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중학생시절] 수학시험 / 라디오

1997년 12월 20일

중학교에 들어간 후 수학에서 60점대를 마크하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 집안을 온통 긴장시켰다. 어머니는 혹 임신 중에 먹은 약의 효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하셨고 형은 여름방학 내내 나를 붙잡아 앉혀놓고 수학 공부를 시키기 시작했다. 방학이 끝나고 첫 월말고사에서 형은 수학이 90점 아래이면 다리 몽뎅이를 분질러 놓겠다고 아주 무섭게 경고했다. 수학 시험지를 받아들었을 때 나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 다리를 달달달 떨고 있었다. 그날 내가 본 수학 시험은 그 학기에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고 평균 점수가 30점 정도밖에 안 나올 정도였는데, 나는 94점을 맞으며 반에서 일등을 해버렸다. 사람을 길들이는데 얼마나 폭력이 효과적인지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나 할까.

중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형하고 처음 듣기 시작한 프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9시에 하던 영화음악 프로그램이었다. 하도 시간을 많이 옮겨다녀서 시간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KBS, MBC에서 모두 심야에 영화음악 프로를 진행했다. (진행자로도 오미희, 임국희, 이선영 등 쟁쟁한 사람들이었음) 하여튼 그때는 밤마다 카세트 라디오에 테이프 하나 꽂아놓고 영화음악을 녹음하는 게 일과였다. 그 당시 녹음했던 테이프들이 많지는 않지만(워낙 선별해서 녹음했기 때문에) 영화음악 홈페이지를 만드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고있다. 2학년때는 친구하고 팝송에 빠져서 <황인용의 영팝스> 같은 프로그램도 주구장창 들었었고, 3학년때인가 기억은 확실치않은데 <김보화의 라디오 삼국지>도 꽤 애청했었다. 내가 삼국지에 제대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김보화의 라디오 삼국지>였다. 이렇게 어렸을 때는 라디오를 참 열심히 들었었는데… 요즘은 라디오가 도대체 취향에 맞질 않아서… (내가 고등학교때만 해도 별밤은 어머니도 즐겨듣던 프로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