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시절] 학생회장 선거 / 첫음주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무척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형이 이미 다니고 있던 N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선생님들로부터 “형은 공부를 잘하는데 너는 이렇게 공부를 못하느냐?”는 꾸중 아닌 꾸중을 숱하게 들어야 했는데, 이 공부 잘하는 형이 N 고등학교 최초의 직선제 학생회장에 출마하였던 것이다. 87년의 6.29선언과 민주화 바람을 타고 시작된 이 직선제 선거는 지역감정(문과와 이과로 표가 나뉘었고 출신 중학교별로 표가 나뉘었다)이 판을 친 선거로 기록될 만 했다. 형은 문과였고 남학교의 특성상 문과와 이과가 표 대결을 벌이면 2:3 정도의 열세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자연히 선거운동은 문과나 이과로 나뉘지 않은 1학년들에게 집중되었는데 일단 풍채가 괜찮은 우리 형이 왜소한 상대방보다 인상에서는 점수를 따고 들어갔다.
당시 나와 내 친구들도 선거운동이랍시고 떠들고 다녔지만 공식적인 활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 친구 중에 김 모군은 자기 형도 우리 형의 선거운동본부에 속해있었고, 또 자기 형과 경쟁적인 사람이 상대방 선거진영에 있었기 때문에 나보다 기를 쓰고 선거운동에 열심이었다. 그 친구 덕택인지(확인된 바는 없지만 1학년에서 우세였다는 소문이 있었으니까) 형은 당선되었고 나는 전경환이 아닌 백경환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실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1학년때, 반별로 여름방학을 이용해 담임선생님의 지도하에 수련회를 다녀오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 우리 반은 영종도를 골라서 떠났는데, 2박3일의 일정 중 마지막날 밤 선생님이 맥주를 여러 박스 싣고와서 애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얘기는 집에 가서 하는 거 아니다”라는 가르침과 함께.
그 이후 나는 1학년때만 선생님과 두 번이나 더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한 번은 겨울방학 하던 날 친구 몇몇과 어떻게 선생님이 어울리게 되어 무슨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왈 “선생님하고 같이 오면 괜찮아” 또 한 번은 봄 방학하고나서 친구들끼리 어울렸다가 무작정 선생님 집에 쳐들어 갔는데,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맥주를 다섯 병인가 사가지고 갔었다. 그걸 본 선생님 왈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 그러더니 우리가 보는 앞에서 사모님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슈퍼에서 한 박스 사다 애들 멕이자구. 아 설마 애들이 한 박스를 다 먹겠어? 남으면 당신하고 나하고 밤에 마시고…” 결론은, 그날 선생님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넷이서 맥주 한 박스에서 네 병 빠지게 마시고 헤어졌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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