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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00 출연

2008년 12월 22일

그러니까 예심을 본 것이 지지난주 화요일이니까 12월 9일.
일주일 이상 소식이 없다가 난데없이 출연하라고 연락온 것이 지난주 수요일이니까 12월 17일 수요일.
“촬영이 일요일인데 그날 시간이 되시나요?”도 아니고
“촬영 일요일이구요, 어디로 오시고요…” 그냥 이런 식.
너 아니어도 출연시킬 사람 많다는 뜻이겠지.
안좋은 성질에 “제가 그날 사정이 생겨서 못나가면요?” 했더니
“안돼요” 하더라.
아 눼.

먼저 출연했던 회사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오후 4시에 오라고 해서 갔는데 밤 9시도 훨씬 넘어서 끝났다고 함.
나는 오후 6시까지 오라고 했으니 (시간 왜 변동?)
마찬가지로 대입시키면 11시 넘어서 끝난다는 이야기.
일요일인데 지하철 끊어지는 거 아냐 이거;;
방송 나가서 잘하고 못하고는 안중에도 없고 집에 언제 올지 걱정이나 하고 앉아있었음.

그렇게 촬영일인 일요일이 닥치고 (바로 어제)
대충 시간 맞춰 오후 6시 살짝 넘은 시간에 KBS 신관으로 갔음.
입구에 보니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선” 안내화살표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1대100 촬영장소” 안내화살표도 드문드문 붙어있던데
로비로 들어가서는 특별히 표시가 없어서 잠시 두리번거렸더니
보디가드처럼 양복입은 아저씨가 “1대100 출연자는 이쪽으로 가시라”고 알려줘서 길을 찾음.
공개홀 입구에서 경비아저씨가 인원 체크를 하는데
A4용지에 출연자와 좌석배치까지 이미 다 나와있더군.
나는 72번. 위에서 두번째 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연예인 누구 왔나 얼른 봤는데 그룹 ‘카라’에서 2명 하고 개그맨 몇 명 이름 알겠더만.

처음엔 왠 공개홀에 1대100세트가 있길래 거긴가 해서 갔더니
누군가가 “1대100 출연자는 라디오공개홀로 가세요”라길래
어 여기가 아닌가 싶어 다른 사람들 따라나와서 우르르 라디오공개홀을 찾아 응원차(?) 따라온 마누라와 함께 들어가 앉았음.

잠깐 기다리고 있으려니 구성작가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와서 출석(?)을 부르고 유인물을 나눠줌.
내 이름을 부르길래 나가서 받아왔더니 녹화진행순서와 주의사항 등이 적혀있음.
오늘 촬영분은 내년 1월 6일 방영되고
1인 출연자는 개그맨 이수근과 일반인 손모씨라는 내용도 있었음.

다 나눠준 거 같은데 사람이 좀 덜 왔는지 잠시 소강.
그 사이에 우리 옆에 있던 남녀가 자기네 일행을 찾았는지 다른 쪽으로 가면서
“서울대 어쩌구”하는 말을 마누라가 들었음.
서울대에서 단체촬영 왔나보다고 마누라 쫄기 시작.
아 어차피 1등하러 온거 아니다 라며 안심시켰음.

그러구 있는데 작가들이 다시 와서
4명이 안왔다고, 일행으로 오신 분들 중에 촬영하고 싶은 분 계시냐고 하자
몇 사람이 번개처럼 손을 들었음. (마치 알고 온 양)
근데 TO는 4명인데 손들고 나온 사람은 5명이라
작가들이 즉석에서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한 명 탈락.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인원이 채워지자 주의사항에 대한 전달이 있고
촬영장소로 이동.

(이상하게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다;;;)

뭔가 긴 거 같아서 주의환기차원에서 이미지 하나.
빨갛게 동그라미 친 곳이 본인이 출연한 자리.
다시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위에서 두번째 줄이고 TV화면상으로 왼쪽에서 다섯번째.
카메라가 잘 안잡아주는 자리인 거 같음.

마누라보고 사진 좀 찍으랬더니 내 디카는 익숙하지 않아서 잘 못찍고
핸드폰카메라로 몇 장 찍었다는데 아직 나도 못봤음.
어쨌거나 자리 잡고 서니 조명이 각각마다 하나씩 다 쌔려주고 있어서
눈도 부시고 좀 더운 거 같아 일단 잠바를 벗었음.
앉는 자리가 아니라 두세시간 이상 서있으려면 좀 힘들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들 자리잡고 있는데 LG트윈스 유니폼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오는게 보임.

