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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시절] 저주받은 이야기 / 교지에 소설을 싣고

1997년 12월 20일

중학교 2학년 때, 내 주위에 앉은 여자애들이 이상한 쪽지를 돌리면서 나를 가리켜 키들키들 거린 적이 있었다. 이상한 낌새가 들어서 쪽지를 나꿔채려고 했더니 여자애 하나가 쪽지를 박박 찢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나 워낙 퍼즐을 좋아했던 나는 산산이 흩어진 쪽지조각을 모아 짜맞추기를 시작했다. 드러난 문구는 놀랍게도 “××(물론 여학생)가 종민이를 좋아한대”였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양이 이 쪽지를 해명하려고 나한테 따로 쪽지를 건넸던 것 같다. 나는 그 쪽지는 대충 읽어보고 이렇게 써서 돌려주었다.
“야 이 뚱뗑아 (걘 정말 뚱뚱했다) 정신차려라”
나중에 내 친구들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그때 죄를 받아서 내가 평생 여자친구를 못 사귀고 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국어 담당이셨는데 일기장을 일주일 단위론가 검사를 하셨다. 그런데 내 일기가 그 선생님의 눈길을 끌었는지 자주 칭찬을 해주셨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썼는데 너무 진솔했나보다) 학년말에 교지 편집을 맡은 담임선생님은 나보고 소설을 하나 써오면 교지에 실어주시겠다고 하셨고, 나는 공부 지지리 못하는 형이 공부 잘하는 동생한테 열등감을 느끼는 내용의 소설을 써서 교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중에 선생님이 나한테 말씀하셨다.
“네 이야기를 거꾸로 쓴 거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