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SIDH의 신혼여행 둘째날 / 브뤼셀

2008년 10월 27일 월요일.

어제 미리 끊어놓은 브뤼셀행 탈리스 기차표에 따르면
기차가 파리북역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8시 25분.
브뤼셀 남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9시 47분.

그리고 다시 브뤼셀에서 파리로 출발하는 시간이 오후 20시 43분.
파리북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22시 5분.

문제는 이 시간이 그냥 기차표 있는 거하고 싼 거하고-_- 고려해서 대충 끊은 거고
정작 브뤼셀 가면 뭘 보고 어떻게 하지? 라는 계획이 전무했다는 사실.

여기저기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브뤼셀은 그랑플라스라는 지역에서 왠만하면 다 걸어다닐 수 있다니까
그랑플라스만 찾아가면 되겠지…라는 아주 단순무식한 생각이었던 것.

그래도 일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인데
이런 안일한 생각이 결정적인 패착이 되고 말았더랬다.


브뤼셀행 탈리스 기차표 (위가 파리행, 아래가 브뤼셀행)


8시25분 기차를 타려면 넉넉하게 8시까지는 파리북역에 도착해야되고
그러려면 여기서 7시30분에는 출발해야하지 않겠는가?가 어젯밤의 결론.
그래서 6시30분에 알람(이래봐야 핸드폰. 마누라 핸드폰이 자동로밍이 되더라)을 맞춰놓고
나도 혹시 몰라서 호텔방에 있는 TV 알람도 맞춰놓고
이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더니
용케도(아니면 시차적응 실패?) 6시도 되기 전에 척척 눈들을 뜨고 일어났음.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일단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가서 뷔페식 아침식사.
7시에 내려갔더니 손님 별로 없고 한산함.
딱히 뭐 땡기는 건 없고… 햄 얇게 썰어놓은 거하고… 비엔나쏘세지 같은 거하고… 감자 으깬 거하고… 크로와상하고… 대충 그렇게 먹었음…
먹고나서 다시 호텔방 들어와서 이빨 닦고 옷 껴입고 (밖이 춥다길래…) 어제 산 생수를 작은 병에 하나씩 나눠담고
드디어 출발~!

호텔에서 딱 3분 거리인-_- (이 가까운 거리를 어젯밤에 30분 헤맸으니) 지하철역으로 가서
이 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에 여유있게 앉아 갔음.
몇 정거장 안가서 다른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내려야했지만.
원래 계획보다 좀 늦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8시10분에 파리 북역에 무사히 도착.

표에 찍힌 기차번호와 출발시간을 찾아서 플랫폼에 가니 시뻘건 탈리스가 기다리고 있음.
2등칸이 한참 뒤라서 기차 대가리에서 꽁무니까지 한참 걸어가야하긴 했지만…


브뤼셀행 탈리스 기차
마누라가 찍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대가리만 크게…-_-


브뤼셀행 탈리스 기차 내부

처음엔 기차 탄다고 좋아서 이야이야하던 마누라가 금방 곯아떨어지고
나도 대충 피곤해서 꾸벅꾸벅하다가… 정신 번쩍 차려보면 아직 멀었고.
1시간 20분이면 짧다고 생각했는데 꽤 먼 거리.
아무튼 그렇게 달려서 브뤼셀 남역 도착.
도착은 했는데, 뭐, 별 거 없음.
넓긴 넓더라.

자아, 이제부터 그랑플라스인지 어딘지를 어떻게 찾아가야되느냐.

설마 그것도 모르고 무작정 브뤼셀로 왔겠는가.

그랑플라스인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브뤼셀 중앙역을 찾아가면
거기서 브뤼셀의 왠만한 관광지는 다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라고 했으니
철썩같이 믿고 브뤼셀 중앙역으로 가볼 수밖에.
어떻게? 지하철로.

브뤼셀 지하철은 1.7유로. 파리보다 0.1유로 비싸네.
어디서 감히 이것들이.
어쨌든 자판기에서 표를 사려고보니 대충 복잡하긴 해도 살 수는 있게 되어있더라.
표를 산 다음 개찰구를 찾는데 내려가는 계단은 보이는데 개찰구가 안보임.
브뤼셀 왜이래-_-;;;

잠깐 지켜보니 사람들이 계단 옆에 있는 조그만 상자에 표를 넣었다 빼고 그냥 계단으로 내려감.
방망이(?)로 막아놓거나 뭐가 튀어나오거나… 그런 것 없음.
브뤼셀 왜이래-_-;;;
하긴 뭐, 예전에 독일 갔을 때는 그런 티켓검사기계조차 없는 지하철도 타봤으니.
하여튼 일단 지하철 탑승에는 성공.


