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저런 이름의 퀴즈프로가 있음.
설명하자면 일단 1인의 출연자가 있고
방청석처럼 된 곳에 100인의 출연자가 따로 나옴.

문제가 나오면 먼저 100인의 출연자가 답을 누르고 (공개되지 않음)
그다음에 1인의 출연자가 답을 누르고 (공개됨)
정답이 발표되면 1인의 출연자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공개되면서
맞으면 계속 가고 틀리면 아웃됨. (출연종료)
그다음엔 100인의 출연자 중 틀린 사람이 공개되고
틀린 사람은 아웃됨.

이렇게 해서 100인이 다 떨어질 때까지 1인이 문제를 틀리지 않으면 1인이 5천만원의 상금을 받고
100인이 다 떨어지기 전에 1인이 아웃되면(거의 그렇게 됨) 남은 사람 중에 최후의 1인을 뽑아 적립된 상금을 가져감. (상금은 편차가 심한데 기백만원 정도)

이런 프로그램에 우리 회사 사람 한 명이 신청을 했음.
인터넷으로 예심 봤는데 삼십몇등 했다더니
100명 중 한 명으로 출연 확정됐음.

그런데 출연 섭외 과정에서 방송 작가들이
“설계사무소에 다니면 건축사 몇 분만 소개해주세요”라고 요청.

왜냐. 다음 회에 뭐 “수능수험생이 선호하는 직업군 특집”을 하는데 건축사가 좀 필요하다나.
따로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회사 사람들 위주로 섭외 돌입.

한 2명 정도는 섭외해달라고 했다는데 마침 회사가 한창 바쁠 때라 1명밖에 시간이 안된다고해서
돌고 돌아 나까지 섭외의 마수가 뻗쳐왔음.
솔직히 방송출연 한번 해보고 싶었음.
뭐 아무나 나가서 건축사라고 우기면 되니까 그런 건 어차피 상관없었고.
그러나 중요한 약속이 하필 녹화날 있어서 아쉽지만 포기.
결국 우리 회사에선 진짜 건축사 1명만 출연.
그 녹화분 방영이 바로 지난 화요일.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고 (우리 회사 사람 초반 탈락)
그냥 재미삼아 문제 풀면서 보고 있는데
어, 이런, 어째 문제가 다 아는 문제인 거라.

1단계는 답이 원래 변호사인데 살짝 꼬아서 “엄마는 뿔났다의 신은경” “그들이 사는 세상의 송혜교” “너는 내 운명의 윤아” 이런 식으로 보기를 주니까 헷갈렸는지 스물몇명이 떨어졌는데
나야 드라마 다 본 거니 아는 문제.

2단계는 하버드를 나오지 않은 사람을 찾는 문제인데 오바마, 부시 하버드 나온 거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답은 3번 클린턴.
(그런데 이 문제에서 무려 60명이 넘게 탈락했음. 사람들이 부시를 아주 바지저고리로 본 모양. 물론 돈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3단계는 비사벌의 한옥마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묻는 문제인데 비사벌이 어딘지는 몰라도 어차피 한옥마을은 전주에만 있으니 (나머지 보기는 마산-아귀찜, 부산-돼지국밥) 당연히 답은 전주-비빔밥.
(보기에 지명이 나오진 않고 아귀찜, 비빔밥, 돼지국밥 이렇게만 나왔음)

4단계는 이미지에 저작권 등을 표시하기 위해 입히는 마크를 묻는 건데 내가 주로 하는 일 중 하나잖아. 답은 워터마크. (이것도 꽤 모르는 사람 많았음)

5단계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을 묻는 건데 이것도 우리 회사랑 관련이 없지 않으니 잘 알지. 1번 보기는 누진세다 인데 맞고, 2번 보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부과하는 지방세다 인데 틀리지. 국세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주는 것뿐) 3번 보기는 토지와 주택 모두에 부과된다 인데 맞음.
근데 여기서 1명의 출연자로 나온 김경란 아나운서 탈락. (3번 찍음)
9시 뉴스 진행하던 사람이 그것도 몰라서야 되나? (모르긴 몰라도 관련 뉴스에 저런 내용 분명 있을텐데)

여기서 또 우르르 탈락해서 100명 중 달랑 3명 남았음.

야, 만약 내가 약속 없어서 그냥 출연했으면 지금까지 살아남아있는 거잖아.
이게 잘 찍어서 맞춘 것도 아니고 문제를 다 알고 있는 거니까 잘못 누르거나 하는 실수만 안하면 100% 살아남아있는 거 맞지.
그런 생각이 드니 괜히 막 짜증나고 흥분되고 그러는 거라.
이제 한 문제 더 나와서 내가 맞추면 최후의 1인까지도 갈 수 있었다는 거네.
아놔 그냥 모르는 문제 나와라 본전생각만 난다.

6단계 문제.
김홍도의 <서당>에 없는 학생은?
1번 갓쓴 학생, 2번 우는 학생, 3번 서있는 학생.

아 이거 나 알거든.
우는 학생은 100% 있고 갓쓴 학생도 내가 확실히 봤거든.
서있는 학생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없긴한데 갓쓴 학생이 있는 것도 99% 확실하거든.
혹시 내가 진짜 출연했었으면 괜히 잔머리 굴리다가 다른 번호 찍었을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정말 1% 미만.
당연히 정답 3번 발표되고 남아있는 3명 중 2명 탈락.
최후의 1인 확정되고 상금 4백 얼마 가져감.

아 쓰바 나갔으면 최소한 7단계 문제까지는 저 아저씨(의사선생님이던데…)랑 일대일 대결을 했을 거 아냐.
그냥 7단계에서 내가 모르는 문제 나와서 틀리고 저 아저씨가 상금 타갔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할라나.

속이 편하겠냐고!!

속이 불편해서 바로 그 프로그램 인터넷예심 봤음.
50문제 중에 43문제 맞췄는데 2등이라는구만.
이 정도면 출연 가능하지 싶은데 아직 연락은 없음.
온라인신청서에 사진 파일을 올려달라고 하더니 얼굴보고 탈락시킨겐가.
(이미 여러 해 전에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서 예심 통과하고 면접에서 발린 기억 있음)

뭐 그날은 분김에 본 것도 좀 있고해서 만약 안되면 다시 예심볼 생각은 없음.
출연 연락이 늦게라도 올지도 모르고.

방송용 얼굴도 아니면서 늙으막에 방송삘이 받은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