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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앤 아웃] I Will Survive

2000년 9월 15일

글로리아 게이너의 팝송 “I Will Survive ”는 이 영화 저 영화 속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특히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관객을 모았던 <비욘드 사일런스>와 <인 앤 아웃> 두 편의 영화에 연달아 삽입되면서, 이 70년대의 히트곡은 90년대에도 다시 주목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두 영화에서 한 곡은 상당히 다른 의미로 삽입되었다. <비욘드 사일런스>는 농아를 소재로 한 차분하고 가슴 뭉클한 영화답게 딸이 이 노래를 수화로 들려주는 장면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인 앤 아웃>은 게이를 소재로 한 떠들썩한 (패럴리 형제의 영화에 비해서 떠들썩한 편은 아니었지만) 코미디 물답게 졸지에 게이로 몰린 고등학교 선생님이 자신의 남자다움을 과시하면서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으로 삽입되었다.

<인 앤 아웃>을 소개하는 화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케빈 클라인의 이 춤 장면이 빛난 이유는 “I Will Survive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로리아 게이너는 노래 도입부에서는 청중을 달래듯 부드럽게 들어와서, 자신만의 힘으로 점점 청중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절정부분에서는 청중의 심장을 낚아챈다고 할까. 가창력이 있다는 말과 높이 올라간다는 말을 혼동하는 사람들은 죽어도 알 수 없는, 노래를 타고 흐르는 그녀의 진정한 영혼이 담긴 울림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이 노래가 삽입된 장면으로 <인 앤 아웃>을 소개하는 이유도, 케빈 클라인의 막춤(?)이 언뜻 보기엔 엉망인 것 같아도 이 유동적인 파워의 강약을 잘 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비록 노래의 경쾌한 멜로디에 중점을 둔 편집이라 여성 보컬의 그 강력한 음색이 살아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섭섭함도 없진 않지만.

“I Will Survive ”가 <비욘드 사일런스>에 삽입된 장면에서는 영화 분위기상으로도 그렇겠지만, 그 경쾌한 멜로디조차 차분하고 감동적으로 들리게 하는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한다. 같은 노래 다른 느낌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 두 영화는 참으로 많이 다르다. 나는 그것을 “I Will Survive ”라는 노래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경쾌함과 글로리아 게이너라는 여성 보컬의 짙은 음색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독특한 음색과 가창력은 이 노래가 심지어 <비터문>에서는 죽음을 암시하는 노래로 쓰였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정도로 다양한 느낌을 전해주는 힘이 되었다.

사족 삼아 덧붙이자면 “I Will Survive ”가 영화 삽입곡으로 방송도 좀 타고 뜨기 시작하니까 진주라는 여가수가 “난 괜찮아 ”라고 번안하여 부르기도 했다. 진주가 가창력 있는 여가수 라고들 말해주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글로리아 게이너의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딱 한 마디만 해주고 싶다. “노래를 불러라. 소리만 지르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