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3일

타고나기를 별로 주변 정리하는 습관 같은 거랑 거리가 멀게 태어났다.
집안 식구 중에 아무도 그런 사람 없는데 나만 그런다.

회사에서도 온갖 잡동사니를 죄다 책상에 쌓아두고 있어서
지난 달인가, A4용지가 쌓이다 쌓이다 눈높이까지 올라왔길래
일부러 시간내서 폐지/이면지/자료를 정리해야했을 정도.

책상 위에 책꽂이도 그냥 꽂아만 두고 있지 뭐가 있는지 관심도 없고
택배 오면 박스도 뜯어서 책꽂이 위에 계속 쌓고 있고
회의할 때마다 출력물 받으면 그대로 파일박스에 쑤셔넣어서
가끔 정리하려다보면 몇달, 혹은 몇년-_- 전에 받았던 자료가 속속 드러나곤 하더라.

회사생활하면서 이것만큼은 꼭 있어야겠다, 마음먹었던 것이
정리하는 습관과 메모하는 습관인데
직장생활 10년차를 훌쩍 넘어가는 지금껏
메모하는 습관따위는 개나 줘버려랏! 이고
정리하는 습관도 여전히 몸에 배질 않았다.
가끔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자기 책상 사진 찍어서 올려놓은 블로거들도 있던데
내 책상은 도저히… 일주일 전에 먹은 비피더스 빈 병이 나뒹구는 그 처참한 광경을 어찌.
대청소할 때 여직원들이 내 책상만 안닦기 시작한 것도 오래된 이야기.

책상은 뭐 그렇다치자.
명색이 컴퓨터로 먹고사는 놈이
컴퓨터 파일도 엄청나게 정리 안한다.
작업을 하고는 그때그때 내키는대로 저장해놓기 때문에
대충 한두 달 전에 작업한 파일을 새삼 다시 찾으려면
검색기능 켜놓고 반나절은 소비해야 겨우 찾는다.

가끔 생각나서 그때그때 작업유형별, 작업시기별, 작업파일 종류별로 폴더 정리를 해놓긴 하는데
그러다가 또 한두 달 지나면 말짱 황이 되고
오히려 얘를 어느 폴더에 넣어놨는지 헷갈리면서 더 찾기 힘들어지고
결국 뒤지다보면 “내 문서”나 “Windows” 폴더에서 나오기도 하고… 뭐 그런 식.

맨날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오늘은 정리하자 마음먹었다가
아니 오늘은 이거부터 좀 처리하고 내일 정리하자.
이런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를 벌써 한 이주일째 하고 있던가.

오늘 문득 찾아야할 파일이 생각나서 집에 있는 컴퓨터 폴더를 죽 둘러보다보니
오오, 회사 컴퓨터 못지않게 이 녀석도 난장판 일보직전인 거라.
이 녀석부터 드라이브별로, 폴더별로 싹 정리해놓고
월요일 출근해서 책상 정리, 컴퓨터 폴더 정리 싹싹 다시 할테다… 라고 마음먹었는데

지금은 밤이 늦어서 자야될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결국 정리 못하고 그냥 보내버리는
시대가 썼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홈페이지에 써놓으면 월요일이라도 생각나서 책상은 정리하지 않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