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3일

홈페이지(인터넷)만큼이나 내 인생에 극적으로 다가온 단어가 바로 “건축”이다. 정확히 고등학교 3학년 배치고사 본 직후까지 내 인생에서 건축이란 그냥 집짓고 사는 것 정도에 불과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내가 그걸로 밥벌어먹고 살아야한다는 현실에 직면했으니…-_-;
예상학력고사 점수를 기준으로 널찍한 배정표 깔아놓은 뒤 가로세로로 줄 죽죽 그어서 합격가능권, 이란 판정을 받아 원서를 집어넣은 곳이 바로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그렇게 어느 한순간 내 인생의 큰 걸음이 지나가버렸던 것이다. (그때 담임선생님이 토목과로 낮춰가라는 말에 혹했다면 또 내 인생은 어케 달라졌을랑가…)
어쨌든 노가다쟁이의 꿈-_-;을 안고 입학한 건축공학과에서 왠 인문서적을 쥐어주질 않나 이따시만한 종이에 그림을 그리라고 하질 않나… 예측못한 상황에 무지허니 당황했지만 그런대로 적응했고, 순간의 선택이었지만 앞으로 내 인생을 걸어볼만한 것이 건축이라는 확신까지 갖게되었으니 참으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_-;
아쉬운 것은, 정말 눈물빠지게 아쉬운 것은, 내 능력이 모자란 탓도 크고 세상이 어지러운 탓도 있다보니 내가 건축으로 밥벌어먹지 못하고 이상한 인터넷 계통에서 사람들 사기나 치는 걸로 끼니를 연명하고 있다는 것인데, 대학 입학 후 졸업때까지 7년간 내 삶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넘과 이렇게 생이별하는게 너무 아쉬워서 아직도 가끔 건축관련 책을 뒤져보고 있고 컴퓨터에 오토캐드도 최신판으로 깔아놓고 있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는 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인터넷, 홈페이지가 가장 큰 의미를 갖지만, 분명한 것은 건축도 인터넷도 내가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그 길은 아니기에, 언젠간 내 홈페이지도 건축처럼 내 인생의 한켠으로 접어넣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절대 버리지는 않을거다. 접어넣으면 언젠간 다시 펼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