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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야구에서의 포지션

2000년 7월 12일

이 글은 얼터너티브 스포츠웹진 후추(http://www.hoochoo.com)의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감사하게도 후추에서 이 글을 칼럼란에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아래에 포지션 얘기가 많이 나와서, 저의 십여년 동네야구 경력을 살려 동네야구에서의 포지션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동네야구와 일반야구의 비교도 좀 되겠지요 ^^

상당히 많이 썼었는데 실수로 날아가서 다시 쓸 기운이 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먼저 밝혀둘 것은 여기서 말하는 동네야구는… 진짜 아마츄어…
뭐 선수경험 같은 거 전혀 없고…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포수가 보호장구도 없이 외야수 글러브로 포구를 하는 그런 동네야구를 말합니다… 대학교 야구동아리 정도만 되도 제대로 하는 축이라…
그런 사람들을 연상하지는 말아주세요…

우선 투수…
야구는 투수놀음이지만 동네야구는 그다지…
물론 투수가 중요하기는 하지요…
하지만 일단 동네야구 투수는 콘트롤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몸에 맞추고 와일드 피칭하고 그런 수준은 아니고…
볼배합이니 변화구니 이런 거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동네야구를 보면 어느 투수와 어느 타자는 진짜 잘 때리고… 어느 투수와 어느 타자는 진짜 삼진만 잘 잡습니다…
왜냐하면 투수마다 볼의 속도가 다르고 (당연하죠)… 타자들은 또 공에 자기 타이밍을 맞출줄 모르기 때문에… 자기 타이밍대로 스윙을 하면 특정 투수의 공은 절대로 치지 못하는 겁니다…
공을 정확히 보고 타이밍 맞춰서 때리는 타자도 물론 있죠…
우리는 그런 타자를 4번타자라고 부릅니다 ^^

다음은 포수…
동네야구에서 포수는 진짜 미약합니다…
선수가 부족할 경우 공격하는 팀에서 포수를 대신 봐줄 정도로…
역시 볼배합이나 사인교환따위가 없는 동네야구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루가 있는 경우 포수가 그나마 빛이 나죠…
그러나 도루를 금지한 동네야구에서 포수는 진짜 할 일 없습니다…
군대에서는 이병들이 포수를 많이 합니다. (갓 전입온 신병은 심판을 보는 경우가 많죠. 고참들의 방망이 위협에 판정이 불안하긴 하지만)

저도 포수를 자주 봤는데… (테레비에서 본 건 있어갖구 홈플레이트에서 빠져도 앉아보고… 이리로 달라고 사인도 보내고 해봤죠)
동네야구 포수는 내야땅볼시 1루 백업을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들어갔습니다…
한번은 주자가 3루에 있을때 1루 백업을 들어간 바람에 한점을 그냥 헌납한 슬픈 기억이…. ^^;;;

동네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1루수입니다.
일반 야구에서는 1루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수비부담도 적고…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수들이 1루수에 몰려있죠…
그러나 동네야구 1루수는 상당히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이 차지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내야수들의 송구를 떨어뜨리지 않고 받아야되기 때문이죠…
포수 다음으로 공을 많이 받는 위치가 1루수 아니겠습니까…
가끔 악송구도 나오긴 하지만… 1루수 앞에 정확히 날아오는 공도 못받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그러니까 동네야구죠 ^^)
포수는 공을 떨어뜨려도 스트라이크지만…
1루수는 공을 떨어뜨리면 세이프입니다…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받아내는 능력…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이거 상당히 어렵습니다…

1루수 전용미트가 없는 동네야구에서는 특히 그렇죠…

저같은 경우 땅볼에는 아주 취약한데… (낮게 굴러오는 공은 100% 알을 깐다고 보심 됩니다)
뜬 공이나 날아오는 공은 상당히 잘 처리한 편이라…
1루수를 한참 봤었지요…

2루수…
동네야구에서 2루수는 거의 놀고먹는 보직입니다… 왜냐…
동네야구는 밀어치는 타자도… 왼손타자도 희귀하기 때문이죠…
한 시합에서 10개 내외의 공만 처리해주면 됩니다…

