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시절] 야구 이야기

고등학교때 이상하게 나와 내 친구들은 남는 시간을 쪼개서 야구를 즐겼다. 뭐 글러브도 없고, 공도 없고, 방망이도 없는 야구였지만(글러브 대신 맨손, 공은 테니스공, 방망이는 뒷산에서 주워온 나무몽둥이) 점심시간 쉬는시간 야자시간 가리지 않고 야구를 했다. 나는 어깨가 약하기 때문에 늘 2루수(왼손타자가 오지 않는 한 동네야구에서 2루로 공이 오는 일은 거의 없고, 어쩌다 공이 와도 1루가 가까우니까 조금 더듬어도 수비가 편하다. 당시 내 별명 주전 2루수)에 타순은 늘 9번이었다.(동네야구는 항상 먼저 치려고 하기 때문에 마음좋은 놈이 늘 양보해서…) 별것도 아닌 빵내기에 늘 목숨을 걸었던 그 숱한 경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학년때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다른 반과 빵내기 시합을 했던 경기다. 9회말 우리 공격까지 우리는 2점차로 지고 있었는데 첫 타석이 나였다. 그날따라 방망이가 잘 맞던 내가 선제 2루타를 치고 나갔고, 뒤타자의 땅볼과 안타로 내가 홈을 밟았다. 그 다음 타자가 2루타를 쳐서 1사 2,3루에 그날의 영웅 채 모군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때 채 모군은 상대팀의 모 투수에게 5연타석 삼진을 당하고 있었는데, 마침 좌익수를 보며 어깨를 쉬고있던 그 투수는 채 모군을 보자 바로 투수 교체를 했다. 우리는 채 모군에게 인간 승리를 외치며 응원을 보냈고, 결연한 표정의 채 모군은 상대 투수의 초구를 통타, 역전 2루타를 날려버렸다. 야 쓰면서 다시 돌이켜봐도 정말 짜릿하다.

야구에 대한 기억 하나 더… 그날은 점심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이웃 여학교 여학생들이 학교에 들락거리고 있었다. 애들이 수비도 안하고 넋을 놓고 여자만 쳐다보길래 계속 주의를 환기시켜가며 경기를 했는데, 여자애들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버리자 겨우 경기가 진지해졌다. 그런데 마침 내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체육관에서 여자애들이 우르르 나오는게 아닌가. 그러자 내 뒤에 서있던 친구 놈이 갑자기 소리를 쳤다.
“종민아 여자애들이 보고 있다!”
“뭐라구!”
딱! 2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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