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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시절] 말년 병장 시절

1997년 12월 20일

어느날 나하고 병장 몇이 돈을 모아서 양념통닭 회식을 했다. 옛날 군대는 뭐 쫄병들한테 돈 걷어서 병장끼리 먹고 그랬다던데, 적어도 나는 내가 돈내서 쫄병들 먹였다 뭐. 어쨌든 막중한 임무를 띄고 말상병이 관사에 잠입해 양념통닭을 내무반으로 반입시켰고, 점호가 끝난 후 행복한 회식 시간이 시작되었다. (군바리들은 닭 한마리면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데 먹다보니 다리 한쪽이 요상하게 남아버렸다. 애들은 최고참인 나에게 먹으라고 내키지 않는 양보를 했지만, 나는 그러지말고 죄다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하자!!라고 제의했다. 그리하야 우리 1내무반원들은 일이병 그룹, 상병 그룹, 병장 그룹으로 모여서 예선을 치른 뒤 각 그룹의 1위가 결선을 치르는 월드컵 방식으로 닭다리 하나를 먹기위해 피튀기는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평소 가위바위보에 별 자질이 없는 내가 의외로 병장 그룹 1위를 했고, 피말리는 결선에서도 역시 내가 상병 1위와 일병 1위를 제치고 닭다리를 차지했다. 가위바위보에 진을 다 빼버린 쫄병들을 여유만만하게 보며 내가 다리를 뜯고 있는데 내 바로 밑의 쫄병인 차 병장이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짬밥은 하늘이 내는 거로구나.”

배삼례가 제대하고 나서 후임병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는데, 오소리가 뭐 말도 안되는 부대 업무 전산화니 뭐니 하고 떠들면서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을 빼가겠다고 공언하기 시작했다. 나도 물망에 올랐지만 계획계 선임병이라 탈락하고(정말 아까웠다. 놀구 먹는 땡보직일텐데) 엉뚱하게 일 잘 가르쳐놔서 이제 쓸만해진 내 밑의 김상병을 빼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병장을 달기 직전이었으므로 슬슬 일에서 손을 떼고 가운데의 김상병과 신입 양이병한테 일이 전담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는데 오소리가 뒤통수를 때려버린 것이다. 김상병을 관재실로 떠나보내고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양이병과 한숨만 지었던 것이 여러날이었다. 3명이 총원이어야할 계획계에서 나 혼자 일을 도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병장을 달았음에도 특박이고 휴가고 모두 미뤄야 했다. 오죽하면 94년말 사무실 송년회에서 폭음을 하고(부대 안에서) 제대하게 된 박중사님에게 꼬장을 부리고 하사관회관 앞에 큰 대자로 쭉 뻗어누웠다가 내무반에서도 여기저기 토하다가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필름이 끊겨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무반 사람들은 내가 실연이라도 당했나보다고 쑥덕거렸단다. 실연? 한 번 당해봤음 원이 없겠다.
게다가 두 달 뒤 인원을 채우기 위해 다시 받은 신병 구이병도 만만치않게 멍청한 놈이었다. 두 멍청이를 데리고 어렵게 사무실을 이끌어가던 나는 계장의 열외와 이중사의 제대에 맞춰서 제대 두 달을 남기고 밀린 휴가를 몰아서 한꺼번에 나가는 짓을 저질렀다. 당연히 사무실은 폭발할 분위기였지만 군대라는 곳은 그래도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여튼 갑작스레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4박5일의 특박까지 나갔던 것을 포함하면 제대 두 달 남겨놓고 약 35일을 바깥에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