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 2] 전형적인 속편

<천녀유혼>이 성공했다. 쉽게 말해서 돈을 벌었다. 이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그럼 속편은 언제 나오냐?

실제로 필자도 속편을 애타게 기다린 사람 중의 한 사람이고, 천녀유혼 2가 나오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지는 못했지만 결국 보고 말았다. 눈물을 흩뿌리고 말았지만… 영화의 속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회심의 영화, 바로 <천녀유혼 2>이다.

속편을 제작하는 제작자는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우선 속편이란 전편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맺어주겠다는 뜻보다는 전편의 성공을 등에 업고 돈이나 벌어보자는 속셈이 다분하다. 게다가 전편과 너무 다른 내용은 관객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에 가능한한 전편과 비슷한 플롯, 때로는 전편에서 나왔던 장면과 유사한 장면, 거기에 전편보다 볼거리를 더
줘야하므로 항상 전편에 비해 물량이 과다 투입되기 마련이다.

자, 하나씩 짚어보자. 속편은 전편과 비슷한 플롯을 갖고 있는가? <천녀유혼>에서 나오는 귀신은 처음에 나무귀신, 그리고 그보다 훨씬 강한 흑산대왕이다. 속편에서는 어설픈 에일리언처럼 생긴 집귀신이 나오고, 또한 그보다 훨씬 강한 지네가 등장한다. 나무귀신의 거대한 혀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면, 이번엔 지네가 그 길이와 규모로 승부하는 것이다. (처음에 위천풍무리가 가짜 귀신으로 나올 때도 긴 혀를 갖고 있다. 전편에 대한 자연스런 연상을 이끌어내자는 속셈이다) 또한 나무귀신이 왕조현(섭소천)의 유골을 손에 넣고 그녀를 조종해오다가 영채신이 구출해주었다면, 이번엔 집귀신이 왕조현(위천풍)을 포로로 삼아서 괴물로 만들었다가 영채신이 기를 불어넣어 그녀를 살려낸다. 전편에서 부패한 관리와 현상금을 쫓는 칼잽이들을 등장시켜 약간의 풍자를 넣었다면, 이번엔 청빈한 관리이면서 유배를 가는 위대인과 그를 추적하는 간신배들을 집어넣었다. 왕조현(전편에서는 섭소천, 속편에서는 위천풍)은 한남자(전편에서는 귀신)와 정혼한 상태에서 영채신과 사랑에 빠진다. 전편에서 연적하는 지옥에서 싸우다가 왼팔을 다치는데, 속편에서 무사 곽천호(이자웅)는 싸움 도중 왼팔을 절단당한다. 영채신이 난약사의 미이라들과 아슬아슬하게 엇갈리는 장면이 초반에 눈길을 끄는데, 여기서는 영채신과 지추(장학우), 집귀신이 “정지술”로 아슬아슬하게 엇갈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전편과 유사한 장면? 전편에서는 왕조현(섭소천)이 영채신을 숨겨주기 위해 목욕통에서 웃옷을 벗어던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영채신이 왕조현(위천풍)을 숨겨주기 위해 웃옷을 벗어던지지만, 상황이 다분히 코믹적이고 그리 인상적이지도 못하다. 전편의 나무귀신이 남녀양성의 모습을 하고있었는데 이번엔 지네가 사람으로 변한 모습이 남녀양성의 모습이다.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연적하와 영채신이 말을 타고 달려간다면, 속편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위천풍과 영채신이 말을 타고 달려간다.

그럼 얼마나 과다물량이 투입되었는가? 전편에서 주요 등장인물이라고는 주인공 세사람과 귀신 둘을 빼면 초반에 싱겁게 죽는 검객 하후형 정도지만, 속편에서는 귀신과 싸우는 사람들만해도 연적하, 지추, 곽천호 세 사람에 위대인, 위천풍, 그녀의 동생 등 수두룩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연적하마저 전편에서 보이지 않았던 화려한 술법을 그사이 연마했는지, 등에 지고 있던 상자에서 수십개의 칼을 뽑아내서 그 칼을 타고 날아다니기까지 했다.

그럼 뭐가 문제냐? 일단 전편과 비슷한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볼거리면에서는 충족을 줄만 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전편이 아무리 귀신영화라지만 주제는 “사랑”이었다. 사람과 귀신의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 그리고 결국은 맺어지지 못한 애틋한 사랑. 그런데 후편에서는 그런 주제가 없었다. 그냥 느닷없이 줄줄이 나타나는 귀신과 아무 이유없이 치고받았을 뿐이다. 전편에서 영채신이 소천을 고향으로 보내주기 위해 나무귀신, 흑산대왕과 싸웠다면, 속편에서 영채신은 어쩌다가 위천풍을 만나서 그냥 귀신과 마주쳤을 뿐이다. 집귀신과 싸움이 붙은 이유는 지추의 말을 훔쳐탄 바람에 귀신사냥꾼 지추와 동행하게 된 탓이고, 지네와 싸운 이유는 위천풍의 아버지 위대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단(시나리오상 그렇게 해석되길 바랬을지는 몰라도) 마치 왕실과 국가를 위한 것인양 과대포장되어버렸다.
일단 전편에서 환상적이었던 음악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것이 그나마 <천녀유혼>이란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았다고 할까. 그러나 그것을 따라주는 영상이 없었다. 전편을 보면, 초반에 이미 연적하와 하후형의 검투장면에서 관객들은 완전히 화면에 사로잡혀 버리고, 다시 소천의 신비스런 모습, 아련한 긴 소매의 흰 옷, 그리고 연적하가 술을 마시고 추는 칼춤 장면 등이 뇌리에 콱 박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속편에서는, 아쉽게도 그렇게 뇌리에 박힐 장면이 없다. 지금 영화를 본 지 어언 7년이 되가는 필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연적하의 칼이 공중에서 원을 그리는 장면 말고 딱히 좋았다고 생각되는 그림이 없다. 결정적으로 영상미가 떨어지는 것은 인간으로 전락(?)해버려 신비감이 뚝 떨어진 왕조현이다.

그러나 <천녀유혼 2>는 적어도 전편의 성공요인 일부는 갖추고 있었다. 음악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장면들, 마지막에 해결사처럼 연적하가 등장할 때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긴박한 스토리 전개 등 그럭저럭 쓸만한 영화였다. 단 하나, <천녀유혼>이라는 걸출한 전편이 없었다면, <인간도>만으로는 절대로 호평을 줄 수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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