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친구와 전라도 친구가 삐까삐까한 (이 말은 사투리가 아니라 일본어에서 비롯된 은어임) 본인은
대학-군대시절 숱한 사투리 속을 헤엄쳐다니며
이제 어지간한 상대방의 사투리는 눈치껏 알아들을 정도가 되었다.
(특히 서님, 엄력 이런 거 놓치지 않는다)
나름대로 분석해보건데
전라도 사투리는 형용사가 상당히 발달해있으나
경상도 사투리는 비유법이 상당히 발달해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단단하다”는 말을
전라도에서는 “깡깡하다”라고 한다.
경상도에서는 “단단하다”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상도 사람은 “돌뗑이네”라고 비유법을 쓴다.
사실 경상도 사투리는 말자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발음을 축약시키거나 발음의 구분이 없어지는 예가 많다.
경북 남부지방에서 “쌀”을 “살”로 발음하는 예가 그렇고
대부분 경상도 사람들이 “으”와 “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여”발음을 “에”로 발음하는 것이 그렇다.
(경상도 사람들은 자기 고향을 겡상도라고 말한다. 어데고 그기는?)
전라도 사투리는 발음상으로는 그런 무리가 없으나
다른 지방은 알아듣도 못할 희안한 동사/형용사를 많이 구사한다.
(이 말이 물을 건너가 제주도에 토착화되면서 그 동네는 완전히 다른 말을 쓰게 되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
예를 들면 “엎질렀다”를 “찌크렀다”고 한다거나
“짜증나네”를 “송신나네”라고 한다거나
뭐 그런 식이다.
즉 경상도 말은 발음을 못알아듣는 것이고
전라도 말은 단어를 못알아듣는 것이다.
묘한 것은 두지역간에 공통된 명사(표준어에서 변형된)가 있다는 것인데
버큼, 정게 뭐 그런 것들 등등이 되겠다.
기타 특징으로
표준어는 “나는” “내가” 이렇게 말한다.
경상도는 “내는” “내가” 이렇게 말한다.
전라도는 “나는” “나가” 이렇게 말한다.
(물론 지역적으로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일반적인 발음으로 평가하면
경상도 말은 시비거는 사람처럼 들리고
전라도 말은 무식한 사람처럼 들린다고 한다. ^^;
전라도 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아따”란 감탄사인데
이거 발음과 장단을 잘 조절하면 수십가지 뜻으로 쓸 수 있다.
해태 타이거즈 야구경기를 보는 전라도 관중들을 보면…
이기건 지건 감탄사는 항상 “아따”다.
물론 글로 썼으니 그렇지 발음과 장단은 항상 다르다.
이런식이다.
“아따 그것이 왜 볼이다냐”
“아따 장성호 잘 해부러”
“아따 도루를 해야쓴디!”
“아따 파울이구마”
“아따 끝날랑갑네”
“아따 이겼어야?”
경상도 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지역적 편차가 심해서… 정리 못했다.
경상도말은 대략 경북 북부지방(문경 안동) 경북 남부지방(대구)
경남은 동서로 나뉜다던가… 하여튼 그런데
그 구분된 지역마다 말이 상당히 다르다.
내가 군복무한 곳은 경북 북부라서
“~~해여”라는 말을 항상 들었다.
우스개 한마디. 문경출신 고참 둘의 대화.
“뭐해여?” (의문)
“뭐해여” (설명)
“뭐해여…” (납득)
뭐가 무엇인지는 절대 말안한다.
이렇듯 이 지방의 “~여”는 통신상에서 “~요”를 귀엽게 발음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존칭 하대 의문 긍정을 가리지 않고 말의 어미에 들러붙을 수 있는 강력한 어미가 되겠다.
당시 등빨좋던 문경출신 고참이 집합때마다 협박조로 되뇌던 말… “니들 까불면 싹가여”
(싹가여…는 아주 먼 곳으로 보내주겠다… 대충 그런 뜻이 되겠다)
아… 빼먹으면 안되는… 전라도 발음상의 특징이 하나 있다…
경상도처럼 타지방 사람들이 못알아들을 정도는 아닌데…
전라도는 ㅎ발음이 야가다.(약하다)
대한해협 건널때 조오련 선생께서 히트친 문장을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그바게 하지 말고…”
경음(ㄱ,ㄷ,ㅂ) 뒤에 ㅎ발음이 오면 그 ㅎ발음을 모다기 때문에
그바게, 행보가게, 씩씨가게, 뭐 이렇게 된다.
ㅇ발음 뒤에 ㅎ발음이 와도 야개진다.
목포 영응고, 전남 장응, 뭐 이런식이다.
(우스게말로 경기도 장흥은 장흥이고, 전남 장흥은 장응이라고도 하지만…)
마지막으로 “왜 그러니?”를 팔도 버전으로…
충청북부 “왜 그래유…”
충청남부 “왜 그류?” (조금더 짧음)
전라북도 “왜 그러는디…”
전라남도 “어째 그라냐?”
경상북도북부 “왜 그래여?”
경상북도남부 “와이카는교?” (어디서 띄어쓸지 모르겠음)
경상남도 “와 그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