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백쉰여덟번째

[봉대리의 일기]

9/6 (수) 비오다 맑음

아침에 비가 졸졸 오길래 우산을 들고 나섰더니
화창하게 개더군.
괜히 우산만 들고 왔다갔다한 꼴이라 괜히 부아가 나네.
그나저나 오늘 황대리가 아침부터 숨이 넘어갈 것처럼 꺼벅꺼벅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덜내미가 말을 했다나…
내리던 비가 거꾸로 하늘로 솟구칠 일이로다…
그놈 아덜이 8월2일에 태어난 거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거늘…
이제 겨우 삼십몇일된 애기가 말을 했다구?
무슨 말을 했는데?
예의상 물어봐줬다.
나를 불렀어! 나를!
친구여.
황대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버버버… 그거는 아빠라고 부르는게 아니라 그냥 어버버..일
뿐이라네.
아쒸 나도 알아. 아빠라고 한 게 아니라구.
그럼 네 이름이라도 부르던가?
이름은 아니지만…
이 자식이 대충 얼버무릴라구 그러네.
애가 괜히 입을 움찔움찔하다보면 별 소리가 다 나는 법이니 말을
했을리가 있냐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막무가네다.
하긴 삼십몇일 된 애가 입으로 무슨 소리를 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아주자.
나도 애기 생기면 저 지랄 하겠지 뭐.

[황대리의 일기]

9/6 (수) 비는 시늉만… 덥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애기가 나를 불렀다.
애기엄마가 문앞까지 애기를 델구 나와서 아빠 간다, 아빠 빠빠이~
라고 억지로 손을 잡아서 흔들고 있는데,
이놈이 입을 움찔움찔하더니…
말을 했다!!!!!
뭐라고 했냐고?
나를 불렀던 것이다!!!
뭐라고 불렀냐고?
내가 촌스럽게 광고에서처럼 아빠빠빠… 이거를 듣고 아빠래요…
이러는 사람은 아니다.
애기는 나를 보고… 개구리! 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똑똑한 놈이 아빠의 별명까지 알다니!!!!
비록 감추고 싶은 별명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말을 하고, 그것이 나를
불렀다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애기엄마는 무슨 말을 했냐고, 아침 공기가 차니까 기침을 하려다가
재채기 비슷한 소리가 났을 뿐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엄마를 먼저 안부르고 아빠를 먼저 불렀다는 것에 새침해져서 괜히
트집잡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애가 벌써 말을 했다!
이거는 불변의 진리요, 만고의 철칙이다.
(무슨 소린지 내가 써놓고도 좀 그렇다)
내가 천재를 낳은 것은 아닐까?

SIDH’s Comment :
원래 아이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은 조금 바보가 되기 마련.
별 것도 아닌 걸로 애가 혹시 천재는 아닐까 고민하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애가 혹시 잘못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그러는 법이란다.
올해 들어서 1월1일에 태어난 아이를 시작으로
불과 보름 사이에 주변에서 아이 낳은 사람이 셋이나 되는데
뭐, 좋은 징조려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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