브뤼셀 지하철표
뭐라고 잔뜩 써놨는데 알아볼 수도 없고;;

무려 도중에 한 번 갈아타기까지 하면서 브뤼셀 중앙역 도착에 성공한 시간이 오전 10시 25분.




브뤼셀 중앙역

이제부터 삽질 시작.
일단 역 바깥으로 나와봤는데
아까 브뤼셀 남역에서 나와봤던 거리와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더만.
그런데 관광용 지도를 아마도 공짜로 구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봤는데
(파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왠만한 관광지에서도 지도는 공짜로 준다)
아무리 봐도 관광용 지도를 나눠주는 곳은 없는 것 같았음.
파는 건 많더라. 무려 4유로에서 5유로까지.
(지도라기보단 책자지만…)





알베르틴 광장 및 주변
브뤼셀 중앙역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곳. 사실은 뭔지도 모르고 막 찍었다.

그렇게 중앙역 근방 500미터 내외를 왔다리갔다리하다가
(목적없이 헤맨 게 아니라 그랑플라스를 찾는데… 못찾고 있었음)
뭔가 있어보이는 건물을 드디어 발견.
근처에 있는 관광안내판을 보니 저게 생미셀성당인가보다.
파리에 있는 노틀담성당만큼이나 커보이는게 일단 그럴듯.


생미셀성당

일단은 그랑플라스를 찾는게 급선무가 된 터라 일단 생미셀성당은 제끼고
또 하염없이 주변을 헤메다보니 이번엔 요상하게 생긴 아케이드를 발견.
오 왠지 주변에 그랑플라스가 있을 것 같다.
아케이드 내부에는 (특히 벨기에에서 유명하다는)쵸콜렛 상점이 특히 많이 눈에 띄었음.




생튀베르 갤러리 (아케이드)
무려 1847년에 만들어진-_- 유럽의 3대갤러리 중 하나. (나머지 둘은 밀라노와 나폴리라나…)

아케이드를 통과하니 먹자골목 등장.
여기도 브뤼셀에선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이때 시간이 11시30분쯤이라서 그런지 호객행위가 만만치 않았음.
근데 뭐 말을 알아들어야 딸려들어가던지 말던지 하지;;;


부셰거리
어디서 찾아보니 일명 “브뤼셀의 밥통”이라고 한단다-_-;;; 주변에는 버터거리니 치즈거리니 하는 식으로 먹을거리 이름으로 된 거리가 많다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 이 동네 어디서 적당히 퍼질러 앉아서 점심 떼우고
(레스토랑이긴 해도 가격들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었다. 뭐 바가지를 더 씌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유있게 여행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
그랑플라스를 못찾았다는 것에 짜증이 좀 많이 나있어서…
(내가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고집쟁이가 되어버린다)
하여튼 여유가 없었어, 여유가.

먹자골목을 지나서… 여기서 방향을 잘 돌렸으면 그랑플라스를 잘 찾았을텐데
어디선가 또 잘못 꺾어서… 또 어딘가로 하염없이 가다보니
생미셀성당이 다시 나오는 거라.
시간은 이미 12시.
아 뭐 좀 쉴 겸, 구경도 할 겸, 생미셀성당으로 들어갔음.

지난번 파리 갔을 때도 노틀담성당은 밖에서만 보고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처음 유명성당에 들어와보니 뭔가 엄숙~한 느낌이.
성당에 다니는(요즘은 나이롱신자 다 된) 마누라는 12시라서 미사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모양인데
미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음. (사람은 많이 있던데…)


성당 내부
건축용어로 네이브(nave) 혹은 중랑이라고 하는 곳. 양 옆에 있는 통로는 아일(aisle) 혹은 측랑이라고 함. (으하하 그래도 4년 공부해서 아는 척은 좀 할 수 있구나)









성당 내부 몇 장 더…

성당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것 발견.
측랑(복도)쪽에 커다란 원뿔 모양이 누워서 매달려있는데
사람들이 그 안을 마치 망원경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중.
그것도 줄서서.
뭔가 재밌을 것 같아 우리도 달랑 줄섰음.
옆에 뭐라고 설명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읽을 수가 없었음.


