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끌려가는게 싫어서 공군을 지원한 나는, 필기시험을 본다는 말에 무척 긴장했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국민윤리를 본다는데 공부를 해야되는지 하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되는지 궁금하기만 할 뿐 딱부러지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공부도 안하고 빈둥거리다가 시험을 보러갔는데……(성남 실내체육관 바닥에 엎드려서 봤음)
국민윤리 1번문제 : 우리가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는 까닭은?
1) 부모님이 돈이 많기 때문에, 2) 그냥, 3) 부모님이 낳아주셨기 때문에, 4) ….(이게 정답이었음) ……이 문제를 보면 그 시험의 수준을 짐작하리라 생각하고 이만 줄인다.
공군시험을 치러갔더니 그냥 알고지내던 친구의 친구와 과후배를 만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후배는 나와 같은 달에 입대했지만 친구의 친구는 나보다 한달 뒤에 입대했다.
문제는 이미 나보다 먼저 공군시험을 본 다른 과후배가 나보다 한달 먼저-_-; 입대했다는 사실이었다. 훈련소에 막 입소해서 바짝 긴장해있던 때, 내무반에 각잡고 앉아서 숨소리도 잘 못내고 있는데 낼모레 퇴소예정인 한달 빠른 기수의 훈련병이 갑자기 우리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내 이름을 부르며 날 찾는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네!” 하고 대답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그 “짜식”이 씩 웃었다.
“종민이형! 저에요 정원이”
이 후레자식놈을 내가 그냥…
공군은 훈련소 입소가 끝이 아니라 그곳에서 체력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은 후 보통 100여명 정도가 탈락해 집으로 돌아간다. (울며불며 훈련소까지 왔다가 그냥 집에 돌아가면 얼마나 쪽팔리냐…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열심히 뛰어댕겼다…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너무 드럽고 힘들어서 그냥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눈꼽만큼이나마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탈락한 사람들은 다음달에 다시 공군으로 입소하던지 아니면 육군으로 가게 되는데, 약 5일간의 테스트가 끝나고 드디어 합격발표를 하는 날이 되었다.(내가 가본 합격발표장 중 가장 분위기 드러운 합격발표장이었다)
훈련병들 –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민간인이다. 정식 입소를 안했으니 – 을 연병장에 쫙 집합시킨 후 탈락한 사람과 입소할 사람을 짝 갈라서 반으로 나누더니, 구대장께서 한 말씀 하셨다.
“자, 떨어지신 민간인 여러분들은 이제 그만 집으로 안녕히 돌아가시고… 남은 새끼들은 대가리박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