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주윤발 영화 베스트 5

2006년 11월 22일

1. 영웅본색 英雄本色 (1986)

제 또래 한국남성에게서 이 영화를 빼버리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 대부분이 사라져버릴 겁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가져온 소위 <홍콩 느와르>의 바람은 대단했고, 또 충격적이었죠. 사실 보통 주인공은 한 대도 맞지 않고 적들을 벌레잡듯 잡아버리던 헐리웃 액션영화에 익숙해졌던 우리 세대에게 주인공이 총맞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장면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죠. “형제란…!”이라는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죽어가던 주윤발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을듯.


2. 첩혈쌍웅 The Killer (1989)

<영웅본색>에서의 주윤발은 처음 몇 장면 이후에는 지저분하고, 다리도 절고, 별로 멋있게 나오지는 않죠. (워낙, 영웅본색의 주인공은 적룡이기 때문에) 하지만 <첩혈쌍웅>에서는 주윤발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리에 긴 코트, 쌍권총을 휘두르며 똥폼 다 잡고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총 맞고 죽습니다만 죽기 직전, 수많은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눈먼 여주인공과 엇갈려버리는 장면은… 역시 평생 못잊을 장면 중 하나.

3. 가을날의 동화 秋天的童話 (1987)

누차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만, 제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좋아하는 정통 로맨스물입니다. 여기서 주윤발은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사는 건달로 나오는데, 원래는 애인이 있었던 종초홍과 소원한 듯 서서히 가까와지는 그 묘사가 왠만한 로맨스영화들은 따라잡기 힘들만한 내공을 보여준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상투적인 묘사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엇갈리는 선물 같은 클리셰도) 전체적인 감성이 저한테 잘 맞더군요. 그게 주윤발 형아의 힘인 것 같기도 하고.

4. 와호장룡 臥虎藏龍 (2000)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주윤발은 헐리웃 진출을 선언하죠. 그러구나서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를 시작으로 숱한 영화를 찍었습니다만, 솔직히 이 영화 정도가 좀 낫지 나머지는 뭐 영 아니죠. 중국인 감독이 찍어서인지 주윤발을 “무술 잘하는 원숭이” 정도가 아니라 제법 배우로서 대접해줬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죠. 다만 강호의 최고수라고 제법 똥폼 잡고 나오긴 합니다만 머리를 홀라당 밀어버려서 예전의 그 스타일리쉬하던 포스는 잘 안나오더만요.

5. 대장부일기 大丈夫日記 (1989)

주성치 때도 그랬는데, 주윤발도 4편 고르고 나니까 나머지 한 편을 고르기가 애매모호하군요. 한때 대유행이었던 홍콩도박영화들에 심취했었다면 손쉽게 <정전자>를 고를테지만 솔직히 그런 쪽은 <지존무상>말고 별로 좋게 본 작품이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주윤발이 제대로 망가졌던 코미디 <대장부일기>를 골랐습니다. 일단, 주윤발이 나온 영화 중에서 이렇게 웃으면서 본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