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대략 홈페이지를 만들자! 고 마음먹고서 홈페이지를 완성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 남짓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달을 온통 홈페이지 만드는데만 쓴 것도 아니긴 하지만, 자료 모으고 그걸 (아직은 서툰) HTML로 코딩하고 이미지도 크기/용량 줄이는 등의 작업을 한 달 정도 걸려서 했다면 그럭저럭 빨리 해치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첫 페이지 디자인은… 맨 위에 [시대의 홈페이지]라고 무슨 경로당 간판처럼 굵은 박스 넣어서 제목 달고, 그 밑에 3X3 형태의 이미지 박스로 각 메뉴를 배치한 모양이었다. 이 이미지 박스는 윈도우 3.1에서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작업한 것으로, 글자는 아마 윈도우 3.1에서 실행되는 한글워드의 워드아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화면캡쳐한 뒤 그림판에 붙여넣어서 만들었었다. 기타 움직이는 GIF 파일들은 전부 인터넷 서핑으로 모았고. (그 당시 가장 인기있는 홈페이지들은 이런 이미지를 모아놓은 곳들이었다. 지금은 전혀 아닐테지만…)
홈페이지를 기존에 만들어둔 네띠앙 계정에 넣고, (당시 네띠앙 계정 4메가) 건담 이미지나 천녀유혼 이미지 등은 줄이고 줄여봤지만 역시 용량이 좀 많아서 신비로와 네띠앙 등에 추가 계정을 만들어서 그곳에 넣었다. 그리고나서 검색엔진에 등록하려니 (그때는 홈페이지 만들면 당연히 검색엔진에 넣어야되는줄 알았다) 뭐 분류도 물어보고 주제도 물어보고… 쓸데없이 사람 귀찮게 하는 게 많았다. 건축 / 영화 / 영화음악 / 건담 / 천녀유혼을 하나로 뭉뚱그릴 주제가 생각나지 않아서, 과감하게 각 메뉴별로 메인페이지를 다시 만들고 그 페이지별로 다 야후!에 등록했다. (그 당시에는 검색엔진이라고 하면 무조건 야후! 였다) 약 일주일 정도 지나서 등록이 되더니 그때부터 낯모르는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래 건축 메뉴는 계획에 없었던 것인데 한창 홈페이지를 만들다보니 “내가 4년동안 떼돈 들여서 건축을 배워놓고 내 홈페이지에서 건축의 ㄱ자도 언급하지 않아서야 될 말이냐?”라는 가당찮은 생각이 들어서, 유명 건축가들의 홈페이지를 득득 긁어서 만든 링크페이지로 건축 섹션을 추가했었다) 그 중에는 “건축”을 통해서 검색하다가 하필 내 홈페이지로 들어오고 만 우리 대학원 선배들도 있었다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남들 다 윈도우 95를 쓰던 당시 1997년, 나만 혼자 고집스럽게 한글 도스 + 한글 윈도우 3.1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도 386) 고급스러운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을 돌릴 형편은 전혀 아니었다. 당시 내가 주로 인터넷을 하던 학교 경상대 PC실도 전부 윈도우 95를 쓰고 있었는데 거기서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넷스케이프 브라우저가 내 컴에서는 돌아가지 않았으니까…(어차피 집에서는 인터넷을 하지 않았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아무튼 홈페이지를 만들자면 (요즘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은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도 넣어보고 싶고 기타 이미지 작업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나는 모든 이미지 작업은 오로지 그림판에서 했고 그림판에서는 BMP파일로밖에 저장할 수 없는 관계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GIF나 JPG로 전환하기 위해서 별도의 컨버팅 프로그램을 쓰는, 미련한 작업을 계속 해야 했다. 나중에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고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겠다) 윈도우 95를 깐 뒤에도 계속 그 짓을 되풀이하다가, 어느 홈페이지에서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을 쓰면 이런 효과도 내고 저런 효과도 내고 한다는 말을 듣고 포토샵에 혹하고 말았다. (그 당시 내가 주로 돌아다니던 홈페이지들은 죄다 “홈페이지 만드는 법”에 대한 내용들 – HTML이나 디자인 – 이 주를 이루는 사이트들이었다) 그래서 포토샵을 구해보려고 했더니 이건 파는 프로그램이라더군(안 파는 프로그램도 있더냐?)… 인터넷 생활 6개월만에 “인터넷 뒤져보면 공짜 많다!”는 요령만 터득했기 때문에 포토샵이나 그에 준하는 기능을 가진 공짜 프로그램을 찾다가 마침내 “페인트샵”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셰어웨어라서 완전공짜는 아니었지만 개인사용자한테야 공짜나 다름없지 뭐… 그때 그렇게 정을 붙여서 지금도 포토샵은 (쓸 줄은 알지만) 손에 잘 익지 않았고 페인트샵이 여러모로 편하다.
홈페이지에서 처음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방법은 오직 “미디파일”뿐이었다. 그때 MP3라는 존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 곡에 3~4메가 가까이 되는 이 파일을 용량이 달랑 4메가뿐인 내 홈페이지에 올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물론 당시의 인터넷 속도로는 그만한 용량을 다운받는데 엄청난 시간도 필요했고… 그저 여기저기 외국 사이트에서 긁어모은 미디파일 약 40여개로 영화음악 페이지를 열긴 했지만 삑삑거리는 전자음이 아닌 진짜 생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내 홈의 방문자들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당시 내 홈에 음악을 들으러와서 이게 무슨 노래방반주냐며 나한테 욕을 바가지로 하고 간 네티즌들, 졸라 많았다. 그 사람들 요구는 이딴 거 올려놓지 말고 MP3로, 제대로 올려놓으라는 거였는데… 하긴 뭐 당시에는 소리바다 이런 것도 없었으니 이해는 가지만 참 그때나 지금이나…다) 그러다가 “리얼오디오”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게되었는데 스트리밍 방식이라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듣기에도 적합하고 용량도 MP3보다 1/10정도 작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인터넷으로 듣기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래봤자 내 홈페이지 용량은 4메가라는 것 뿐… 그때부터 “대책없이 공짜로 용량 많이 주는” 계정과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이 사투는 약 1년반 뒤 정들었던 네띠앙을 버리고 무제한공짜 용량을 주는 NEW21.NET으로 도메인을 완전 이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나, 이전한 이후에도 사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저작권 침해자료를 올렸다는 이유로 NEW21.NET 운영자와 한 판 붙기도 했었으니…) 처음 알아본 곳은 약 50메가의 용량을 주는 외국업체 포춘시티였고, 그후 속도 더럽게 안나오던 크로스윈드라는 외국업체에까지 손을 뻗어야했다. 그 쌩고생을 하며 영화음악들을 하나하나 미디에서 리얼오디오로 옮겨갔지만, 언제 계정이 문제가 생겨 이 자료들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미디파일을 완전히 빼버리지는 못했다. (나는 그 난리를 치고 있는데 속편한 방문객들은 리얼오디오 음질나쁘다고 MP3나 올려라 개새끼야 이런 욕들이나 날려주고 계시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