성당의 낚시질

그냥 무작정 기다려서 마침내 들여다봤는데…
무슨 파아란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고
맑은 물 흘러가고 물방울 떨어지고 뭐 이런 내용.
옆에서 뭐라뭐라 소리는 나는데 역시 알아들을 수 없었음.
결론 -> 낚시질 아냐 이거?

나가기 전에 기념품가게가 성당 안에 있길래 잠시 들렀음.
양가 부모님이 모두 성당에 다니시므로 살만한 거 있으면 사드릴 생각이었는데
살만한 물건은 좀 비싸다 싶고…
살만한 가격의 물건은 좀 아니다 싶고…
그래서 이것저것 들었다 놨다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샀음.

아, 또 나가서 그랑플라스를 찾아 헤매기가 싫어서
관광지도(라기보단 관광안내책자)를 4유로 주고 구입.
아깝다 ㅠㅠ

지도를 찬찬히 다시 보니
중앙역을 포함해서 브뤼셀의 주요관광지를 한 번에 싹 돌아볼 수 있는 몇가지 코스를 예시해놓고 있었음.
이걸 보니 또 아깝지가 않네 ㅎㅎㅎ
우리가 그랑플라스 주변에 뱅뱅 돌았다는 것도 대충 알 수 있었고
(그러나 여전히… 어떻게 해야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음. 근처에 가서 지도와 비교해봐야 알 듯)
생미셀성당 주변에도 몇몇 돌아볼 관광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음.

자 뭐 이렇게 된 거, 여기서 가깝다면 가까운 그랑플라스부터 찾지 말고,
반대방향으로 가서 브뤼셀공원을 들러 왕궁, 박물관, 이런 거부터 구경하다가 그랑플라스로 가기로 결정.
(마누라 의견은 묻지도 않고 내 맘대로 막 결정 중-_-;;)
사실은 그랑플라스 주변을 오전 내내 너무 헤매고 다녀서
그쪽은 당분간 꼴도 보기 싫었던 탓이 컸음-_-;;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바로 그랑플라스로 가서 주변 먹자골목에서 점심 먹고
그랑플라스에서 니나노하다가 공원, 궁전, 뭐 이렇게 진행했어도 충분했을텐데
…에효 후회하면 뭐하나.
이젠 브뤼셀 갈 일도 없고.

아무튼 그렇게 해서 조금 걸어갔더니 바로 공원 등장.
여긴 지하철역도 있네.





공원 사진 몇 장…

공원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유난히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음.
(그것도 옷 제대로 갖춰입고…)
대낮인데도 비가 올듯말듯한 날씨에 유난히 찬 바람으로 오돌오돌 떨고있던 우리에게
난닝구에 빤쓰 차림으로 조깅하는 아저씨들은 참으로 경외의 대상.

사실 공원 쪽으로 오면 뭔가 좀 먹을 거 파는 곳도 있지 않겠나… 싶었는데
그런 거 없고 그냥 사진에서 보다시피 휑함.
일단 공원 접고 남쪽 문으로 나오자 벨기에 왕궁이 나옴.
참고로 지금 국왕이나 왕족이 살고 있지는 않고
그냥 집무실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왕궁
왕궁 앞이 돌길로 되어있어서 사람들이 그냥 다니는 광장처럼 보이지만… 중앙선도 차선도 없는 차도임.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어서 공원을 나와서 저쪽으로 건너가려면 무단횡단(?)을 해야된다는 사실.


왕궁 쪽에서 바라본 공원 출구

왕궁이 요즘은 개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별로 뭐 안을 들여다볼 생각도 없었다마는)
왕궁을 빙 돌아나오니 로얄광장이 나옴.




로얄광장 주변


로얄광장 주변에서 마누라가 마녀가 사는 집 같다며 찍은 사진

로얄광장을 나와서 이제 진짜 점심 먹을 곳을 찾자며 두리번거리다보니
뭔가 좀 큰 건물(정체를 알 리가 없음) 지하에 썬큰가든이 아케이드처럼 구성된 곳이 있어서
이런 곳이라면 식당이 있겠지, 최소한 맥도날드 같은 거라도 있겠지, 싶어
아래로 내려갔음.
내려가보니 부페식으로 하는 스낵바가 하나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이것저것 많은 것 같아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결정.

먼저 야채스프 같은 걸 1회용그릇(사발면용기처럼 생긴)에 담고있는데
마누라가 눈을 부릅뜨더니 꽉꽉 담으라고.
왜? 이것도 많은데… 그랬더니 여기는 그릇당 돈을 받으니까 하나에 몰아서 담아야된다고.
즉 2인분을 한그릇에 담으라는 말이렷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알뜰한 마누라로군.

