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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의 동경여행 / 우에노~이케부쿠로

2005년 6월 12일

2005년 5월 28일 AM 06:45 우에노행 JR선 탑승.

(여행하면서 수첩에 계속 시간을 적으면서 이동했더니 여행기 쓰기 편하고 좋네)

하마마츠죠에서 신바시 – 유라쿠초 – 도쿄역 – 간다 – 아키하바라 – 오카치마치를 거쳐서 우에노에 도착하므로
약 14분 정도 걸리려나… 생각했더니 정말 그 정도 걸렸음.
(서울처럼 동경도 지하철 역간 거리가 약 2분 가량)

전철에 탔더니 이젠 정말 주위에 한국사람 하나도 없고 전부 일본사람들.
문득 든 궁금증이 저 사람들은 지금 나를 보고 외국사람이라고 생각을 할까? 라는…
유럽여행을 갔을 때는 워낙 외모에서 차이가 나니까 호객꾼들도 중국말을 했다가 일본말을 했다가 그랬지만
여기서는 일단 외모에서 별 차이가 없으니 그냥 지방에서 올라온 여행객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음.

동경 전철은 우리나라와 달리 출입구 위에 노선도가 없고
LCD 화면으로 다음 역, 현재 방향, 걸리는 시간, 그리고 광고-_-를 끊임없이 틀어주고 있었음.
(역시 돈많은 나라는… 음…)
물론 다음역은 어디라는 안내방송이 끊임없이 나오긴 하지만
신경써서 들어야하는 일본말보다는 눈에 확 들어오는 안내화면만 주시하고 있어도
(심심치않게 옆에 광고도 틀어주니까…)
내릴 역 모르고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았음.


JR 야마노테선 차내 안내화면

참고로 서울에서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자리에 앉아서(때로는 서서도) 화장을 하는(고치는…이 아님) 아가씨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봤음.-_-;
우리나라 여성들이 립스틱이나 바르는 수준이라면 이 아가씨는 기초화장부터 무진장 정성들여서 하고 있더만.

마침내 목적지인 우에노역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6시 58분.
(서울에서도 항상 그 모양이긴 하지만) 어디로 나가야될지 몰라 표지판을 보고 한참 헤매다가
주변 약도가 그려진 곳을 보니 공원쪽출구라고 된 곳으로 나가면 될 것 같아
공원쪽 출구(약도 바로 앞에 있었음)로 나가니 바로 우에노 공원.
말로만 듣던 동경문화회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음.

우에노공원은 순전히 아침시간의 애매함을 메꾸기위한 곳이었으므로
한 시간 정도 공원 안을 휘적휘적 걸어다녀보기로 함.
(괜찮은 건물이 많다는 소문도 이미 듣고 왔음. 흐흐흐…)



동경문화회관
우에노역 바로 앞에 있는 건물. 음악당이란다. 그 아침시간에 당연히 들어가보지는 못했고…



서양미술관
요게 르 꼬르뷔제가 설계한 건물이란다. (파리에서도 못본 꼬르뷔제의 건물을 동경에 와서 보다니 ㅠㅠ)


국제어린이도서관
1906년에 건축된, 메이지시대의 대표적인 서양풍 건물 중 하나란다. 하도 명성이 자자해서 이거 보려고 일부러 길건너 물건너 찾아갔는데, 생각보단 초라하더라.


동경국립박물관
그냥 앞에 가서 쳐다만 보고 왔다. 아침 일찍이라 문도 안열었을테니.


