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이걸 2>라는 영화를 내가 “괜찮게 보았다”는 사실에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시큰시큰거리는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크리라 생각된다. 물론 이 영화는 내가 학을 떼는 “로맨틱코미디물”도 아니고, 별로 볼 생각도 안하는 “돈쳐바른 액션블록버스터”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괜찮게 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IMDB 사이트의 네티즌 평점에서 불과 4.8 포인트를 얻고 있는 (10점 만점이다) 이 영화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대단한 매력이 있는 것도 분명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나는 아무 생각없이 MBC 주말의 명화 시간에 TV를 켜놓고 있었던 탓으로 이 영화를 보고 말았고, 보고 난 감상은 “대박이네!”라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지만 “저 정도면 괜찮네”였다는 말이다. <나홀로 집에>에 나왔던 매컬리 컬킨이 조연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국내 마케팅에서는 더 우려먹었던 전편 <마이걸>은 아예 내 관심밖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참으로 후한 점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베이다는 기억에 전혀 없는 어머니에 대한 리포트를 쓰기 위해 어머니의 고향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어머니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과 자료들을 수집한다. 그 와중에 베이다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자신을 임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되고, 어렵게 수소문하여 “자신의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남자를 찾아가게 된다. 베이다는 그 남자에게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생전 모습이 담겨있는 영화 필름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그 장면에서, 그러니까 처녀시절의 어머니가 (어느 배운지, 이쁘더라) 사람들과 어울려 있는 모습을 찍은 그 영화필름 속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가 “Smile”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왔던 노래인데 이 노래가 무슨 이유로 이 장면에 삽입되었는지 그건 나두 잘 모르겠다. (뭐 별 이유가 있긴 하겠나?) 다만 그 어머니의 잔잔한 목소리와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베이다의 모습, (생각해보라,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 아닌가) 참 괜찮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단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영화는 저게 애가 엄마 찾는 얘긴지 아빠 찾는 얘긴지 남자친구 사귀는 얘긴지 아리까리하고 왔다갔다 하는데, 그런 사소한 장면의 사소한 느낌은 아주 잘 살아있더라는 말이다. 영화가 꼭 짜임새있는 줄거리를 갖고 있을 필요가 있나? 어차피 두시간, 시간 때우는 것인데 단 1분이라도 확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이 있고 그 감흥이 두시간 넘게 가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짜임새있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를 신봉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디나 예외는 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