거기에 더해서 샌드위치하고 피자…인 줄 알았더니 계란부침 비스무레한 녀석이었던 놈을 담아서 계산했는데
이렇게 먹어도 13.90유로. (대충 2만6천원)
파리는 그렇다치고 벨기에 물가는 왜 이 지랄인 거냐.
후다닥 먹어치우고 다시 출발.
이번에는 정말 그랑플라스로~!

가다가 중간에 마누라가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해서 중앙역으로 살짝 방향을 바꿨음.
(설마 역에 공중화장실이 없겠어? 라는 생각)
공중화장실이 있긴 있는데 돈 받더라. 40센트.

이번엔 지도를 보며 비교해서 찾았더니 그랑플라스를 쉽게 찾았음.
오전 내내 헤맸던 것이 억울할 정도로.
(조금 좁다란 골목을 하나 통과해야되더라)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했다는데
이 자식이 잠깐 노망이 들었거나 평생 광장을 제대로 구경한 적이 없거나…
뭐 아름답긴 하지만 세계에서 최고 어쩌구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던데.


그랑플라스 – 왕의 집


그랑플라스 – 길드하우스


그랑플라스 – 시청

그랑플라스라는 게 대충 저 세 건물과 기타 등등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의 광장인데
일단 건물들이 아름답고… 또 이 광장에서 주로 꽃시장 등이 열리는데다
주변에 레스토랑이나 쵸콜렛상점 등이 많아서 눈요기하기도 좋은 듯.
(그렇다고해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는-_-;;)

특히나 저 시청의 첨탑은 그동안 브뤼셀을 헤매면서 계속 눈에 띄일 정도로 높이 솟아있는데
(마치 예전에 가본 함부르크 시청의 첨탑이 생각났음)
진작 저게 시청이고 그랑플라스라고 알았으면 그 첨탑만 보고 찾아가도 그랑플라스를 못찾을 일이 없었을 것을.
다시 한 번 억울한 기분이-_-;;






그랑플라스 주변 사진 몇 장 더…

그랑플라스 구경은 대충 마치고 이제 브뤼셀,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녀석,
오줌싸개 동상을 찾아 출발.

오줌싸개 동상이 실제로 가보면 욕나오는 3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히고는 있지만
(나머지 둘은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과 싱가폴의 머라이언…이라던데)
그래도 브뤼셀까지 와서 저 놈을 안보고 갈 수야 있나.
욕을 해도 보고 욕해야지.

관광지도를 참고하여 골목길을 죽 따라 내려가니 바로 눈에 띔.
보자마자 욕나옴.



그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
이렇게 크게 찍어놓으면 뭐가 욕나온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가겠지만…


이렇게 별 거 아닌 골목길 모퉁이에 쬐끄맣게 서있는 동상이란 사실.

정말 유명하다는 이유 말고는 별로 볼 것 없는 넘.
오히려 이 놈 찾아가는 길에 늘어서있는 기념품 가게나 쵸콜렛가게,
그리고 이 녀석이 더 볼만 했음.


순교자 세르클라에스 청동상
혀를 뽑혀 죽었다는-_- 순교자의 청동상. 그랑플라스를 막 빠져나오는 건물 벽에 붙어있다. 얘를 만지면 브뤼셀에 다시 돌아오고 축복을 받는다나… 안만졌다.

벨기에는 알다시피 쵸콜렛과 와플이 유명.
여기까지 와서 쵸콜렛도 쵸콜렛이지만 와플 하나 안먹고 가서야 말이 되겠느냐며
마누라가 오줌싸개 동상 옆에서 파는 와플을 하나 구입.
와플에 딸기와 아이스크림 얹은 것인데 4유로.


