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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하여

2005년 1월 15일



개정이야 작년 10월에 진작 통과되었지만, 시행일이 닥쳐오면서 각종 포탈사이트들이 집중 홍보를 시작하는 바람에 요즘에야 본격적으로 핫이슈가 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저작권법 개정안 시행>, 혹자들은 <인터넷대란>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문제이다.

솔직히 본인도 저작권법 개정안 따위에 별반 관심없었고, 최근 한 일주일 사이에 여기저기서 하도 떠들어대길래 기사도 읽어보고 실제 개정안도 읽어보고 거기에 따른 각종 네티즌들의 반응도 읽어보고 그랬더랬다. 죽 읽어본 후 머리 속에 든 생각은 “괜한 호들갑이군” 이것뿐이었다. 네티즌들은 마치 2005년1월16일 이전에는 불법이 아니었던 것이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불법이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저작권법으로는 지금 단속하네 마네 하는 내용들, 최소한 2000년 개정안부터 불법이었던 내용들이었다. (전송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저작권법에 집어넣은 개정안이 2000년도 개정안으로 알고있다. 아님말고. 중요한 것도 아니니) 이번 개정안에서의 핵심내용은 그동안 저작자(음악으로 말하면 작사/작곡자)에게만 주어졌던 전송권(스트리밍, P2P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P2P는 배포행위로 보고 처벌할 수도 있으니 개념이 애매한 스트리밍을 잡기 위해 억지로 만든 용어 같지만)을 실연자(음악으로 말하면 연주자나 가수)와 음반제작자에게까지 확대한 것뿐이다. 쉽게 말해서, 전에도 불법이고 지금도 불법이지만, 이제는 걸리면 돈 물어줘야할 대상이 훨씬 늘어났다 뭐 이런 얘기다.

다시 말하면, 뭐 단속대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반이지만 잘못 걸리면 뭣된다, 대충 그런 결론 나온다. 더군다나 저작권 보호에 가장 목청 높이는 쪽은 현재 가수나 작곡자들보다는 직접 돈벌어먹는 음반제작자들인데, 이 새끼들이 합법적으로 전송권을 따냈기 때문에 단속 강도가 1월 16일 이전보다 강해질 것은 자명한 것 같다. 그러니, 1월16일 이전에는 불법이 아니라는 오해만 빼면, 현재 네티즌들이 예전에 블로그 등에 올린 적이 있던 음악을 삭제해버리거나, 관련하여 음반제작자들한테 개네 소네 욕하면서 관련 패러디물 등을 인터넷에 뿌리는 것은 지극히 잘하고 있는 짓이라고 하겠다.

별도의 글로 쓸 생각이지만, 현행 저작권법이나 관련 시행안들에 대한 내 입장을 간단히 밝혀보도록 하겠다. 한때 인터넷업체에서 좀 놀았던 사람으로서, 그때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어쩌구 하는 책자까지 읽어가며 한창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평균적인 저작권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아주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은 십분 인정한다. 꼭 요럴 때면 바른 말하기 좋아하는 네티즌들은 그런 이유를 들어 이번 개정안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더라. 이런 식의 법안이 네티즌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에 경종을 울려줄 수 있기에 환영한다는 거다. 솔직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향상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하면서도 이렇게 ‘법으로’ ‘강제적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겠다는 걸 환영한다고 하는 사람, 어디 파시스트 출신이신가? 그래서 내가 ‘바른 말하기 좋아하는’ 정도로밖에 평가 못해주는 거다. 이상에 휩쓸려서 종종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잘하면 몽땅 제거라도 해버릴 사람들일지도 모르지 않나. (히틀러가 그랬었다, 아마) 이야기가 좀 샜는데, 내 생각으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는 잘못 되었지만, 지금 그걸 단속하겠다는 방법도 아주 잘못되었다는 거다. 그럼 어쩌라는 거냐 대안을 내놔봐라 라고 말하면, 내가 대안을 못내놓을 줄 알았지? 개개인에 대한 단속보다 블로그나 개인홈피를 제공해주는 업체측에 협조요청을 하면 된다. 그런데서 불법이니까 삭제했다고 하면 개인이용자들 찍소리도 못한다. 게시판 등에 자료를 올릴 때 음악파일은 못올리게 할 수도 있고, 대형포탈 몇군데만 움직일 수 있으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는가? 대형포탈사이트는 계정만 제공해줬을 뿐이라서 개개인 음악사용자의 음악파일 업로드에 대해 책임이 없단다. (비슷한 이유로 얼마전 소리바다 운영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움직여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포탈사이트들은 풀어주고 개개인 사용자만 잡겠단다. 이거 힘없는 서민만 죽이겠다는 무슨 그런 법처럼 들리지 않나?

