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배삼례이야기] 애인사진 콘테스트 / 자격증

1998년 2월 1일

매년 연말이면 애인사진 콘테스트를 하는데, 애인이 없는 내가 고민을 하고 있자니 삼례가 작년도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기 시작했다. 시내 한 복판에서 순전히 박력 하나로 길가던 어여쁜 아가씨와 사진도 찍고 키스도 하고 했다는 이야기였다.(내가 조금 깊게 파고드니까 금방 이야기의 앞뒤가 뒤죽박죽이 되버리긴 했지만 그 창작열의는 참 대단하다) 특히 키스하는 사진을 찍어온 사람은 대대에서 자기밖에 없었으므로 고참들의 칭찬을 받았다는 점을 무척 강조했다. 나중에 고참들에게 물어보고 문제의 사진도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여자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였으며 대대에서 제일 못생긴 여자하고 찍어왔다고 고참들에게 무진장 맞았다고 한다.

행정병은 바쁠 땐 왕창 바빠도 자투리 시간이 많은 편이라(특히 공군 말년 병장은 더욱) 자격증 시험같은 걸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가 컴퓨터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삼례도 정보처리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나한테 기사 1급을 땄다고 자랑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왜 시험을 또 준비하냐고 물었다(대답은 뻔하지만). 내가 기억력이 좋다는 사실 때문에 자주 당황하는 삼례는 또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참 궁리한 끝에 둘러댄 변명은 “자격증을 잊어먹었다”는 것이었다. 아주 사람을 자기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말이야. 그래도 인생이 불쌍해서 별 대꾸없이 속아줬다. 사실 기사 1급, 시험칠 자격도 안된다. 어쨌거나 그때 공부하던 자격증은? 아직 못 땄을 거다. 그 대가리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