와플 가게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었는데…
뭐 유난스럽게 맛있다 그런 건 없지만 일단 먹을만함.
내용물이 약간 질질 흘러서 손에 묻는 바람에 고역이긴 했지만.
싸준 종이를 버릴 곳이 마땅치않아 마누라가 가게에 있는 저 흑인한테 도로 갖다줬더니
말없이 “그걸 내가 왜?”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하길래 그냥 내가 들고다니다 어딘가 버렸음.
(버린 곳이 기억나지 않는다-_-)


동상 주변의 쵸콜렛 가게


동상 주변에 있는 고흐 동상

여기서 관광안내도에 나와있는 다른 동네를 구경하려고 출발했는데
벌써 오래된데다 결국 못가본 곳이라 어디를 가려고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음.
하여튼 여기를 못찾아서 또 엄청 헤맸음.
(집에 못 돌아가는 줄 알았을 정도로)
겨우겨우 그랑플라스로 가는 길을 찾아서 돌아왔음.
이렇게 대충 브뤼셀 시내의 중요한 관광지는 다 돌아봤다 싶었는데
아직 오후 3시.
쓸데없이 기차표를 늦게 끊었구나 싶은 후회가 슬슬 밀려옴.
(브뤼셀이 이렇게 볼 게 없을 줄 알았나…)

그냥 브뤼셀 시내나 여기저기 구경다녀보기로 함.
아까 생미셀성당을 지나서 한참 걸어갔던 길을 다시 가보기로.
(가다 말았었거든)
확실히 유명관광지를 벗어나니 좀더 “도시”같은 느낌이 강해지면서 볼 건 없음.
아까 지나쳤던 왕궁이랑 로얄광장 뒤편에서 대로변을 따라걷다가
대형슈퍼마켓 발견.
마누라의 쇼핑욕구 발동.
슈퍼에서 이것… 저것… 정말 이것저것 다 들춰보며 (난 뭐 과자부스레기라도 살 줄 알았다) 시간 보내고
밖에 나오니 이제 정말 지친다 지쳐 타이밍.
가까운 곳에 있는 맥도날드에 들러서 커피나 한 잔 때리자고 합의.
혹시 화장실도 갈 수 있으면 가고…
(그런데 화장실은 닫혀있었다고 함)
커피 두 잔(그나마 맥카페라서 쌉디다… 3.5유로) 놓고 창가에 앉아서
사진 찍은 거랑 바깥 구경이랑 하며 추위도 피하고 시간도 죽이고 다리도 쉬고 있는데
마누라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
현지 시간이 오후 4시경. 한국시간으로는 밤 12시.
귀신같은 시차적응 실패로구나.

조금만 정신차려라, 아직 기차타려면 4시간도 넘게 남았다~
하며 애를 다그쳐서 겨우 눈만 뜨게 한 상태에서 또 끌고 나왔음.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하니까 원래는 안가볼 생각이었던 곳까지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디? 여기.


생캉트네르 개선문
(출처는 flickr.com) 브뤼셀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인데… 주변에 박물관도 많고, 유럽연합 본부도 있고, 공원도 있고… 나름 괜찮은 관광구역.

문제는 내가 이 개선문을 여기서 걸어갈만한 거리라고 생각했다는 점.
(미리 찾아본 인터넷에서도 걸어갈만하다…라고 해놓은 곳이 많았음)
하긴 뭐 나 혼자였으면 어떻게든 걸어갔을지도 모르겠는데
졸리고 지친 마누라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는 결코 아니었음.
한 20여분 걸어가다가 마누라가 포기 선언.
뭐 포기 선언까지 안했어도 내가 마누라 걷는 모양새를 보니 도저히 끌고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음.
아쉽지만 포기.
그렇다고 도로 그랑플라스 쪽으로 돌아가는 건 왠지 그래서
저녁도 먹을 겸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를 넘어가고…) 마두 플라자던가? 그쪽으로 향했음.
거기에 유럽연합 무슨 위원회 사무실도 있다 그랬던가.


마두 플라자
(출처는 flickr.com) 이땐 이미 사진 찍고 자시고 할 정신머리가 없어서…

건물 구경도 하고 동네 구경도 하고 다른 건 다 좋은데
이건 뭐… 밥먹을만한 곳이 없었음.
빵집은 간간이 있더라. 근데 마누라가 점심에 빵 먹었는데 저녁도 빵 먹긴 싫다고해서…
(나도 좀 저녁은 근사하게…는 못해도 그럴듯하게라도 먹자는 생각)
점점 몸은 지치고 마누라는 거기에 더해서 졸리고… 배가 고프다기 보단 밥을 떼워야되는데…라는 생각은 커지고…
결국, 6시 좀 못된 시간에 그냥 브뤼셀 남역으로 가기로 결정.
메트로 마두역에서 출발하면 갈아타지 않고 바로 남역까지 가기도 하고
설마 역 근처에 가면 먹을 곳 없겠어? 라는 또 한번의 무대뽀 심리.