저는 결정적으로 어깨가 약해서 1루나 2루를 선호한 경향이 많은데…
2루를 볼때 왼손타자가 날린 땅볼… 숱하게 알을 깠었지요…
심정수가 계란장사라면 저도 역시 계란장사… 의미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뜬 공 처리는 잘했다니깐요…

2루 베이스 위를 빠르게 통과하는 안타성 타구를 쫓아가서 라이너로 아웃시킨 뒤… 안타라고 생각하고 오버런한 1루주자를 협살로 아웃시켜 더블플레이를 잡은 적도 있답니다…
상대팀 왼손강타자가 제 키를 넘기는 타구를 날렸을 때는…. 정말 키를 완전히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한 두어발 쫓아갔다가 공도 쳐다 보지않고 그냥 점프를 했거든요… 그런데 뻗은 글러브에 뭔가가 턱 걸리는 겁니다… 넘어질 듯 착지해서 보니까 공이 글러브에 반쯤 걸쳐져있더군요… 그날 제 모습을 본 친구/후배들은 “아름다왔다” 라고 말을 하지요 ^^;;

유격수 – 3루수.
타구를 가장 많이 처리해야되는 곳이 유격수임은 동네야구도 틀림 없습니다. 타구를 빠르게 처리하고 1루에 정확히 뿌려줘야되기 때문에 가장 운동신경이 좋은 선수가 유격수를 보지요. 자기 자리에 서서 잡아 던지는 것도 대단한데 앞으로 달려가 공을 처리한 뒤 그대로 러닝스루를 하는 유격수는 그야말로 스타 대접 받습니다.

동네야구 3루수는 일반야구에서처럼 핫코너 대접은 못받습니다…
때로는 2루수만큼이나 한가한 위치가 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2루수는 1루주자가 있을 때 종종 2루 베이스를 지켜야되는데 반해 3루수는 베이스를 지켜야되는 일이 2루수만큼도 안되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유격수가 일급이 아닐 경우… 유격수의 수비범위를 좁혀주기 위해 3루수가 할 역할이 많다는 면에서… 또 1루로 송구할 수 있는 강한 어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3루수가 2루수보다는 조금 대접을 받습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 어깨가 약해서… 유격수나 3루수는 한번도 못해 봤습니다… ^^;;

외야수…
동네야구에서 외야수 포지션은 거의 의미가 없죠… 일반야구에서도 그렇습니다만…

그러나 타구를 자주 처리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좌익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다음이 중견수.. 그 다음이 우익수…
그런데 동네야구에서는 의외로 뜬공처리에 약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왜 고교야구도 평범한 플라이를 자주 놓치는 모습이 보이죠…
글러브에 들어갈 때까지는 안심 못한다… 이게 동네야구의 정설입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뜬공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은 대개 “글러브를 오므리는 타이밍”에서 곤란을 많이 겪습니다…
공이 완전히 글러브에 들어오기 전에 글러브를 오므려서 공이 글러브 끝에 맞고 튀어나가는 경우…
공이 글러브에 들어왔는데도 오므리지를 못해서 그냥 떨어뜨리는 경우…
이런 안타까운 경우가 한 시합에 대여섯번은 우습게 나오죠…
대여섯번이 뭐야… 일진 사나운 날에는 열번도 넘습니다…

저같은 경우 앞서도 말했듯 뜬공에는 그나마 일가견이 있어서 외야수 수비도 종종 봤었는데…
외야수는 뒤로 빠진 공 주으러 뛰어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솔직히 기피 포지션입니다…
그리고 우익수를 볼 때 2루수 옆을 스치고 나온 땅볼을 알을 까는 바람에… 주자일소 3루타를 만들어준 아픈 기억이 있어서… –;;;
지금도 외야수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

군대 있을 때 일요일마다 야구 많이 했었는데… (남들은 군대에서 축구한다는데 우리는 야구했답니다… 축구하다가 한놈이 병신되는 바람에 축구 금지령이 떨어져서…)
글 쓰다보니 오랜만에 한번 해봤음도 싶네요.
요즘은 왼손을 통 안써서 왼손타격이 제대로 안나올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