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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멋진 영화 베스트 5

1999년 12월 28일

1.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There’s Something About Mary (1998)

지저분한 유머… 일명 화장실 유머가 판을 치는,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지만 유쾌한 코미디영화죠. 보고나서 기분이 어떻건 일단 영화를 보는 동안은 어떻게든 웃겨보겠다는 용기가 가상한 영화기도 하고. 이 영화의 엔딩을 기억하시는 분은 많을 겁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갑자기 구치소의 죄수들이 원!투!쓰리!를 외치면서 주제곡인 “Build Me Up, Buttercup”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죠. 음…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음악에 맞춰서 NG장면도 편집해넣고, 또 엔딩을 위해서 일부러 만든 씬도 삽입된,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나올때 휙 나가버리는 몰상식한 관객들로서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만큼 재밌는 엔딩입니다. 주제곡도 좋거든요…


2. 피라미드의 공포 Young Sherlock Holmes (1985)

스티븐 스필버그의 셜록 홈즈 영화로군요. 소년 시절의 홈즈, 와트슨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쳐나가는… 호러와 드릴러, 판타지가 결합된 묘한 장르의 영화죠. 이 영화 엔딩… 모르는 사람이 태반임다… 그러니까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휙 나가버리는 관객들은 몰상식한 부류라니까… 와트슨과 홈즈가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배경으로 어떤 마차(말이 끄는 썰매던가?)가 설원을 마구마구 달리는 장면이 나오죠. 엔딩 크레딧 무지 많습니다… 한참 기다려줘야 마지막에 쇼킹하실 수 있답니다… 그렇게 한참 달리다가 드디어 엔딩 자막이 다 올라가면, 그 마차가 어느 여관 앞에 멈추면서 한 남자가 내리죠. 여관에 들어간 남자가 숙박계에 “모리어티”라고 서명합니다… “모리어티”는 홈즈 매니아들은 다 아시겠지만 홈즈의 영원한 숙적이죠… 그러면서 그 남자가 고개를 들어 관객들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짓는데… 홈즈에게 패해 물 속으로 가라앉았던 레이스 선생입니다… 영화를 본 사람 중에 이 장면을 못본 분들은 무릎을 치고 있겠군요…

3. 폴리스 스토리 Police Story (1985)

사실 옛날에는 엔딩 크레딧을 굳이 볼 필요가 없었지요. 기껏해야 영화 속 장면들을 편집해서 보여주거나, 엔딩씬을 정지시켜서 자막을 올려보내는 배경으로 써먹거나 둘 중의 하나이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룡의 영화를 보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 속에서 NG가 났던 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는 NG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성룡은 당당하게 그 장면들을 영화의 마지막에 팬 서비스로 넣었던 거지요… 숱한 성룡 영화 중에 “폴리스 스토리”를 택한 거는, 제가 기억하기로 NG장면이 나오는 최초의 성룡영화가 아닌가 싶어서… 제가 성룡 매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만…

4. 벅스 라이프 A Bug’s Life (1998)

성룡 영화 이후 엔딩 크레딧에 NG 장면을 삽입시키는 게 무슨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었지요. 국내영화에서도… 헐리웃에서도… 제가 지금도 어이가 없는 거는 너무 유행만 쫓다보니 멜로물인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도 엔딩에 NG 장면을 집어넣었던… 물불을 못가린다고 그래야되나 똥오줌도 못가린다고 그래야되나… 하여튼 NG장면, 이제는 뭐 흔한 경우가 되었습니다만, 이 “벅스 라이프”에서만큼은 그렇게 흔하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지요. CG애니메이션 아닙니까. CG 애니메이션에서 NG장면을 집어넣는다는 건, 일부러 엔딩용으로 다시 작업을 했다는 말밖에 안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거는 팬서비스 차원을 넘어서는 고객 감동 수준이라고 해야겠지요.

5. 이웃의 토토로 どなりのトトロ (1988)

어머니에게 옥수수를 전해주고 돌아오는 사스키와 메이… 걱정하던 할머니와 거리에서 만나는 장면이 끝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엔딩 크레딧(자막이 올라가는게 아니라 장면장면이 바뀌는 형식이죠)이 바뀔 때마다 남아있는 이야기들이 계속 펼쳐지죠. 퇴원해서 택시에서 내리는 엄마의 모습… 토토로와 어울려 노는 메이… 뭐 그런 장면장면들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걸 본다면, 절대 극장에서 불 켜졌다고 후다닥 일어나는 몰상식한 짓거리는 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의 마지막까지 다 올라가야 끝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