아 신문에서 LG트윈스 선수들이 이 프로그램 출연한다더니 같이 걸렸구나.
우르르 지나가서 잘 못봤는데 박용택 안치용 김정민 류택현 우규민 봤음.
심수창 나왔다는데 얼굴 못봤음.
타이거즈 선수들이 나왔으면 내가 쫓아내려가 한명씩 안아주고 왔겠다만.

자리가 대충 차니까 PD라는 자가 나타나 다시 공지사항 전달.
오늘이 1월6일, 그러니까 2009년 첫방으로 나가는 거라서
인터뷰할 때 2009년을 올해라는 식으로 해달라는 당부와
기타 촬영순서라거나 인터뷰시 주의사항 뭐 이런 거 위주.
그 사이에 작가들은 단체출연자들 체크하면서 구호 정하고 뭐 그랬음.
근데 우연찮게도 아까 대기실에서도 내 옆에 있던 그 서울대 어쩌구 하던 친구들이 촬영자리도 내 옆이었는데
작가들이 와서 “서울대 로스쿨~”이라더군.
어 좀 쎄게 걸렸네.
아니지 1등하러 온 것도 아닌데.

하여튼 PD가 촬영시간이 좀 여유가 있다며 10분 휴식을 주길래
방청석에 앉아있던 마누라한테 잠깐 내려가서 앉아있다가
마누라 화이팅 소리를 듣고 다시 자리로 복귀.

그렇게 오후 7시 10분쯤 녹화시작.

방송결과를 미리 이야기하면 애써 촬영한 방송 관계자 여러분께 누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방송내용에 관계된 이야기는 나중에 방송 나간 후 후일담으로 다시 쓰겠음.

방송내용과 관계없는 이야기 몇몇.

진행자 손범수 머리 큼.
그리고 진행자용 모니터가 카메라에 안잡히는 자리에 따로 있는데
그 모니터가 안보이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TV화면에서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손범수가 대본 다 외워서 하는 줄 알 거 같음.
문제 나오면 시간 끌어라, 지금 답 확인해라, 누구 인터뷰하면서 뭐 물어봐라, 답에 대한 해설까지 모니터에 계속 나옴.
세트가 TV로 보기엔 꽤 그럴듯한데 막상 가서 보면 꽤 불안불안함.
(고정도 안되어있어서 테이블이 막 흔들흔들함)
발자국도 막 나있는데 그런 건 아무리 HD방송이라도 안나오는 모양.
처음 1인 출연자가 1시간반 정도 촬영하고 10분 쉬었다가
다음 1인 출연자가 1시간 정도 촬영했는데
처음엔 좀 버틸만하더니 나중엔 계속 서있기 무리였는지 좀 힘들었음.
일반인 출연자는 (실력도 있고 하니) 별로 그런 걸 못느꼈는데
연예인 이수근 출연했을 때는 답이 산으로 간다 싶으면 진행자나 다른 쪽에서 눈치를 좀 주는 편.
그렇다고 정답을 알려주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찬스를 써보라거나 다시 생각해보게 시간을 끌거나 하는 식.
그런 건 뭐 편집하니까 방송엔 잘 안나오겠지.

녹화 종료된 시간이 10시가 좀 안된 시간.
생각보다 한시간 가량 빨리 끝났음.
마누라한테 갔더니 재밌었다고 좋아함.
근데 모니터에 간간이 내 얼굴이 잡혔는데
전부 다 인상쓰거나 심각한 얼굴인데다 어깨도 좁게 나왔다고 불만.
(테이블이 낮은 편이라 허리를 좀 숙이고 있었더니)
남편 TV나왔다고 자랑해야되는데 웃는 모습이나 그런 거 좀 잡아주지 안그랬다고 투덜투덜.
…웃으면 뭐 좀 괜찮기는 한가?

출연료로 상품권을 주길래 받아왔는데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펴보니 3만원.
먼저 찍은 사람은 5만원 받았다고 들은 거 같은데.
가서 따지기도 뭣하고 참으로.

더럽게 많이 썼는데 방송내용 빠지니까 알맹이는 하나도 없지만
방송내용과 관련한 이야기는 방송 이후 다시 쓸 거라고 다시 약속하면서
이만 줄이겠음.

아는 문제 실수로 틀린 건 없어서 그래도 기분좋은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