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인가?
요번 업데이트에서는 “별로 건물 같지않은 건물”을 한번 소개해보기로 했다. (“삐딱하게…”의 취지에 어느 정도 맞을까 싶어서) 만리장성(萬里長城)이 사람이 들어가서 살거나 할 수 있는 그런 구조물은 아니지만, 건물은 분명 건물이다. 그러면 어떤 건물인지 한번 보도록 하자.
만리장성은 잘 아시다시피 중국에 있으며, 달에서도 보인다는 말이 있을 만큼(쌩구라로 알고 있다) 세계최대규모의 토목공사 유적이다. 현재 위치는 발해만(渤海灣) 연안의 산해관(山海關)에서부터 중국 본토 북변을 서쪽으로 향하고 북경(베이징 北京)과 대동(大同)의 북방을 경유한 후 황하를 건너 섬서성(陝西省)의 북단을 남서로 뚫고 나와 다시 황하를 거넌 후 실크로드 전 구간의 북측을 북서쪽으로 뻗어서 자위관에 이르는데, 총 길이는 약 2,700km지만 중간중간 갈라져 나온 성곽을 모두 합하면 약 6,400km에 걸쳐 동서로 뻗어있는 셈이다. (만리는 약 4,000km이므로 길이는 대략 맞다고 할 수 있겠다)
북경 북서쪽 팔달령(八達嶺) 부근부터 대동의 안문관(雁門關)에 이르는 부분은 2중으로 축성되어있는 등 성의 구조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다. 팔달령 부근의 성곽은 높이 약 9m, 너비는 윗부분이 약 4.5m, 아랫부분이 약 9m 정도 되는데, 성 위에는 총을 쏠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낮은 성벽이 다시 설치되어있고 100m 간격으로 돈대(墩臺)가 설치되어있다. 이쪽 성벽의 외면은 구워서 만든 연한 회색의 기와로 덮여있는데 반해 황하 서쪽부분의 성곽의 외면에는 기와가 아닌 햇볕에 말린 벽돌을 사용하여 지저분하게 보이는 편이다.
청대 이후로 보수를 거의 하지 않아 현재 허물어진 곳이 많으며, 특히 문화혁명 때 농민들이 이곳의 돌을 많이 훔쳐가면서 많은 부분 훼손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이곳의 돌을 가져가는 것이 금지되어있으며 유네스코의 세계유산목록에도 올라가있다)
어떻게 지어졌나?
흔히들 만리장성은 진시황제가 쌓았다, 라고들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진시황제가 지금의 만리장성의 틀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정확한 사실은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 기존의 성벽들을 증축하고 이어붙여 긴 장성으로 만든 것이다. 장성(長城)이 처음 건축되기 시작한 것은 춘추시대의 제(齊)나라부터이고 전국시대로 들어와서 연(燕), 조(趙), 위(魏), 초(楚)나라 등이 역시 장성을 쌓았었다. 전국시대가 진(秦)나라의 통일로 마감된 후 시황제는 흉노족에 대한 방어막을 구축하기 위해 기존의 장성들을 서쪽의 감숙성(甘肅省) 남부 민현 (岷縣)에서 황하(黃河) 서쪽을 북상하여 음산(陰山) 산맥을 따라 동쪽의 요동(遼東) 요양(遼陽)에 이르는 장성으로 증/개축했다. 진나라가 유방의 한(漢)에 망한 후, 다시 한무제(漢武帝)가 BC 2세기 말경 영토의 서쪽 끝인 돈황(敦煌) 바깥쪽의 옥문관(玉門關)까지 장성을 연장하였다.
남북조시대에는 북방민족의 활동으로 장성 위치가 남쪽으로 옮겨지게 되었는데, 6세기 중엽 북제(北齊)는 대동(大同) 북서에서 거용관(居庸關)을 거쳐 산해관(山海關)에 이르는 장성을 축성하였다. 하지만 수(隋)나라, 당(唐)나라를 거치면서 중국의 영역이 장성의 북쪽을 넘어서면서 방어선으로서 장성은 별 의미를 갖지 못했고, 오대(五代) 이후에는 장성이 북방민족의 손에 들어가는 바람에-_- 역시 방치되고 말았다.
명대(明代)에 들어오면서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의 보강작업이 시작되면서 현재의 규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영락연간(永樂年間:1403∼1424)부터 보강이 시작되어 정통연간(正統年間:1436∼1449)에 내장성이, 성화연간(成化年間:1465∼1487)에 오르도스 남변의 장성이 수축(修築)되고, 다시 가정연간(嘉靖年間:1522∼1566)에는 동쪽 일대의 장성이, 15세기 중엽∼16세기 초엽에는 오르도스 서쪽 끝에서 란저우[蘭州]를 거쳐 자위관에 이르는 장성이 완성되었다. 명나라는 이 장성지대를 9개의 군관구(軍管區)로 나누어 구변진(九邊鎭)을 두고, 장성을 통과하는 교통요지에는 견고한 관성(關城)을 설치하였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청대(淸代)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군사적 의의를 상실하여 단지 중국 본토와 만주-몽골 지역을 나누는 정치-행정적인 경계선에 불과하게 되면서 더 이상의 증축이나 보강공사는 없게 되었다.
시대의 한마디?
사실 만리장성, 만리장성 유명하기는 엄청 유명한데, 이거 직접 가서 보면 뭐가 좋을지 참 애매까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길기도 엄청 긴데 그 중에 아무데나 가서 보면 되는 건가? 아니면 뭐 만리장성을 출발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투어해주는 무슨 그런 관광상품이라도 있나? 그냥 가서 돌벽이나 몇 군데 보고 올 바에는 남한산성이나 뭐 다를 게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