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를 교체하다보니



무슨 일을 하든, 발단은 조금은 사소한 동기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최근 모 사이트에 영화음악을 자주 올려놓을 일이 하나 생겼는데, 음악만 올리자니 조금 단조롭고, 올리는 음악마다 코멘트 몇마디 붙이기에는 조금 귀찮고, 해서 간단한 코멘트와 OST 앨범 커버 이미지를 같이 올리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일이 아주 집채만큼 커져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앨범 커버 이미지 대신 그냥 영화 포스터 이미지나 하나 올리자, 그랬으면 훨씬 일이 간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 포스터 이미지는 갖고 있는게 많이 없지만 앨범 커버 이미지는 홈페이지에 왠만한 것은 거의 다 올려놓은 상태니까 새로 찾아서 다운받고 할 시간이 줄어들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 생각대로 잘 굴러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갖고있는 영화음악들 중 1000여 개 가까이는 앨범 이미지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뭔가 다른 이미지를 매번 구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자꾸 반복되다보니, 이번 기회에 전 세계의 영화음악 관련 사이트를 죄다 뒤져서 최대한 앨범 커버 이미지를 찾아넣고, 정 없으면 DVD나 VCD 이미지라도, 그것마저 없다면 포스터 이미지라도 제대로 된 것을 찾아서 정사각형 모양의 이미지로 다시 꾸며놓고 싶어졌던 것이다. 게다가 기왕 어렵게 그런 식으로 바꾸기로 한 거면 지금 앨범 리스트가 없는 영화음악들은 상세앨범보기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데, 상세앨범보기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하는 대신 [앨범없음]이라는 표시를 하고 현재 내 홈페이지에 수록된 리스트만 따로 보여주자… 뭐 여기까지 생각의 나래를 활짝 펼쳐버리고 말았던 거다.

거기서 그쳤으면 그나마 나았을 거다. 이미지를 다른 사이트에 올리다보니 기존 이미지 크기였던 180 x 180 이 좀 작아보인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던 거다. 200 x 200으로 조금 키워보니 더 나아보였다. 그래 한번 하는 김에 싹 해치우지 뭐. 이런 식으로 1000개가 넘는 기존 이미지도 다시 원본이미지를 찾아서 200 x 200 사이즈로 다시 줄여야되는 대공사를 무덤덤하게 시작하고 말았던 것이다.

운좋게 처음엔 몇몇 사이트의 앨범 커버 이미지가 이미 200 x 200으로 맞춰져있는 것이 있어서, 그 이미지들을 그냥 다운받으면서 쉽게쉽게 진행되었다. 그게 한 400장 됐을라나. 나머지 600장, 거기다 새로 찾아야하는 이미지까지 포함하면 도합 1000장 가까운 이미지를 새로 작업하는게 문제였다. 결국 중요하다싶은 이미지들만 몇 개 새로 찾아서 이미지 작업하고, 나머지들은 기존의 180 사이즈들을 200 사이즈로 키워버리는 – 해상도가 조금 떨어지겠지만 개의치 않고 – 식으로 작업시간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도 새로 찾아야하는 약 300여장의 앨범 커버 이미지들은 영 골칫덩어리였다. 주로 일본이나 중국(홍콩) 등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발매되지 않은 OST들이 많았고, 오래된 유럽쪽 영화음악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오래된 것은 헐리웃 영화들도) 그리고 TV 외화시리즈들. 죽어라 뒤져도 없었다.

결국 짧디짧은 일본어실력과 한자실력을 총동원해서 일본 야후와 중국 야후를 박박 뒤져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몹시 당황스러운 어떤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게 사실 이 글의 주제다) 일본영화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중국이나 홍콩영화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지만, 유럽의 오래된 영화들을 구글이나 걔네 동네 야후에서 찾는 것보다 일본 야후에서 찾는게 훨씬 자료가 (내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이미지지만) 많고 찾기도 쉬웠던 것이다. 물론 내가 불어나 독어, 이태리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걔네 동네 야후에서 잘 못찾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거 하나는 이상하지 않은가? 인터넷 초강국이라는 이름표를 자랑스럽게 스스로 이마빡에 붙이고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시거늘, 어떻게 이런 자료에 있어서 일본보다 훨씬 부족하단 말인가.

유럽영화들은 뭐 대충 그렇다고 하자. 우리나라 자체만 놓고 보자. 우리나라 영화 중 90년대 초반으로만 넘어가도 인터넷에 자료는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또 뼈저리게 느껴야했으니까. 나는 나름대로 흥행에도 성공했었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기억하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포스터 이미지 자료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사실을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웃 일본에서는 수십년 전에 개봉했던, 그것도 지네 나라 영화도 아닌 유럽의 모 영화들 포스터 이미지, OST LP커버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그리 힘들지 않게 찾아낼 수 있는데, 불과 십여년 전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영화의 포스터 자료를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1990년? 그건 너무 먼 과거가 되어버렸나? 그 시절에 나름대로 청춘을 보냈고 지금은 삼십대 쭈그렁 아자씨가 되어버린 나같은 인간이나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이지 요즘 인터넷을 주로 쓰는 젊은이들은 그런 자료 트럭으로 퍼다줘도 트럭만 갖나? 많이 양보해서 1990년은 그래, 그럴 수 있다 치자. 인터넷이 본격화하기 전인 1995~96년 자료도 드물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명할텐가? 1997년, 1998년 자료도 솔직히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아무 검색어나 넣으면 쏟아지는 그 수많은 자료들, 눈씻고 똑바로 봐봐라. 요근래 한두 달 사이에 쏟아진 최신유행의 수많은 중복자료들 뿐이다. 그딴 식으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가 채워지고, 낭비되고 있는게 인터넷강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말이다.

옛날 영화 포스터 이미지 좀 못찾았다고 되게 오바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난 정말 일본사이트를 뒤지면서 그 오래전 자료들을 그동안 이렇듯 애정을 가지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러웠다. 진정한 인터넷 인프라란, 초고속 인터넷회선을 각 가정에 보급해서 최신영화나 게임을 어둠의 경로로 입수하도록 해주는 게 아니라, 여기서도 볼 수 있는 자료 저기서도 볼 수 있도록 너도 나도 공유해서 중복자료로만 검색엔진 열다섯페이지를 채우는게 아니라, 이렇게 인터넷이 없었다면 엄청난 비용이나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아야 겨우 구할 수 있었을 자료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정된 공간을 소중하게 나누는 그 마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이번 작업기간 내내 해야만 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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