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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Nowhere Fast

2003년 7월 21일

https://www.youtube.com/watch?v=dNHZe9s75e4

80년대 초반, 당시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있는 배우를 알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녀석들의 책받침을 살펴보는 거였다. 당시 문방구에서는 A4크기의 연예인 사진들을 코팅해서 책받침 대용으로 팔았고, 인기가 많은 연예인의 사진은 뭐 하루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만땅이었다. 당시 국내 연예인은 잘 모르겠는데 (이선희 책받침이 꽤 인기 있었던 것 같다) 외국여자연예인은 확실히 세사람이 막상막하였다. 브룩 실즈,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중고등학생들 중에 이 세 배우가 나온 영화를 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더군다나 피비 케이츠의 데뷔작 <파라다이스> 같은 경우는 연소자관람불가였으니까 말이다. 그냥 사진만 보고 좋아했었나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말하려는 배우는 그 세 배우에게 한 끗발이 모자라서 인기가 좀 별루였던, 그래도 브룩 실즈나 피비 케이츠보단 요즘 활동량이 많은 다이안 레인이다. 다이안 레인도 당시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라는 야시시한 포즈의 포스터(지금 보면 별 거 아닌데, 그 당시 – 그 나이때는 그 엉덩이를 쭉 뺀 자세가 왜 그리 야시시해보였던지)에 힘입어 꽤 괜찮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물론,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를 직접 본 중고등학생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겠지만… 아무튼 강렬한 색감으로 만들어진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던 모습이 (동시상영작 <아웃사이더>도 기억난다) 지금도 생생한 걸로 봐서 깨나 인상적이었나보다.

문제는 뭐 영화는 본 적도 없으면서 포스터랑 배우만 기억한다는 건데-_- 영화등급이 내가 나이를 먹는다고 같이 올라가는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보게 되지 않았겠는가. 보고나니 정말 남는 거 전혀 없는 영화기는 했지만… 그런데 사실은 영화를 볼 즈음에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란 영화를 포스터와 배우만이 아닌 다른 이미지를 통해서도 기억하고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주제곡이었다. 계속 되풀이 말하지만 포스터랑 배우가 워낙 인상적이라 영화 제목은 항상 기억하고 있었는데, 즐겨듣던 영화음악 프로에서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의 주제곡입니다. 댄 하트만의 I Can Dream About You~”라고 소개해주면서 음악을 틀어준 덕분에 영화도 안보고 주제곡을 듣는 행운을 누렸던 것이다. 노래는 뭐… 그럭저럭이었다. 그후로도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가 영화음악실에 나오면 무조건 I Can Dream About You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하루는 또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그러길래 I Can Dream About You려니, 하고 있는데 Nowhere Fast라는 제목을 말하는게 아닌가. 뭐야 이건? 하고 듣다가 그 노래의 강렬한 드럼비트에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드럼비트 쎈 노래는 무조건 좋아한다. 단순해서) 그 후로 나에게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는 포스터, 다이안 레인, 그리고 Nowhere Fast였다.

나중에 영화에서 다이안 레인이 포스터에 나온 의상 비슷한 걸 입고 파워풀하게 립싱크하는-_- 장면에서 그 노래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내가 기억하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가 그 한 장면에 완전히 녹아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뭐 단순하게 딱 잘라서 말하면, 이 영화에서 건질만한 장면은 그 장면 하나밖에 없더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