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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농구에서의 포지션

2000년 7월 14일

이 글은 얼터너티브 스포츠웹진 후추(http://www.hoochoo.com)의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감사하게도 후추에서 이 글을 칼럼란에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계속 반응이 괜찮아서 동네농구편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예 동네족구까지 써버려야지.

동네농구는 사실 골대 하나로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죠… 사람 수에 따라 1:1, 2:2, 3:3, 4:4, 5:5…

1:1 반코트부터 설명하겠습니다.

1:1에서는 절대적으로 개인기의 우위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따돌리고 레이업슛… 아니면 정확한 중거리슛… 붙으면 파고들고 떨어지면 던진다… 는 격언을 몸으로 체험하는데는 일대일이 최곱니다.

거기에 추가하면, 신장의 우위가 어느 정도의 기량차이는 커버해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요.
리바운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지금은 유학간 형님하고 매주 일요일마다 50점 일대일을 했었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슈팅력이나 돌파력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제가 왼쪽 돌파를 원래 못하는데 이때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2:2 반코트… 제법 많이 행해지는 방식입니다만…
여기서는 센터와 가드로 명확히 포지션이 나눠지죠…
외곽에서 가드가 볼을 돌리다가 중앙에 있는 센터에게 패스… 센터가 여의치않으면 수비를 끌어댕겨놓고 외곽의 가드에게 리턴… 이런 정형적인 포메이션이 나오거든요…

센터는 확실한 리바운드를 위해 높은 신장… (동네농구에서 위치선정 이런 거 없슴다. 그저 커야됨다)
가드는 키 작고 발빠르고 괜히 노룩백패스 같은 거 좋아하는 녀석이 보통 맡게되죠.

제 경험으론 2:2 힘만 들고… 실력도 별반 느는 것 없슴다…

3:3 반코트… 길거리농구 포메이션이군요.
세명이면, 센터 포드 가드의 삼박자가 굴러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가드를 보는 녀석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대개 동네농구를 주름잡는 녀석은… 아까도 말했지만 볼재간도 좋고 발도 빠르지만 키가 작은 녀석들이 대부분입니다…
(선천적으로 드리블이 낮기 때문에)

여기서 키가 작다…의 기준은 160대에서 170대초반을 말합니다…

게다가 동네농구에서 블록슛…. 얼마나 나옵니까?
(동네농구에서는 도의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설도 있는데)
단신의 약점이 많이 커버가 되는 거죠…

이런 녀석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농구는 키로 하는게 아니야”

문제는 대개 이런 놈이 제럴드 워커식의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팀플레이가 안되죠…
상대방도 수비를 한 곳에 집중하기 때문에 불리하고…

그리고 동네농구에서 꼭 있는… 드리블이 약해서 공을 잡으면 슛 또는 패스밖에 못하는 녀석…

대개 드리블이 높아서 잘 뺏기는 장신들이 많죠…
여기서 장신이란 180대 이상을 보통 칭합니다…

동네농구에선 골밑의 장신에게 패스를 해줬으나 슛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그래도 올라가다가 노골 또는 블록슛을 당하지 않으면… 패스를 해서 밖으로 빼려고 허둥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장신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군요…

적당한 키(동네농구에서는 173~178 사이)에 단신가드 못지않은 기량, 정확한 슈팅을 갖춘 선수가 또 꼭 있죠.

욕심없는 가드와 볼을 다룰 줄 아는 센터를 가진 팀이 앞에 말한 이런 포드를 갖췄다면 아마 3:3 농구에서 가장 강력한 팀일 겁니다.

근데 이게 말이 쉽지…
이런 경우는 대개 단신가드가 슈팅가드에 머물고… 포드가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4:4 반코트…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조금 힘들어도 4:4 올코트를 권장합니다…

동네농구는 3초룰이 없기 때문에…
4:4 같은 경우 6~7명이 항상 골밑에 몰려있습니다…
더럽게 복잡하죠…
개인돌파… 뭐 이런 거 없습니다…
골밑에 사람이 엔간히 많이 모여있어야지…
무조건 밖에서 던지고…
안에서는 웅성웅성 잡아내고…
이게 4:4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물론, 정확한 외곽슈터를 가진 4:4팀이 있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지죠.
그래도… 리바운더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장신이 많을수록 유리한 경우가 또 4:4입니다…

3:3만 해도 장신이 둘에 단신 하나라면 단신의 돌파가 볼만한데…
4:4는 상대방 장신이 셋이면 아무리 드리블이 낮아도 돌파가 용이하지 않으므로…
결국 밖에서 던져… 장신을 끌어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기자기한 맛이 별루 없어서… 전 4:4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5:5 올코트를 얘기하겠습니다.
솔직히 옛날에는 포인트가드니 슈팅가드니 그런 것도 모르고…
우르르 달려가서 우르르 공격할 따름이었지만…
역시 위에서 말한 신체적 특성상… 포지션이 구분되곤 했습니다.

일단, 장신이 골밑에 쳐박혀있는 건 어쩔 수가 없구요.
적당한 키의 선수들이 두어명 포드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수시로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외곽슛도 날려주고…
단신가드는 가급적 안에서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것보다는 밖에서 볼 배급과 외곽슛에 전념하죠.

키큰 놈이 센터 안보고 포드나 가드 위치에 있으면 욕먹습니다.
그래서 제가 욕을 많이 먹었는데…

참고루 제가 군대있을때 우리 내무반의 농구팀을 소개하겠습니다.

NBA 드림팀에 맞서는 나이트메어팀이었는데…

우선 183인 제가 센터를 보고…
근데 워낙 말라서… 한기범형 센터라고들 했지요…
울 어머니가 한기범이 한창 뛸 때 하신 말씀이…
“쟤는 어째 빵을 얻으려고 농구하는 애 같다”라고 하셨는데…

키 180에 체격 우락부락한… 행정계 쫄병 녀석이 PF였습니다…
이놈하고 같이 뜨면 백이면 백 나가떨어진다는 파워를 자랑했는데…
슛이 약해서… ^^;;

그리고 자칭 스코티 피펜… 키 177정도의 행정계 고참이 SF…
위에 말한 포드의 요건에 딱 맞는… 내외곽을 넘나들며 위치를 가리지 않고 득점할 수 있는 우리 팀의 알토란 같은 존재였지요…

이상민하고 초중교시절 같이 농구했다는 (맨날 이상민싸가지 개싸가지라며 욕하던) 제 사무실 쫄병놈이 SG…
잡으면 던지는데…
들어간 기억은 그다지 없군요…

사회에서 낑깡족이었다는 (오렌지도 아니고…) 짬밥은 꼴에서 두 번째인데 나이는 젤루 많은 녀석이 PG…
이놈의 송곳패스는 워낙 송곳같아서…
사람이 아무리 많은 곳에 패스를 해도 그 틈을 뚫고나가 아웃되 버리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군대 내에서는 기량이 손꼽히는 녀석들이라… 연승행진을 해볼만도 한 멤버였는데…
별루 이겨본 기억이 없군요…

이 말로 글을 맺겠습니다.

동네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키와 정확한 슈팅.
그러나 이 둘을 다 가진 녀석은 매우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