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소위 ‘전설의 시작’.
이 무렵 유재석이란 개그맨이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무명 개그맨은 아니었더랬다.
일단 텔레비전을 끼고 살다시피하던 시절이라 왠만큼 TV에 얼굴 내미는 인간들은 거의 다 프로필을 알고 있기도 했고
(유재석의 경우 제1회대학개그제에서 데뷔한 나하고 동갑인 녀석…정도로까지 알고 있었으니)
유재석이 뜨고 난 후 몇몇 토크에서 언급된 적 있지만
최양락과 함께 했던 “순대국 형제”라거나
김숙과 함께 했던 “남편은 베짱이”같은 코너는
코너 자체는 그리 인기가 없었을지 몰라도, 이상하게 지금껏 기억은 나는 것들.
(“남편은 베짱이”에서 유재석이 처음 둘리춤을 춘 걸로 아는데,
처음 그 춤을 췄을 때 같이 TV보던 어머니가 엄청 재밌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 어머니가 그때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서세원쇼 토크박스에서 주목받고,
비슷한 시기에 MBC 동거동락에서 메인MC를 차고 앉으며 자리를 잡고,
당시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이었던 “공포의 쿵쿵따”를 통해 자리를 많이 굳히고,
그뒤 느낌표, 해피투게더, X맨 등등으로 꾸준히 유지해오다가
(얼마전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인터뷰에도 나오지만) 평소 “좀 모자란 인간들의 도전기” 같은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
이 방송 저 방송을 오가며 “천하무적 외인구단”(KBS) “감개무량”(SBS) 등을 내놓았지만 별로 좋은 반응은 없었고
MBC로 와서도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 등을 이어갔지만 크게 반향은 얻지 못하다가
(위의 코너들이 그럭저럭 꾸준한 인기를 얻긴 했지만, 대박은 아니었다는 뜻)
“무한도전 – 퀴즈의 달인”에서 김태호 PD와 만나면서 드디어 국민MC가 되어버린 유재석.
올 연말에는 MBC에서 안주면 딱히 연예대상 받을 방송국도 없어보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예상인데 KBS는 강호동-이경규 대결구도, MBC는 유재석이 유력한데 워낙 많이 줘서 박미선 정도로 김을 뺄 가능성, SBS는 패떴에 유재석 하차 문제도 있고 해서 이효리-강호동 대결구도가 아닐까 싶음)
휴식기 없이 오래, 꾸준히 방송에 나오다보니 이젠 본인의 힘보다 팀웍에 의존해서 인기를 유지한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신인-무명시절, 반짝반짝하던 그의 재능을 기억하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기량(?)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런 기대감을 먼저 가졌던 모 방송인은 요즘 본의 아닌 슬럼프를 겪고 있다. 김제동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유재석과 동갑인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