우에노공원 동물원
역시 앞에서 쳐다만 보고 왔음. 동물원에 갈 생각조차 없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느낀 점.
1. 까마귀 무진장 많다.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더니…)
2. 노숙자 무진장 많다.
공원 사진을 좀 많이 찍으려고 했더니 노숙자가 하도 많아서 (아직 자고 있는) 사진 베릴까봐 안찍었음.
특히나, 워떤 분수+연못 앞의 벤치에 줄줄이 앉아있는 (한 십여명?) 노숙자들이 모두 만화책을 읽고있는 장면은 가히 예술적.
연못 앞에는 물론 아직 잠에서 덜깬 노숙자들이 더러운 담요 뒤집어쓰고 널부러져있고.
하여 인터넷에서 우에노 공원 사진을 찾아 몇 장 올리니 그냥 감상바람.
(내가 본 것과 아주 다른 것은 배제했지만 – 계절적인 것이라거나 뭐 기타 등등 – 그렇다고 똑같지도 않을테니 참고할 것)





우에노공원

분수 연못을 좀 지나니 아침 산책을 나온 건지, 무슨 모임이 있는 건지
애완견들을 잔뜩 데리고 온 사람들이 한무데기 모여있었음.
아까 어린이도서관 갈 때는 애완견 데리고 산책나온 두 남녀가 마주 보고 걸어오다가 반갑게 인사하는
무척 헐리웃영화스러운 장면도 목격했었는데… 흐흠.

대충 돌아봤다 싶어서 입구 쪽으로 되돌아가려는데
큰 나무 한 그루에 푯말이 하나 붙어있어서 그냥 무슨 나무인가… 싶은 호기심으로 다가가봤더니
대뜸 쓰여있는 말,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황당해서 차근차근 읽어보니
나무에 대한 이러저러한 설명을 써놓고 이 푯말을 들춰보면 정답이 있습니다…라고 씌여있었음.
들춰보니 정말 정답이 있더만. (모르는 이름이라 생각 안남)
걸어가면서 좍 훑어보니 모든 나무에 푯말이 요따우로 붙어있는데
이게 과연 공부(현장학습)를 위한 건지… 아니면 일본인들 국민성이 요따우인 건지…
(사촌동생한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대뜸 나오는 반응 “짜증나”
머리로 뭔가를 생각하는 걸 무척 짜증내하는 녀석임)

그렇게 우에노공원을 빠져나오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알루미늄 빳따 소리가 깡~ 하고 경쾌하게 들려서
어딘가… 하고 가봤더니 우에노공원 안에 작은 야구장을 만들어놨더만.
제대로 유니폼 입고 경기를 하는 중인데 노숙자들 몇몇이 철조망 밖에서 구경하고 있고
(파울볼이나 기타 위험을 고려해서인지 상당히 높은 철조망으로 야구장 주변을 둘러싸놓았음)
타자는 헬멧을 안쓰고 타석에 들어서고, 포수는 가슴 프로텍터 없이 포구하고 있었음.
주심은 옷 제대로 갖춰입고 심판 보던데.


연식야구 경기 중

처음엔 우리나라 조기축구처럼 일본은 토요일 아침부터 조기야구를 하는군… 하는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다가 “우에노지역 연식야구대회”라는 플랭카드를 철조망에 걸어놓은 걸 발견.
음… 연식야구고 정식대회인가보네…
선수들 나이는 30대초반에서(20대로 보이는 사람은 얼마 없었음) 50대 정도까지 다양하게 보이는데
어떤 안경쓰고 깡마른 40대 후반 정도의 아저씨가 낮은 볼 두 개에 어이없는 헛스윙을 하시길래
쯧쯧 역시 나이는 못속이는가보구만… 하고 생각했다가
역시 낮은 볼을 제대로 걷어올려서 철조망 끝을 때리고 밖으로 튕겨나가는 투런 홈런을 작렬.
(앞서도 말했지만 여기 철조망이 엄청 높아서, 거의 보스턴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 수준임)

한 이닝 정도 (공수교대 한번씩) 구경하다가 야구장을 떠나서
본격적인 관광 목적지인 이케부쿠로로 출발.
이케부쿠로 행 JR선에 탑승한 시각이 아침 8시 3분.
이케부쿠로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19분.
완전히 출근시간이 되다보니 이케부쿠로 역 무진장 복잡함.


