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건담 극장판 총평

먼저 썼던 3편의 글은 기행문에 가까운 글이었고, 이 글은 <제타건담 극장판> 영화가 아닌 제작과 개봉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다.

제타건담 극장판의 제작… 표면적으로는, 1985년 3월에 방영을 시작한 제타건담이 방영 20주년이 되었으니 하나의 기념사업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되어있다. 건담 탄생 20주년에도 뭐 여러가지 행사가 있었으니 제타건담 방영 20주년을 맞아 극장판 정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사람들이 별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가 않더라.

이미 방영된 지 20년이나 지난 작품을 극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우주세기 건담에만 목을 매온 소위 올드건담팬(필자도 포함되지만)들을 다시 규합(?)시키는 충분한 원동력이 될 수도 있었기에, 건담과는 가급적 연을 끊고 싶어하는 토미노 감독이 어떤 배경에서 제타건담 극장판의 제작을 받아들였느냐, 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뭐 시각에 따라선, 이번 작업을 본격적인 건담 죽이기로 보는 시각도 있고, 어떤 시각에서는, 토미노 감독이 최근 건담시드라는 브랜드로 열심히 올드건담팬을 실망시켜주고 있는 후쿠다 감독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라고 보기도 한다. 솔직히 상식적인 시각에서는 두번째 견해가 옳을 수밖에 없다. (이번 무대인사 중 토미노 감독께서 건담시드를 건담니트-NEET족:진학,취업을 포기한 청년백수-라고 농담식으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이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 토미노 감독의 언행, 행태로 보아 그렇게 공격적인 생각으로 제타건담 극장판을 제작했다고 보기엔 좀 많이 거시기하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만든 건담시리즈 중 가장 열혈팬이 많은 건담시리즈인 제타건담을 토미노 감독은 “본인이 싫어하는 작품”으로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가장 싫어하는 작품은 아닐 것이다. 더블제타라는 엄한 놈이 하나 있기에) 이걸 극장판으로 다시 내놓는다는 것을 “본격적인 건담 죽이기”라고 비틀어 생각하는 시각 역시 수긍할 점이 있었다.

토미노 감독의 제타 극장판 관련 인터뷰를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몇 개 읽어본 자료에 의하면 토미노 감독 스스로는 단순히 “결말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 제타 극장판 제작의 동기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발언이 알려지면서 또 올드건담 팬들이 한바탕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샤아의 마지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가? 카미유가 미치는 것이 결말이 아니란 말인가? (이 부분은 토미노가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타 소설판에서 샤아는 어영부영 행방불명 되고 시로코는 코로니레이저포에 휩쓸려 전사하는데, 극장판에서도 그런 결말을 따라갈 것인가? 대충 이런 논란들이 들끓게 되었던 거다.

숱한 논란과 의문이 던져지면서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었다. 올드건담팬들 중 제타 극장판을 쉽게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는 것… (물론 지리적인 이유로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건담팬들은 제외… 하긴 나같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인지 제타건담 극장판의 첫 주 흥행성적은 훨씬 적은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3위였다. 2주째에는 5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통상적인 영화들이 2주째에 떨어지는 폭에 비하면 그리 많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3주에 접어들면서 스크린 수가 늘어난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처음 스크린 계약을 하면서 2주 단위로 상영 계약을 했기 때문에, 개봉 2주차에 바로 스크린 수를 늘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시각이 나오게 된다. 토미노 감독이 요즘 가계 형편이 좋지 않았나 보다. 돈 좀 벌고 싶었나? 뭐 기타 등등 비슷한 류의.

직접 일본까지 날아가 제타 극장판을 보고 온 것에는 그런 이유도 조금 있었다. 토미노 감독의 의도가 과연 무엇이겠느냐는. 뒤집어 표현하면 극장판 제타건담이 TV판 제타건담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문제(신작화의 문제가 아니라)였다. 그것이 3부작에 걸쳐 표현되기 때문에 솔직히 1부만으로는 알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까지 날아간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 따로 설명했으니 중복을 피하기 위해 생략하고.

