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봉대리일기 마흔세번째

2007년 7월 30일

[봉대리의 일기]

1/19 (수) 눈왔다…

일기예보 이쁜이 아나운서가 요즘 잘 맞힌다 했더니,
오늘은 삐꾸를 낸 모양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눈이 하얗게 세상을 덮어놨다.
우씨… 버스 기어가겠군…
아니나달라.
낮은 포복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손잡이를 부여잡고
눈물 지었내라.
(시처럼 써볼라고 했는데 역시 문장력이 부족해)
10분 늦는 바람에 떨리는 살을 (특히 아랫배쪽) 진정시키며 조심조심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 피부장님은?
오전 중에 못오실 거 같다네요~
지화자 씨의 대답에 쾌재를 불렀다.
오전은 내 세상~
오과장이 째려봤지만 저정도야 무시할 수 있지 음하하하…
인터넷 디비고 다니면서 경품 응모 사이트 7개 응모하고…
주식 사이트 하나 띄워놓고 오늘 있는대로 팔고 사며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살았다.
쩝… 점심먹고나니 피부장이 피본 얼굴로 나타나더군…
뭐 아침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났다나…
안됐다… 그래도 뭐 견적도 별루 안나왔다는데 뭘…
내가 벤쭈에다 박아준 이후로 두번째 사고로구먼.
차나 바꾸라고 그럴까?
카세일즈 하는 울 사촌형 실적이나 올려주게.

[피부장의 일기]

1/19 (수) 헉…눈…

아침부터 불길했다.
그러나 지금껏 (일기쓰기 시작한 이래) 눈 무지하게 많이 왔지만
한번도 나의 키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키트가 나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평소에는 이노무 타이어가 그런 실수를 안하는데…
고가도로를 타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타이어가 한바퀴 헥! 돌아주는게
아닌가.
멈칫하는 순간 뒤에서 쿵!
이 시키가 오르막길이라고 엑셀 과하게 밟았다가 멈칫한 내 차 뒤를
박았다.
돌아보니 어? 개나타 잖아?
어디 개나타 주제에 나의 키트를…
그것도 이에푸도 아니고 쓰리가…
음… 문제는 그 뒤로 두대가 더 박아서 4중 추돌이 났다는 건데…
추돌사고는 뭐 맨 앞차가 원인제공자가 되나?
맞는지 안맞는지는 모르지만 이놈들이 글케 우긴다. 씨발 상쾌한
아침 길거리에서 오랜만에 대판 싸워봤다.
멱살만 안잡았지 개싸움 비슷하게 놀다가 겨우 수습이 됐다.
어차피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거니까 재수없었다 치자고.
뒤에 박은 놈들이 억울하다고 그러길래 애들 풀겠다고 협박했다.
음… 평소 내 인상은 부드러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협박에
이 넘들이 쉽게 쫄아들더군.
봉대리 때문일 거야… 그놈한테 인상쓰다가 인상이 많이 구겨졌을
거라…
어쨌든 엉덩이가 우그러진 키트를 몰고 돌아오는 기분… 똥같았다.
아무래도 키트의 인공지능이 예전같지 않은 모양인데…
확, 드루리안 같은 타임머신으로 바꿔버릴까?

SIDH’s Comment :
전에 있던 회사에는 “어린이날”이라는 게 있었다.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고
과장 이상급 (보통 팀장급) 임직원이 회사에 아무도 없는 날을
(외근/출장/휴가/결근 기타 등등의 사유로)
대리 이하급 직원들이 “어린이날”이라고 부르면서
일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여유있게, 딩가딩가 놀면서 하곤 했던 거다.
…이제는 내가 없어져야 어린이날이겠지.