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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 Here Comes The Sun

2004년 12월 26일


“Annie said that George thinks that George Harrison couldn’t, maybe, he couldn’t write a song… but then he wrote “Here Comes the Sun”… and she said that it was one of the best songs on “Abbey Road”. George was always my favorite Beatle.”

위의 대사는 영화 <아이 엠 샘>에서 샘이 리타(변호사)에게 하는 대사다. 자신이 아무 것도 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어쩌면 무언가 가장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대사이면서, 어떻게 보면 영화의 주제를 그대로,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비틀즈 노래로 도배되다시피한 영화 <아이 엠 샘>인데도 바로 이 곡, “Here Comes The Sun”은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없다. 위의 대사에서 단 한번 언급될 뿐이다. 저 대사나 상황으로 봤을 때 만약 “Here Comes The Sun”을 영화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면 영화에서 소리높여 주장하려는 그 감동이 엄청 배가되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 노래를 영화에서 틀어댈 수 없었던 이유는 딱 하나, 저작권이었단다. 굳이 “Here Comes The Sun”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이 엠 샘>에서 나오는 비틀즈의 다른 노래들은 전부 다른 가수가 새롭게 부른 곡들이며, 비틀즈의 원곡은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이미 우리는 저작권의 횡포(?)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Here Comes The Sun” 같은 경우는 리메이크판 마저 들을 수 없었던 아주 고약한 경우가 되겠다.

“Here Comes The Sun”은 1969년 비틀즈의 명반 “Abbey Road”에 실렸던 곡으로, (영화 <아이 엠 샘>에서 샘과 친구들이 풍선을 들고 건널목을 건너는 장면은 “Abbey Road” 앨범 재킷의 오마쥬이다) 보통 비틀즈의 노래들은 존 레논이나 폴 매카트니가 작곡하는데 이 노래는 조지 해리슨이 작곡했다. 조지 해리슨이 친구인 에릭 클랩튼의 별장에 놀러갔다가 추운 겨울임에도 따스한 햇볕이 정원에 비치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 대사로만 보면 조지 해리슨이 작곡에는 영 잼병이었다가 “Here Comes The Sun” 같은 명곡을 갑자기 만들어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는데, “WHITE” 앨범에서 당대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을 세션으로 포함시켜서 녹음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도 조지 해리슨의 곡이고, (대게 이 곡을 시작으로 조지 해리슨의 작곡실력이 일취월장하였다고들 말한다) “Something”도 조지 해리슨이 만들어 아내 패티 보이드에게 바친 노래이다. (조지 해리슨의 아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에릭 클랩튼까지 묶어서 한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다가… 포기) 비틀즈 내에서 “주류”가 아니었기에 조지 해리슨이 높은 평가를 (어쩌면 아직까지도) 받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뮤지션이었음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