본론이다. 무엇이 달라졌느냐. 아래 감상기에도 밝혔지만 확실히 이야기는 세 명의 주인공 – 포스터에도 강렬하게 표현되었지만 – 카미유, 샤아, 아무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TV판에서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잠깐 등장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아무로가 상당한 비중을 갖게 되고, 비례하여 원톱에 가까웠던 카미유의 비중은 줄었다. (역시 비례하여 전반부에서 가장 강력한 카미유의 안티히어로 제리드의 비중은 거의 투명인간 수준이다) 여전히 빔라이플은 열심히 빗나가지만, (“에에잇~!”도 여전하고) 샤아 아즈나블-크와트로 대위의 비중은 여전하니 세 사람의 비중이 대략 균형감을 갖게 되더란 말이다. 그렇게 되면서 카미유의 구구절절한 반항아적 스토리가 많이 퇴색되고, 비교적 건실한 소년 파일럿의 이미지로 보여진 부분도 없지 않다. 어쨌든 카미유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모빌슈트를 타고 있으니. (결정적으로 샤아를 수정하는 장면도 빠지고)

앞선 글에서 제타 극장판의 신작화 삽입 원칙을 잠깐 밝혔지만 되풀이하자면, TV판의 이야기를 축약하면서 원래 없던 장면을 어쩔 수 없이 새로 그려야 하거나 4:3 비율의 TV용 영상을 16:9의 극장판 영상으로 만들다보니 위아래를 조금씩 자르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그리게 되는 부분 정도를 신작화로 삽입시켰을 뿐, 나머지 그림은 가급적 TV판을 살려서 가는 것이 원칙이었다. 예를 들어 에마가 바스크의 친서를 갖고 아가마로 오는 부분에서 TV판과는 달리 에마와 함께 프랭클린(카미유의 아버지)이 아가마로 오게 되는데, (카미유의 어머니가 죽은 후 에마와 카미유가 알렉산드리아로 돌아가는 장면 없이 바로 프랭클린이 릭디아스를 타고 아가마를 탈출하도록 하기 위해서 스토리가 변경된 것 같다) 에마가 MK II에서 나오는 장면은 원작화 그대로이지만 바로 뒤이어 프랭클린이 모빌슈트에서 내리는 장면은 신작화다. (표현이 좀 어떨지 모르지만, 의외로 멋있게 그렸다. 예고편에서 그 부분을 잠깐 보고 나는 카미유가 아가마에 처음 도착하는 장면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뒷부분, 갸프랑과 앗시마가 연달아 아우도무라를 습격하는 장면은 (워낙 빠르게 지나가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거의 100% 신작화라는 느낌이 드는데, 전체적인 진행이 TV판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작화를 굳이 집어넣은 것은 앗시마를 워낙 화려하게 표현해보려는(특히 변형장면의 퀄리티는 TV판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마지막에 앗시마를 특공으로 몰아내는 아무로 역시 화려하게 등장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제타건담 극장판 1부의 성과라면 단연 “아무로의 부활”을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앞으로 2부와 3부를 지켜봐야 정확한 답이 나오겠지만, 토미노 감독의 새로운 제타 극장판이 “아무로의 부활” 같은 올드건담 팬의 입맛에 맞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는 <연인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오는 걸로 봐선 포우의 이야기를 등장부터 죽음까지 완전히 결말지으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3부는 하만과 시로코, 샤아, 카미유의 이야기로 갈 것 같다. (하만의 등장 자체가 3부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새삼 추가되는 기대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포우의 죽음이 2부에 포함된다면 3부에서는 1부에서 그렇게 밀어주었던 아무로가 등장할 장면이 정작 하나도 없어지기 때문에, 어쩌면 아무로를 우주로 확 보내버리는 방법으로 3부에도 등장시키는 과감함을 토미노 감독이 한번쯤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현된다면 제타건담 극장판 최고의 이슈가 될테지만, 솔직히 기대할뿐 실현될 거라고 믿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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