 있는 컴퓨터로는 인터넷을 할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학교의 경상대 PC실에서 주로 홈페이지 작업을 하고, 음악도 들어보고 그랬던 거였다.

하여튼 그렇다치고 넘어가서,
집에 있는 컴퓨터는 사운드카드가 달려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컴퓨터를 통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경상대 PC실에서 사운드카드 달린, (스피커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터넷 잘 되는 졸라 빠른 컴퓨터를 써보게 되면서,
미디(MIDI)라는 파일을 통해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구나!
라는 신천지와 맞닥뜨렸던 거다.

지금은 아마도 깡그리 없어졌겠지만,
그때는 외국사이트 중에 (그 당시 – 1997년 – 에는 국내 사이트 중에 변변한 사이트가 없었다) 영화음악을 미디로 올려놓고 듣거나 다운받을 수 있게 해놓은 곳들이 되게 많았었다.
(저작권이 강화되기 전이었던가 보다)
맨날 그런데 돌아다니면서 야 이 노래도 있네, 어 이 노래도 있네 감탄하며 듣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저 음악들을 모아서 내 홈페이지에 올려놓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거다.

미디 파일은 용량이 작은 편이라
한 곡에 100kb가 안되는 것도 많고, 커봤자 2~300kb를 넘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홈페이지에 올리려고 수십 곡을 모아놓으니 용량이 1M 가까이 되더라.
홈페이지 계정 용량이 4M인데, 꽉 차버리는 거지.
그런 상황이다보니
나중에 미디 같은 전자음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주는
(이때는 집에 있는 컴퓨터에 사운드카드가 달렸을 때다)
리얼오디오(real audio)라는 파일형식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한 곡이 보통 3~400kb, 재수없으면 1M가 넘는 파일도 있었기 때문에
내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방문객들 중에 어디서 노래방반주 같은 것을 올려놓고 지랄이냐고, 당장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바꿔놓으라고 하던 사람들 많았다.
내가 그때 맺힌 한이 많아서 이 이야기 자주 하는데, 그 개새끼들 중에 하나만 걸려봐라. 아주 곤죽을 만들어줄테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홈페이지(특히나 영화음악쪽)의 운영 모토는
“내가 들으려고 만든 홈페이지”였기 때문에
무리해서 리얼오디오 서비스를 할 생각은 별로 없었더랬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리얼오디오 서비스를 병행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으니,
아마도 한국영화사상 첫 스코어앨범 히트작이 아닐까 생각하는 (내 생각이 맞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은행나무 침대>의 음악을 구할 때였다.
앞서 말했지만, 영화음악 미디 파일의 주 공급원은 외국 사이트들이었다.
(건담음악은 일본)
그런데 한국영화의 음악들은, 미디 파일을 구할 길이 없었다. 정말 없었다.
우리나라의 컴퓨터 기술이나 인프라가 부족해서? 천만에.
죄다 리얼오디오였다.
뭐, 미디보다 리얼오디오가 만들기가 쉽다면 쉬운 편이고, (MP3 따서 변환하면 되니까)
노래방반주 같은 건 듣기도 싫을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귓구멍이 발달한 탓인지는 몰라도,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은 더하겠지만) 미디 파일은 그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은행나무 침대 노래 두 곡을 리얼오디오 파일로 올려놓기 시작한 것이
제대로 된 영화음악 서비스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실제로 그런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지만,
기왕 영화음악실을 할 바에는 실제로 그 음악이 나온 영화 속 한 장면을 직접 보여주면
단순한 음악감상실 수준이 아닌 진짜 “영화음악실”이 되지 않겠냐, 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긴, 라디오에서 하는 <영화음악> 프로그램도
그냥 음악만 틀어주는 게 아니라, 영화 정보도 전해주고, 영화 속 한 장면을 (라디오)드라마처럼 재연해주기도 하고,
뭐 그러는 것 아닌가.
내 홈페이지도 진짜 영화음악 사이트가 되려면,
음악만이 아닌 다른 무엇, 구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나 영상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겠냐, 라는 생각을 했다는 거다.
물론 미디에서 리얼오디오 파일로 옮기는 것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동영상 파일을 올린다는 건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전혀 고려해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망해버린 (어디로 갔느냐~) IntZ라는 포털사이트에서
영화에서 음악이 흐르는 한 장면을 뽑아 소개하는 간단한 칼럼을 써달라고 청탁이 들어왔을 때
해당 영상을 같이 서비스한다는 말에 혹해서, 그러마고 한 적도 있었더랬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이런 포털사이트가 하면서
나는 칼럼이랍시고 한 다리 걸치고 있으면 자기위안도 좀 되고 할테니까, 뭐 그런 심보였겠지.
하지만 10회도 채 못채우고 (다른 사람과 번갈아 썼으니까 한 넉달 굴러간 셈인가) 쫑났다.

그 후로 홈페이지 용량, 네띠앙 4메가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늘어났고,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가 왠만한 덩치의 동영상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해지긴 했지만
알다시피 작정하고 들어가면 천 개도 넘는 동영상을 서비스해야되는 입장에서
“내 홈페이지에서 영화음악과 동영상을 같이 서비스한다”는 건
여전히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최근 1,2년 사이에 UCC 바람이 불고, 유튜브나 엠엔캐스트 같은 동영상사이트들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불가능의 영역이었을테고.

굳이 내가 별도의 동영상용 계정을 얻지 않아도
유튜브나 엠엔캐스트에 가입해서 동영상을 올리고 그걸 다시 퍼오는 방식으로 내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되면서
드디어 대충 7~8년만에, 숙원이라면 숙원이던 “영화음악 동영상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아울러 항상 함께 고려하고 있던,
진정한 영화음악실은 “음악”이 아니라 “영화”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정신에 입각해,
기존의 형식을 많이 버리고, 영화 위주의 사이트가 되도록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구조는 다시 짰는데 아직 그만큼의 정보를 담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거야 뭐 시간으로 해결할 문제니까.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개편 취지는
만에 하나 이 사이트에서 “음악”이 모두 빠져나가더라도
“영화음악”이라는 이름에 걸맞을만한 사이트로는 계속 유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진짜 “영화음악” 홈페이지라면, “음악”보다는 “영화”여야하니까.

2 Responses

  1. PAL 말해보세요:

    처음 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미디음악을 듣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는군요. 아직 올라온 동영상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2. 가려다가 말해보세요:

    “영화음악” 홈페이지에 대한 시대님의 생각, 지당하시지만 그래도 음악은 다 안 빠져나갔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영화음악”이라는 이름에 걸맞을만한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성탄절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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