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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이야기] 두번째 컴퓨터 – 펜티엄을 사고 집에서 인터넷을 하다

2004년 1월 26일
펜티엄을 사고 윈도우 95를 설치하다

대학 졸업은 하고 취직은 못하고, 집에서 탱자탱자 놀다가 아버지가 물어다주신 번역교정일이 있어서 아르바이트 삼아 했다. (영어를 잘했느냐? 천만에… 번역교정이란 영어실력으로 하는게 아니라 한국어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영어는 사전만 잘 찾으면 된다) 거기서 돈이 좀 들어와 그 돈으로 컴퓨터나 사기로 했다. 92년부터 6년째 쓰고있는 386 컴퓨터로는 이제 한계가 왔다, 이거였다. 게다가 그때는 이미 인터넷에 재미를 붙여서 홈페이지 관리는 물론이고 취직 자리 알아보는데도 인터넷을 심심찮게 써먹던 시절이었는데,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 없었으니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서 그놈의 경상대 PC실에서 하루종일 죽사발 때리고 집에 오곤 했던 것이다.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동시에 집에서 인터넷도 할 수 있게 하자! 뭐 이런 모토로 가까운 컴퓨터 매장에 가서 적당한 사양으로 컴을 하나 샀다. 집에서 쓰던 컴퓨터가 386이라 그렇지, 군대에서 쓰던 컴퓨터도 펜티엄이었고 학교 전산실에서 늘 쓰던 컴퓨터도 펜티엄이었고 군대 시절 상관이었던 이 대위가 연세대 편입해서 서울 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 새로 산 컴퓨터 설치해주고 세팅해준 적도 있었으므로 최신 기종에 대해서 모르고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돈이 없었을 뿐… 아마 그때 최신기종이라고 샀던 게 펜티엄 200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그걸 또 4년 썼으니) OS는 당연히 윈도우 95… 새 컴퓨터가 내 방에 들어와서 왱~ 소리를 내고 돌아가던 그때의 기억이 갑자기 새롭다.

집에서 인터넷을 하게 되다!!

컴퓨터 업그레이드의 주요목적 중 하나가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이었기 때문에, 컴퓨터를 살 때 모뎀용 전화선도 잊지않고 주문해두었었다. 그때 컴퓨터를 주로 써야되는 곳은 내 방이었는데 내 방에는 전화선 단자가 없었고, 거실에서 빼오자니 직선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거실 정중앙을 가로 질러 올 수는 없었으므로 외곽벽으로 비이이잉 돌와서 와야만 했다. 어찌 되었건 모뎀선 출발시켜서 모뎀에 꽂았고, 접속서비스는? 그때까지는 죽지않았던 4대 통신 –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 모두에서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따로 하고 있었고, 인터넷 전용서비스망인 넷츠고나 채널아이 같은 것들도 있었다. (두루넷, 하나로, 이런 거 나오기 훨씬 전이다) 그러나 항상 저렴을 모토로 하는 나는 ‘전화요금 외에 따로 접속서비스요금을 내는 것은 아깝다’는 취지에서, 공짜로 인터넷접속서비스를 해주는 에듀넷에 가입해버렸다. 난생 처음 모뎀 갖구 전화질해서 통신서비스에 접속한 후 별도의 인터넷접속서비스창으로 옮겨가서 거기서 인터넷 접속한 후 넷스케이프를 실행해서 야후!가 뜨는 모습을 보니… (간단하게 썼지만 이 화면 하나 띄우는데 무진장 고생했었다) 감개가 무량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