그렇게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서 표를 끊으려는데
아침에 샀던 자동발매기를 찾으려고 한참을 걸어가야했음.
겨우 찾아서 동전 넣고 표 뽑으려는데
머리에 뭐 둘러쓴 아랍계로 보이는 여자 둘이 우리 쪽으로 걸어와서 이것저것 알려주는 척.
뭐 이미 해봐서 대충 알긴 하지만 그래도 알려주니까 고마와서 고개 끄덕끄덕하며 시킨대로 했는데
에구, 거스름돈이 안나온다며 오류가 나버리네.
생각해보니 아침에도 동전을 딱 맞춰넣어서 거스름돈 받은 적 없음.
자동발매기에서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구조인가? 그거 곤란한데~
입맛을 다시며 발매기 앞에서 물러나려는데 아까 그 아랍계 여자가
동전이 든 플라스틱통 같은 걸 나한테 내밀며 ‘이제 알겠지?’ 비슷한 표정을 지음.
아아, 이런 식으로 “구걸”하는 애들이었군.
한번 쳐다보고는 무시하고 지나쳐버렸음.
뒤에서 뭐라고뭐라고 하던데.

거스름돈이 없으니 매표소에 가서 사야되나 싶어 매표소를 찾는데 또 매표소는 안보여.
아 브뤼셀 참 막판에 정떨어지게 하네. 찾는 것마다 없어.
혹시 다른 자동발매기에서는 거스름돈이 나올까 싶어 아까 찾아간 발매기를 지나서 더 멀리 걸어갔더니 다른 발매기가 있더라.
다행히 여기서는 거스름돈이 나오고 표 2장 뽑는데 성공.

그렇게 마두역을 떠나 브뤼셀 남역 도착.
(뭔가… 파란만장하다)

남역에 오니 기차 출발까지 한 2시간 정도 남았음.
일단 배부터 채우자…싶어서 역 구내에 있는 식당에서 뭔가 정체모를 국수 종류를 사먹음.
앉아서 밥먹고, 배부르고 쉬니까 마누라 또 졸리기 시작.
그래 뭐 시간 있으니 졸아라… 그러구서 놔두고 있는데
왠 TV카메라가 안으로 들어와서 뭘 촬영하는지 어쩌는지… 우리 앞까지 지나다니고
괜히 소란스러운 것도 같고 화장실도 가야되겠고해서 일어남.

쵸콜렛 같은 거라도 좀 살까 싶었는데 벌써 문닫은 곳이 많아서
그냥 역 구내 구경하다가… 자판기 커피 한 잔씩 뽑아서 (2잔에 1유로… 무시무시하구나)
기차탈 손님들 기다리는 방 비슷한 곳으로 들어감.
(밖엔 너무 추워서…)
커피 마시면서 시간 죽이고 있는데 왠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서 우리 옆에 앉음.
앉더니 뭘 주섬주섬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개그맨 신동엽하고 왜그리 닮았던지.
마누라한테 슬쩍 얘기했더니 빵 터졌음.

기차 올 시간 대충 된 거 같아서 밖으로 나갔더니
파리에서 오는 기차를 타고 왔는지 디즈니랜드 다녀온 티가 팍팍 나는
(미키마우스 풍선 들고있는)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우리 앞을 지나감.
마누라 그걸 보더니 “브뤼셀보다 차라리 파리 디즈니랜드나 다녀올 걸 그랬다”며 후회.
하긴 브뤼셀 별로 재밌진 않았네.
(원래 일정 짜면서 디즈니랜드가 뭐 재밌겠냐…며 빼놓은 건데 이렇게 상황 역전)

아무튼 무사히 기차 타고 파리로 귀환.
또 파리 북역에서 숙소로 들어와서
일찍 쭉~ 뻗었음.
이 호텔방이 좋은게 욕조가 있어서
뜨신 물 받아놓고 욕조목욕하기 좋다는 거.
그래도 목욕 싹 하고 드러누우니 한결 덜 피곤하긴 하네.
내일은 베르사이유 구경할 거니까 그렇게 힘들게 돌아다니거나 헤매지 않을 거라고 마누라 안심시켜놓고 취침.

이것도 결국 거짓말이 되었지만서도~

1 Response

  1. Trin 말해보세요:

    욕보셨네요. 전 역에 내리자마자 출근길 총각한테 물었더니 그랑플라스까지 데려다주더라구요. 아리까리하면 전 무조건 물어봅니다. 현지인과 대화할 기회도 만들겸.. 에구, 부인께서 다리 무지 아프셨겠어요. 베르사이유에선 좀 덜 고생하셨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