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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 삐딱한 건물

2007년 3월 10일



어떤 건물인가?

건물이 똑바로 서있지 않고 약간 비뚤어져 있다는 것, 그 이유 하나만으로 <피사의 사탑>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가 되었다. 덕분에 고작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고향 정도였을 이탈리아의 피사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었고.

사실 건축사적으로 본다면, 피사의 사탑 옆에 있는 피사대성당이 훌륭한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로서 관광객들의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피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그딴 건 개한테 줄 관심도 없을 거고, 정확히 표현해서 피사대성당에 딸린 부속건물 – 종탑 – 인 문제의 피사의 사탑만 죽어라 쳐다보고 카메라 셔터들 눌러대시는 거다. 만약 피사대성당을 카메라에 담는다면 이유는 오직 하나, 피사의 사탑과 비교해서 얘가 얼마나 기울어져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일 뿐이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대리석으로 지어진 8층 건물로, 높이는 약 55m이고 지름은 약 16m인 원통형 건물이다. 성당 부속 종탑이므로 꼭대기에는 물론 종이 있겠지.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294개의 나선형계단을 걸어올라가야 한다) 재미있게도 종루에 있는 종이 모두 7개인데 제각기 다른 음을 낸다고 한다.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말이렸다) 지금도 종을 쳐대는지는 확인불가. 워낙 기울어대는 바람에 한동안 관광객의 발길을 끊고 보수공사를 해왔고, 2001년부터 다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지만 아직도 입장객(쳐다보는 사람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 수를 제한하고 있단다. 지금도 해마다 1mm씩 기울고 있다, 아니다 이제는 더이상 기울어지지는 않는다 말들이 많은데, 어쨌든 지금 현재 상태만으로도 중심축에서 10도 가량 기울어있고, 건물 꼭대기를 중심으로 보면 4m 가량 중심축에서 벗어나있다.

항간에는 갈릴레이의 자유낙하실험이 행해진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실제 그 실험을 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시몬 스테판인가 하는 사람이고 갈릴레이가 직접 그 실험을 했다는 건 속설에 불과하다.

어떻게 지어졌나?

보통은 종탑이 성당 꼭대기에 위치하거나 해야 맞을 것 같은데, 피사의 대성당에는 종탑이 따로 없었다. 없는 종탑을 뒤늦게 새로 만들려고 하다보니, 기왕이면 크고 폼나게 짓자는 취지에서 저렇게 거창하게 지어진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하여튼 그런 전차로, 피사대성당이 완공된 것은 1118년(후에 확장공사가 계속 있긴 했지만)인데 피사의 사탑을 착공한 것은 1174년이다.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설계를 맡았던 피사노는 이놈의 건물이 남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한쪽의 지반이 너무 물렁한 탓이라고 하는데, 그걸 헐고 다시 지을 수 있는 형편은 안되었는지 아니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판단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건축가는 북쪽에 하중을 더 많이 싣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하면서 계속 건물을 지어 올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건물은 점점 더 기울고, 마침내 3층까지 쌓은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수차례 설계를 검토한 끝에 공사를 재개한 것은 착공 이후 무려 99년이나 지난 1273년이었고, 완공된 것은 거의 200년이 지난 1360년이었다. (피사대성당의 확장공사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공사 중단이 꼭 기울어서만은 아니었을 거다. 비용이나 인부 문제도 있었을듯) 공사기간에도 계속 기울어지는 건물 탓에 층을 올릴 때마다 북쪽은 짧게, 남쪽은 길게 올라갔기 때문에, 만약 천지가 개벽을 해서 피사의 사탑이 똑바로 선다면 오히려 이 건물은 북쪽으로 기울게 된다.

시대의 한마디

솔직히 말해서, 단지 “삐딱하게 서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거론될 정도로 유명해진 건물이 아닌가. (갈릴레이의 실험 운운은 그 유명세를 높여보려는 의도가 아니면 단지 그 유명세에 묻어간 사례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예전에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말하는 광고가 유명했었는데 딱 그 짝인 셈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요즘은 개성이 중요시되는 사회 어쩌구 하니까 저렇게 삐딱선을 타면서 남들과 달리 튀어보겠다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 (그러고보니 내 홈페이지도 지금처럼 블로그화하기 전에 <삐딱하게 보기>라는 제목을 달고 저놈 이미지를 서브메인페이지에 넣었던 적이 있었다) 근데 삐딱한 것도, 기본 철학이 바탕이 돼서 삐딱해져야지 무작정 남들과 다르게만 가려고 하면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