뭐, 이것저것 불만은 많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는 시민의 한 사람이니 고의로 법을 어길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사이트가 법을 어기고 있지 않냐고? 정확하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음악도 음악이지만 <건담> 관련 카테고리에 있는 이미지들, <천녀유혼> 카테고리의 이미지들, 기타 영화평에 붙여놓은 이미지들도 다 저작권법 위반대상이다. 나쁘게 말해서 총체적인 불법사이트라고 할까. (물론 현재까지 이미지 관련 저작권법 위반 단속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그렇지만 미안스럽게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현실적인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최소한 지켜줬다. 음악은 함부로 다운로드할 수 없게 해놓았고, 비영리 개인사이트임을 지키기 위해 각종 홍보 관련 제안 다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싫어한 것도 싫어한 것이지만 친구놈들의 간단한 부탁조차 다 거절해온 이유는, 실정법은 어길지언정 내가 정해놓은 테두리만큼의 저작권 보호는 지켜주고 싶었던 거다. 그러면서도 실정법상 위법임은 잘 알고있기에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이 “사이트 방문자 수를 줄여야한다”는 거였다. 야후말고 다른 검색 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은 이유도 그거였다. 내 사이트를 무슨 커뮤니티나 그런 성격의 좀 큰 사이트로 키워보자는 순수한 제의에도 “아무리 방문객이 늘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사람이 많아져도 여기는 내 개인 사이트이니 내 맘대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이유도 그거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기회에 한번 합법화를 시도해볼까 고민도 했더랬다. 곡당 얼마씩 저작권료 내면서 말이다. 물론 여기는 개인사이트고 방문객도 별로 없다고 우겨서 많이 깎을 심산이었지만… 그런데 엊그제 네이버 뉴스를 보니,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서 개인과 저작권료 협상을 하지는 않을 거란다. 관리가 안된단다. 이봐, 관리가 안되는데 단속은 되나? 관리가 단속이고 단속이 관리인데 말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내가 이 사이트를 합법화할 방법이 없어졌다. 이번 개정안 찬성하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라. “사과를 먹으려면 사과값을 내야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쓰바. 사과값을 좀 내보려고 했더니 나한테는 사과를 안판다잖아!!

고로, 맨 처음 단락에서 말했듯 이 사이트 운영에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여태껏 언제 이런저런 협회에서 공문 날라와서 언제까지 싹 지우지 않으면 고발해버린다느니 할까봐 전전긍긍해왔던 것처럼 똑같이 그렇게 지낼 거고, 언제라도 그런 공문 날아오면 확 닫아버릴 수 있다. 용케 7년8년 운영했지만 언제라도 문닫아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린 적은 없었다. 그러니 새삼스러운 것 하나도 없다. 다만 방문객 수를 줄이고 사이트를 좀더 개인사이트처럼 변화시켜나가는 작업은, 여태껏 계속 해오던 것이지만, 좀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 늦으면 6월에나 하려던 도메인 변경 작업도 1월 안에 해치워야 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PS. 그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불법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당신 말마따나 전전긍긍하느니 지금 다른 네티즌들이 하는 것처럼 쿨하게 싹 지워버리면 편하지 않겠냐고… 당연하다. 지워버리면 간단하다. 근데 살아온 꼰대가 이렇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직접 나를 찍어서 그러지말라고 하면 드럽다고 욕하면서 안할 수 있는데, 절대 미리 알아서 기지는 않는다. 아무리 아버지 어머니가 자식 쇠고랑 차는 꿈까지 꾼다며 당장 사이트 없애버리라고 협박하는 세월을 살아가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