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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몬티] Hot Stuff

2003년 11월 22일

며칠전 TV를 보다가, 모 카드 광고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남자들이 나와서 Donna Summer의 ‘Hot Stuff’이라는 노래에 맞춰 움찔움찔 춤을 추는 장면을 보았다. 영화 <풀몬티>의 패러디로 보이는데, 일단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저거 뭔 짓이래?’라며 당황섞인 웃음을 날릴 수밖에 없겠다는 점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광고로 보였다.

실업문제를 우회적으로 돌려서 관객들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드는 영화 <풀몬티>에서는, 소재 자체가 ‘스트립댄싱’이다보니 댄스뮤직도 많이 나오고 춤추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극장을 가득 메운 여성 관객들의 뜻모를 함성(그렇다. 나는 지금도 당시 여성관객들의 그 함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이 처절하게 터져나오던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은 Tom Jones가 부른 ‘You Can Leave Your Hat On’이라는 노래고, (혹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가 공연했던 영화 <나인 하프 위크>를 침 흘려가며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킴 베이싱어가 미키 루크를 앉혀놓고 옷을 훌떡훌떡 벗는 장면에서 같은 곡이 – Joe Cocker가 부른 버전이긴 하지만 – 흘렀던 점을 기억하시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귀에 뭔 음악인들 들어왔겠나?) 처음 남성스트립쇼를 보고온 거즈(주인공)가 시험삼아 아들내미와 뚱뚱이 친구 앞에서 스트립댄스를 추는 장면에 흘렀던 노래는 Hot Chocolate의 ‘You Sexy Thing’이다. 옛날에 춤 좀 췄다는 흑인 호스가 오디션에서 춤출 때 흐르던 노래는 Wilson Picket의 ‘Land of a 1,000 Dances’이라는 노래고, 스트립댄서단이 리허설을 하면서 틀어놓은 노래가 바로 Donna Summer의 ‘Hot Stuff’였다.

사실은 ‘Hot Stuff’라는 노래가 좀더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장면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광고에서 패러디했던 그 장면이 되겠다) 아마도 실업 관련 무슨 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는지 하여튼 줄줄이 서있던 스트립댄서단원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Hot Stuff’ 음악에 맞춰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움찔 춤 동작을 하고, 스텝을 맞춰보는 장면이다. 재밌는 장면이 많은 영화 속에서도 손꼽힐만한 장면 중 하나인데, 그 장면이 특히 재밌을 수 있었던 것, 더 나아가서 그냥 우스운 장면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은 실직으로 의기소침하고 먹고 살려고 우리가 옷까지 벗어야 하나 식의 자괴감에 빠져있던 그들이 어느새 그 일에 빠져들고 새로운 재미를 느껴가고 있는 묘사로서 너무나 적절했기 때문이었다.

실직자들끼리 모여서 입에 풀칠이나 해보려고 시작한 스트립댄서질이었고 정말 죽지 못해 한다는 식이었다면 이 영화 그렇게 재밌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 받아들이면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스트립댄싱이지만 직장을 잃는 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정녕 아무 것도 없다는 선언이 아니라는 점을 동료에게 확인시켜주고 자신에게 확신시켜가는, 그런 과정에서 스트립댄싱 자체에 몰입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가장 순수하게 드러났던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었기에, 이 음악과 이 장면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광고에도 패러디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