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스물세번째

[봉대리의 일기]

12/23 (목) 흐려지더군…

음… 오늘은 황대리가 소개팅을 시켜준다구 그래서…
순전히 크리스마스여서… 그냥 나가봤다…
황대리 얼굴을 보면… 저 인간이 소개시켜주는 여자가 오죽하겠냐…
뭐 그런 생각밖에 안들기 땜에…
그랬는데… 오오…
순간적으로 황대리에게 큰 절을 할 뻔 했다…
어디서 슈퍼모델처럼 생겨먹은 가스나를 한 명 데려온 게 아닌가…
울 처제야~
뭐다고? 저놈이 나랑 동서가 될 꿍꿍이란 말인가?
황대리 마누라도 본 적이 없는데 처제라는 사람으로 미루어보건데 이쁜갑다.
그런 마누라랑 살면서 상상임신이 어쩌구 저째?
나와 황대리 처제가 눈치를 주니까 황대리는 선물산거 마누라 갖다줘야 된다며 훌렁훌렁 가버렸따.
내일 밥은 내가 사마 개구리!!!
근데 황대리 처제는 이쁘기만 하지 별루 센쑤는 없어보였다…
노트북 얘기가 아니다…
커피파는 찻집에서 숭늉을 찾질 않나…
저녁 드셔야죠… 그랬더니 어디 영양탕 맛있게 하는 집 없나요… 그러질
않나…
뭐 숭늉 좋아하고 영양탕 좋아하면야 내 취향에는 맞지…
그렇다고 첨 만난 남자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쓰나…
좀 빼는 맛이 있어야 나도 땡기는 뭐 그런 맛이 있고…
어쨌든 성격은 맞는 거 같아서… 나도 박자 맞춰줬다…
헤어지면서 명함 줬는데… 저는 놀고 먹기 땜에 명함이 없어서요…
그런다…
나도 맞벌이 별로 원하지 않았는데… 점점 맘에 드는군…
집에 딱 쳐박혀서 밥이나 뽁뽁 해주는게 더 조아~
너무 좋아하다가 연락처 받아내는 걸 깜박 잊었는데…
뭐 황대리 조지면 처제 드폰이 번호 정도는 뽑아낼 수 있지…
크리스마스를 따시게~
아자아자~

[황대리 처제의 일기]

12/23 (목) 날씨 추접…

졸라… 재수 드럽게 없는 날이었따…
형부가 매년 크리스마스만 오면 나한테 장난치는 거… 올해는 과연 뭘까
정말 궁금했었는데…
재작년엔 선물이랍시고 상자 안에 황소개구리를 넣어서 선물하는 유치한
짓거리까지 했으니…
울 언니가 그노무 황소개구리땜에 애까지 떨어졌는데 아직도 개구리를
갖고 논단 말야… 사람도 아니다…
작년엔 좀 나아서 밥사준다고 불러내서 덤태기를 씌우는 정도의 애교를
보이기는 했지만…
올 크리스마스는 헌천년 마지막 크리스마스라고 아주 빅이벤트를
준비했더만…
뭐 소개팅… 그딴 소리 했을 때 짐작을 했어야 했는데…
요즘 남자에 굶주려서 그만…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봉모시기 대리라길래… 어째 듣기도 많이 들은 이름이라… 설마설마
했다…
설마가 사람 대차게 잡더군…
어디서 이렇게 해괴망측하게 생긴 인간을…
동물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겠더라…
나는 우아한 프랑스 레스토랑이나 유럽식 카페에서 분위기 있는 차나
한 잔 마셨음 좋겠던데…
하기사 저런 인간하고 앉아서 무슨 그런 분위기가 나겠냐마는…
어디서 쌍화차에 계란 띄워줄 것 같은 다방에서 만나갖구… 커피
시키시죠? 여긴 커피도 계란 띄워줄 것 같다.
열받아서 숭늉이나 있으면 달라고 했다.
저녁을 먹으러가자는데 저 인간 분위기가 어디 주막같은 집 끌구 들어가서
된장찌게 따위나 시켜서 먹을 거 같다.
아예 쎄게 나가기로 하고 영양탕이나 먹자고 그랬다.
우띠… 바보 같이 생긴게 눈치도 없이 좋아한다… 욕밖에
안나온다…
다행히 그 동네엔 그런 집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냥 저녁 안먹고 겨우 헤어지는데 명함을 주더군…
그런다구 연락처 줄줄 알고…
형부가 병신같이 내 드폰이 번호를 읊조리고 다닐까봐 조금 걱정된다
근데…
내일부터 드폰이를 꺼놓든지… 번호를 바꾸든지 해야겠다…
그래도 당분간 공포에 떨 것 같은…

SIDH’s Comment :
인생이 뭐 그따위다보니 학교 다닐 때는 소개팅 이런 거 전혀 못해봤다. (비스무레한건 뭐 해본 적 있다)
나중에 몇번 해보니 이게 내 성질에 맞는 일이 아니더라.
먼 속인지 알 수 없는 처자 앞에 앉혀두고 비위 맞춰주고… 눈치 살살 살피고…
그러다가 언젠가부턴 그냥 니가 뭔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하는 심정으로 내 맘대로 해버리고 있다.
그러니 애인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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