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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일흔두번째

2007년 11월 25일

[봉대리의 일기]

3/10 (금) 날씨 좋군…

별로 바쁘지도 않다.
몸이 좀 이상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면 남모를 고민이 있느냐? 그것도 천만에!!
봄이라 무기력증에 빠진 것인가? 전혀!!!
그런데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졌다.
어제는 일기 쓰는 것을 잊어버렸다.
밀린 방학 일기 쓰는 심정으로 오늘 쓸라고 일기장을 펼쳤는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카맣게 잊어버렸다!!
오늘 아침엔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를 하드 포맷해버렸다가
어제 작업하던 파일을 백업받아놓지 않은 게 생각나서 늑대처럼
울부짖어야했다. 오메~
점심시간엔 전화 받느라고 직원들보고 잠깐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전화 끊고 유유히 짜장면 시켜먹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녀석이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나갔다가
가는 길에 다른 친구놈을 우연히 만나서 저녁 먹고 들어왔다.
핸드폰에 음성 무지하게 들어왔던데 들어보기가 겁난다.
치매가 빨리 오는 걸까?
죽을 병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내일 주말이니까 상쾌하게 넘겨야겠다…

[피부장의 일기]

3/10 (금) 날씨야 뭐… 흐리네…

전혀 바쁘지 않다.
몸이 좀 이상하다거나… 머리는 얼마전에 크게 다쳤지만 뭐 다른 부위야
그저 그렇지.
그렇다면 남모를 고민이라도 있느냐?
봉대리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몰아낼 수 있는가 하는 고민 말고는
뭐 역시 없다고 생각된다.
봄타나? 이 나이에 그런게 있을리도 없고.
그런데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졌다.
어제는 일기 쓰는 것까지 잊어버리고 말야… 이상해졌어…
그래도 일기가 밀려서는 안된다! 이것은 나의 쪼매난 역사이다! 라는
신념으로 일기장을 펼쳤으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침에 그룹웨어로 이사님이 메일을 몇통 보낸 걸 확인하고
나중에 읽어본다고 그랬다가 다른 읽어본 메일하고 함께 지워버렸다.
(그 바람에 안죽을만큼 혼났다… 전에는 피부장 이거 잘갔나? 이런
장난스러운 메일만 보내더니 갑자기 회의 참석을 메일로 통보하면
어떠카냐고…)
점심시간엔 식당에서 잠깐 화장실 간다고 밖으로 나왔다가 다른 식당가서
새로 주문해 시켜먹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봉대리한테 시킬라고 일꺼리 잔뜩 만들어서 짱박아놨는데
신문보다가 잊어먹었다.
으윽~ 봉대리에게 금요일 저녁을 베풀어주다니…
아무래도 다른 이유는 없고
머리를 다친 탓인거 같다.
아니면 병원 밥을 오래 먹어서 기가 허해졌거나…
그 병원 아무래도 밥에 감퇴제 섞는 모양이다.

SIDH’s Comment :
아마 3월 9일, 바빠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봉대리일기 연재하는 거 하루 까먹고
다음날 부랴부랴 이런 식으로 썼을 거다.
이것도 날로 먹는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