이케부쿠로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첫번째 목적지인 메트로폴리탄 플라자를 찾다가 역 내를 한바퀴 빙 돌고
겨우 서쪽 출구를 찾아서 나갔더니 바로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8층에 있는 시네리브르를 찾았더니 엘리베이터를 타야되더만.
제타건담 극장판 1부 개봉과 감독의 무대인사가 예정된 곳이라 분위기 탐방차 가보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무대인사를 보려는 사람들로 8층 복도가 꽉꽉 메워진 상태.
이쁘장하게 생긴 극장 여직원이 쇳소리를 내가며 “줄을 서시오~”를 외치는 형국이었으니
극장 근처에라도 가서 개봉 분위기를 보려된 계획은 일단 실패.


선샤인 60 빌딩

극장 탐방은 대충 분위기만 봤다 치고 두번째 목적지인 선샤인시티로 향함.
60층짜리 건물인 선샤인시티(선샤인60빌딩)는 이를테면 서울의 63빌딩 비슷한 곳으로
전망대와 수족관이 볼만하고 테마파크, 쇼핑도 가능한 엔터테인먼트형 빌딩.
뭐 이런 곳이 모두 10시나 되어야 개장할 예정인데다가 (현재 시각 9시도 안됐음)
그런 곳에다가 쓸데없는 돈을 쓸 생각도 없었기에 (입장료가 대략 1,600엔 가량)
건물 안은 기웃거려보지도 않고 바깥에서 사진만 찍었음.
아직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도로 시네리브로로 향함.

이케부쿠로 역 주변을 전전하면서 건널목을 건너다니다가 느낀 점 두 가지.
첫째, 건널목의 보행신호가 생각 외로 길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파란불 떨어지는 걸 보고 출발해도 중간 조금 넘어가면 깜박거리기 시작하는데
동경에서는 저~멀리서 파란불 바뀐 걸 보고 천천히 걸어가서 내가 완전히 건널목을 지나가도 깜박거리지 않음.
둘째, 사거리에서 보행신호가 동시에 떨어진다.
우리나라 같으면 사거리 보행신호는 가로 한번, 세로 한번 식으로 나눠서 떨어질텐데
동경에서는 가로 세로 대각선(대각선 건널목도 있더라)이 동시에 떨어져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사거리 복판을 우르르 메워버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연출됨.
이상한 나라…

도로 극장으로 올라가기 전에 아침이라도 간단히 먹어둘까 하고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1층 주변을 둘러봤더니 식당은 많음.
문열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음.-_-;
게다가 시내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비싼 음식점일 것 같기도 하고
식사는 대충 서서먹는 우동집 이런데서 해결할 생각이었기에
신주쿠 가서 먹지 뭐… 이렇게 결정.


한류시네마페스티벌

무대인사를 보려던 인파가 다 들어가버린 시네리브르로 올라가 사진 몇 장 찍다가
극장 벽에 한국영화 포스터가 몇 장 붙어있고
극장 내 멀티비전에서도 한국영화 예고편들이 다수 방영되고 있음을 발견.
자세히 살펴보니 6월부터 “한류시네마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야 한류는 한류구나 하며 구경하고 있는데
왠 대머리(빠진게 아니라 깎은) 아저씨가 그 포스터를 보더니
건담 프라모델을 팔고있는 극장 여직원에게 그 포스터를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걸기 시작.
한류에 대한 무슨 대화가 오가는 것 같아 들어보려 했으나 한마디도 못알아들었음.-_-;
겨우 아저씨의 마지막 말을 알아들었는데 “바까”라고 하더니
우리말로 “바보, 바보”라고 다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저 아저씨가 한국말을 안다는 얘긴데, 대체 뭐가 바보라는 얘긴가?
궁금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음.

이제 이케부쿠로를 떠나서 신주쿠로 향할 시간.
JR 이케부쿠로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