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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벤츄라] Crying Game

2000년 7월 2일

많은 경우 사람들은 음악적 분위기와 상관없이 영화가 삽입되었던 장면에 치우쳐서 음악의 이미지를 기억한다. 물론 영화 장면과 음악 분위기가 일치하기 때문에 동일 이미지로 기억에 남는 경우지만, 꼭 그 이미지만은 아닌 음악도 어느 영화에 삽입되었느냐에 따라서 이미지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크라잉게임>이라는 영화, 국내에서는 별반 흥행하지도 못했고, 일면 비난도 받은 영화이다. 물론 <해피투게더>만큼의 비난은 받지 않았지만, <해피투게더>만큼의 주목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뭐 피장파장이다. 어쨌든 <크라잉게임>은 여장남자인 게이를 소재로 삼고 있고, 게이 역을 맡은 제이 데이비슨은 실제 게이이고, 극중에서 그녀가 부르는 “The Crying Game”은 또한 여장남자로 유명한 가수 보이 조지가 불렀다. 이것으로 “The Crying Game”이라는 노래는 “게이의 노래”라는 이미지가 딱 붙어버린 것이다.

짐 캐리라는 코미디배우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는 물론 <마스크>지만, 그의 이름을 알린 영화는 역시 <에이스 벤츄라>일 것이다. 그의 헐리웃 오바액션이 만발한 영화 <에이스 벤츄라>는 솔직히 돈주고 극장에서 보기에 아까운 영화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측면에서 즐기기에 나쁜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개가 그렇듯, “어디 웃기나 보자”라는 비평가적 측면에서 코미디를 보겠다는 시각만 버리면, 재밌게 웃어넘길 수 있는 B급 영화로는 괜찮다.

<크라잉게임>에서 <에이스 벤츄라>로 갑자기 말을 바꾼 이유를 의아해할 것이므로 빨리빨리 진행하자. <에이스 벤츄라>에서 은퇴한 미식축구선수를 추적하던 탐정 에이스 벤츄라는, 결국 사건의 담당 형사인 미모의 여자 형사반장이 바로 미식축구선수가 여자로 변장한 모습임을 밝혀낸다. 순간 그녀와 포옹을 했던 (그 이상은 없었다)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에이스 벤츄라가 비명을 지르며 목욕을 하는데, 이때 흐르는 음악이 “The Crying Game”이다.

음악이 갖고 있는 “여장남자-게이”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라고 할까. <크라잉게임> 영화를 모른다면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장면이지만, 영화를 안다면 바로 쓰러져버릴 수 있는 웃음의 한 요소로 음악을 써먹은 것이다. 그리고 이 음악은 다른 경찰들에게 여자 형사반장이 남자였음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여자의 치마를 들춰서 남자만의 거시기(…이런 식의 표현밖에 쓸 수 없어서 죄송)를 드러내는 순간, 경찰들은 일제히 구역질을 하고 거기에 맞춰 뎅뎅뎅~하는 “The Crying Game”의 인트로가 흐른다. 이 두 장면에서 모두 웃음을 터뜨린 관객이라면, 그후 다른 영화에서 게이가 등장하더라도 저도 모르게 이 “The Crying Game”의 인트로를 떠올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두 번 세 번 반복된 학습으로 “The Crying Game”은 게이의 주제곡처럼 머리 속에 깊게 인식이 되어버렸을 테니까. 그리고 굳이 여러분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지금은 B급 코미디 영화에서 게이가 등장할 때면 의례 “The Crying Game”을 깔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