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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의 소설을 꺼내어

2006년 6월 19일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중에 <십년전의 일기를 꺼내어> 뭐 그런 제목이 있는데

살면서 학교 숙제(방학숙제 등)로 써본 일기 말고는 일기란 걸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십년전의 일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폴더별로 정리하다가 십년전에 열라 써갈기던 소설파일을 다시 읽어보게 됐다는 이야기.

아는 사람들한테는 술먹고 몇번 자랑질(?)한 적도 있지만
암담한 미래사회(인생이 워낙 구겨져있어서 미래를 별로 희망적으로 그리고 싶질 않았다)를 배경으로 레지스땅스 비슷한 활약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4부에서 엄청 경계가 철통같은 곳에서 여주인공을 빼내서 탈출해야되는 대목에서 막힌 상태로 10년이 흘러왔다.
(너무 경계를 철통같이 세워서 도저히 뚫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시 읽어봐도 아직 방법이 없다. 평생 미완성 예정)

정확히 말하면 중학교 고등학교때부터 노트에 써갈기던 소설을 군대에서 HWP파일로 옮기기 시작했고
(병장달고… 너무 심심해서 그랬다)
다 옮겨놓고 보니 이야기의 스케일에 비해 분량이 너무 작아 아예 대하소설로 만들어버릴라고 등장인물 팍팍 늘리고 이야기 세분화시켜서 거의 개작 수준으로 다시 쓰던 것이었는데

그런 형편이다보니 중학교때 쓰던 문장력이나 고등학교때 쓰던 말투도 간간이 보이고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쓰던 글이라 그런지 군대경험 정도로 사회를 일반화시켜놓고 써제낀 대목도 있고 그랬다.
(근데 뭐 크게 오류는 없더라. 한국사회가 군대랑 얼마나 다르나)

근데 읽다가 느낀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 내가 가진 문장력이나 상상력이 이때보다도 못하다는 사실.
게다가 그동안 책도 안읽고 머리도 덜 굴린 여파로
이게 맘에는 안드는데 특별한 대안도 없고 더 쌈빡한 무슨 아이디어도 없고 그렇다는 점.
좀 과장해서 십년동안 제자리걸음도 못하고 뒤로 후퇴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는 거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느끼긴 했는데 해결하고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점.

이렇게 평생 살다 죽을라나.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